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자기정체성 학교에서는 못 배우니까[지역사회 대안교육 뛰어든 문화활동가 드라마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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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09.09 09:18:30
  • 조회: 363
“비오는 날은 밖에서 비를 맞으며 수업한다. 비올 때 곤충의 움직임이 어떻게 변하고 식물의 색깔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한다. 빗물에 물감을 풀어 관찰한 모습을 그림으로 그린다. 또 달력 그림으로 퍼즐도 만든다. 놀러 가기 위해 집에서 나오는 모습, 숲 속을 걷는 모습 등 자신의 생활을 이야기하고 그대로 그려본다. 각자 수집해온 사진을 놓고 색깔별 양을 계산한다. 계절과 색상의 관계를 찾아본다.”



‘초등학교 때 미술 수업이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이 내용은 문화활동가 드라마 고(32)가 초등학교 미술전담 교사였던 때 진행했던 수업이다. 1999~2001년 때까지의 일이다. 본인이 교안을 만들었고 학교측은 반대했다. 인기직업의 하나인 ‘교사’를 스스로 버리게 만든 이유 중 하나였다. 99년 외환위기 여파로 교원 정년이 단축된 후 부족해진 초등교원을 사범대 출신으로 채우는 정책에 맞춰 그도 초등학교 미술 전담교사로 임용됐지만 뜻을 펼치기엔 마당이 자유롭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주소를 모른다

그는 대학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다.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자신이 만족스런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의 교육은 배우는 사람의 현실과 동떨어진 채 획일적인 내용을 가르치죠. 초등학교 3학년만 돼도 국가조직에 대해 배우면서 정작 가족의 특성이나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는 기회는 없어요.”



대학도 그에게는 다르지 않았다. “사회에 대한 통합적인 지식을 주지 않고 지식이 파편화돼 있으며, 삶·문화·정체성을 통찰할 수 있는 시각을 오히려 잃게 한다”고 평한다. 비체험적·비현실적 교육들, 고액 등록금과 교수들의 불성실성, 학력과 경쟁체제 위주의 교육 등은 정작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에 대한 답을 주지 못했다.



가르치는 일에 한계를 느낄 무렵 장애여성극단 워크숍에서 만난 여성과 2001년 문화운동단체 반지하(vanziha.net)를 만들었다. 지금은 부인이 된 지경씨였다. 교사는 그만뒀다.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통해 사회문제를 비판적으로 생각해보면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정보통신 검열문제, 미술교사 음란물 판정 등의 이슈가 대상이었다.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고 싶다

지금은 인천지역 저소득계층 청소년에게 문화 교육의 장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고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알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목표이자 꿈. 저소득층 대상 공부방조차 학과 과외교육을 시키는 추세가 안타깝다. 중학생 아들에겐 자신이 사는 지역을 영상물로 촬영해 돌아보는 문화예술 선택과정과 글쓰기, 가족·사회 이해 등의 교과를 운영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명확히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주려고 노력한다. 9월 새 학기가 시작됐고 15명의 인천 동구지역 공부방 중학생들은 다시 모였다. 지역사회 대안교육 프로그램 ‘언덕을 오르는 바닷길’이란 이름으로.



그는 인천이란 지역에서 열댓 명의 중학생들을 상대로 문화교육을 하고 있지만 그가 고민하는 내용은 학교를 졸업한지 이미 오래인 사람들에게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제대로 고민해 봤는가, 지금 삶이 자신이 선택한 길인가’라는 물음에 답이 없는 어른들이 많다. 이젠 자녀에게만이라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주자는 게 그의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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