• [꿈/이야기] 우리들은 e-home에 모요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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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09.16 10:48:41
  • 조회: 587
“얘들아, 17일에 성묘 가기로 큰집과 의논했으니까 그때 가는 걸로 알아라.” “예, 어머님.” “큰집 형님은 전 부치신대요. 전 밤 까고 과일 준비하면 되죠?”

윤동원씨(42·건축업·서울 한남동) 가족과 일산에 사시는 부모님은 거의 매일 저녁 만난다. 요즘은 추석을 앞두고 차례 준비가 가장 큰 화제. 실제로 모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온라인 상의 가족 커뮤니티 공간 ‘유패밀리’(www.ufamily.co.kr)를 통해서다.

유패밀리는 한 가족이 인터넷에서 ‘우리집’을 분양받아 각자의 방을 꾸미고 함께 생활하는 사이버 가족공간이다. 윤동원씨와 부모님은 같은 집을 ‘분양’받았고 마포와 성남, 미국에 사는 윤씨 부부의 동생들도 각기 다른 집을 분양받아 이웃으로 연결, 마치 옆집 드나들듯 자주 서로의 안부를 묻고 날마다 소식을 전하고 있다.

가족들이 모두 글이나 사진을 올리고 참여할 수 있는 ‘거실’엔 가족만의 가훈·가계도가 있고, 가족신문과 가족앨범, 게시판, 약속방, 메신저 등을 통해 근황을 알 수 있다. 이름만 클릭해 화상전화도 자주 드릴 수 있다.

윤동원씨네 가족 앨범엔 각종 가족행사 사진부터 유치원 다니는 아들 재원이(7)가 태권도 시범 보이는 동영상까지 1,000여장의 사진과 동영상 등이 빼곡하다. 한달에 2번꼴로 만든 ‘유패밀리 가족신문’도 벌써 22호째.
최근호의 주제는 ‘부전자전’. 재원이가 팔이 부러진 상태에서도 태권도를 계속하는 모습이 대학때 깁스를 한 채 수영했던 윤씨와 꼭 닮았다는 얘기와 사진을 묶었다. 부담없이 만든 한페이지짜리 신문이지만 친척과 지인들에게 자동 배달돼 웃음과 즐거움을 톡톡히 선사하고 있다.

“재원이 오늘 유치원에서 재미있게 놀았니?” “네, 할아버지 할머니, 근데 저 빨간띠 따면 컴퓨터 사 주시는 거죠?” “그래 알았다, 이놈아.”
쪽지로, 화상통화로 한집에 사는 것처럼 응석도 부리고 재롱을 떠니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관계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인터넷을 통해 직접 얼굴을 맞대니 함께 사는 것 같아요.”

재원이 할아버지 윤석준씨(76)와 할머니 신방수씨(74)에겐 아들 부부와 손자에게 쪽지 보내고 매일밤 손자 재롱을 보는 것이 빼놓을 수 없는 낙이다. 얘기하고 싶은 가족 이름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한 다음, ‘쪽지, 화상통화, 핸드폰 전화걸기, 집으로 전화걸기’ 등 대화리스트 중에 원하는 곳에 클릭. 클릭 두번이면 된다.

자주 연락하다 보니 명절이 따로 없다. 예전엔 1년에 전화 한두번 제대로 할까말까한 형제, 부모도 이젠 화상전화와 가족신문 등으로 편리하게 근황을 알 수 있으니 어제 본 것처럼 반갑다.
올초에 가입한 유패밀리는 윤씨의 생활을 많이 바꿔놨다. 매일 재원이가 잠든 늦은 밤 퇴근하는 윤씨는 재원이로부터 “우리 아빤 매일 내일 들어오신다”는 말을 들었던 ‘불량 아빠’. 유패밀리 덕분에 회사에서도 짬짬이 재원이와 연락하고 인터넷 상에서 방도 꾸미는 등 함께 할 일이 많아졌다.

부인 조성연씨(35)도 주말에도 좋아하던 자동차 사이트만 들여다 보던 남편이 아들과 함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 흐뭇하다고 했다. 말을 건네기 어려웠던 시아버지께도 얼마전 “아버님, 시간 있으시면 아이들 옷 사러 같이 안 가실래요?”라고 쪽지를 보내니 아주 즐거워 하셨단다.
“아침에 일어나면 화상전화로 문안인사를 드립니다. 대부분 부모님께 안부인사 드려야지 하면서도 마음만 있지 잘 못하잖아요. 인터넷 우리집 덕분에 졸지에 좋은 아들, 좋은 아빠가 된 것 같아요. 가족들 모두가 한 공간에서 나눌 것이 생겼다는 것이 참 좋습니다.”(윤동원)
출근후 유패밀리 ‘재원이네 가족’부터 켜놓는 윤씨. 부부싸움을 했던 며칠전 부인으로부터 쪽지가 왔다.
“여보, 우리 싸우더라도 글로 하기로 해요.” “그래요. 약속방에 답장 남겼어요.” 윤씨 가족에게 인터넷은 정이 오가는 통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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