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은행지점에서 공인중개사 변신 이완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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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09.08 08:52:35
  • 조회: 410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전직 은행지점장 출신 이완식씨(54). IMF 직전 그의 인생은 상장 폐지된 주식처럼 ‘휴지조각’신세였다. 그 후 7년. 현재 자신의 인생은 ‘우량종목’은 아니지만 ‘미인주’에는 속한다며 웃는다.

지나온 세월이 아쉽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 크다. 길게 100년을 산다 쳐도 그의 인생은 벌써 반환 지점을 돌았다. 내리막인 줄만 알았던 ‘오륙도’의 삶에도 희망이 있다며 오늘도 파이팅을 외친다.



#은행 지점장에서 부동산중개업 변신

“IMF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퇴직했지요.” 1998년의 일이다. 대표적인 화이트칼라로 불리며 뭐 아쉬울 게 있을까 싶지만, 막상 퇴직한 그는 빈손이었다. 평생 은행에만 다닐 줄 알았다. 퇴직 후의 삶이나 노후를 생각한 적도, 그렇다고 야무지게 살림을 산 것도 아니었다. 퇴직금 대부분은 술값으로, 그리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서준 보증의 대가로 날렸다.

“은행을 나와 다른 직장에 들어갔지만 마땅치 않았어요. 결국 보험 세일즈에 나섰죠.” 처음 얼마간은 안면으로 가입해 준 사람들 때문에 실적이 괜찮았다. 그러다 “선배를 보고 있으면 먼 훗날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우울하다”는 은행 후배의 말을 듣고 보험 판매를 그만두었다.

이씨는 그날 비로소 “내가 왜 저축을 하지 않았나?” “은행에서 남보다 일찍 승진도 했지만, 내 인생이 어찌 이리 초라한가?” 뼈저리게 후회했다. 그날 밤. 인생이 바뀌는 순간. 오래 전에 취득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꺼내 먼지를 털었다. 서울 강북 변두리 동네에 ‘부동산 중개소’를 차렸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제 인생 1막이 은행원 시절이었다면 2막은 부동산 중개업입니다.” 1막이 쓸쓸한 퇴장이었다면, 2막은 다같이 ‘커튼 콜’을 즐기는 신나는 인생이길 소망한다. ‘은행 지점장’ 명함이 폼나긴 하지만 즐겁진 않았다. 진작 이 일을 할 걸 그랬다 싶을 만큼 요즘은 하루 하루가 즐겁다. 재래시장 한쪽, 볼품없는 사무실이지만 ‘형님’ ‘아우’하면서 뻔질나게 사람들이 찾아온다.

복비 대신 소주나 오징어를 받기도 하고, 글쓰기가 서툰 시장사람들의 민원서류를 대신 작성해 주기도 한다. 인생 1막에서 누리지 못했던 삶의 온기와 재미를 비로소 맛본다. 과거에 무얼 했는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운전 면허증’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소지하고 있다는 ‘공인중개사’ 자격증. 14만명이 취득했다지만 그 중 절반이 개업 중이고 그나마 하루가 멀다하고 폐업과 개업을 반복하는 것이 요즘 ‘부동산 중개업’ 실정이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 후반기 인생이 무척 깁니다. 더군다나 직장에서는 조기퇴출되기도 하고….” 이씨는 먼저 직장을 떠나온 자신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하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다.

퇴직 후 수필가로 등단해 1권의 수필집과 소설집, 그리고 부동산 중개 현장의 에피소드를 책으로 냈다. 그가 이처럼 글쓰기에 집착하는 것은 자신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많은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줄였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다른 사람의 성공을 도와주는 것이야 말로 진짜 성공 아닙니까?” 그의 웃음에 가을의 넉넉함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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