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포은선생 찾아왔다가 아들낳은 사람도 많디요”[개성 낡지만 맑도다]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09.02 09:23:39
  • 조회: 361
개성은 낡았다. 추하고 너저분하거나 험하게 닳았다는 것이 아니다. 허름하지만 예스럽고, 골동품을 보는 듯 맘이 간다. 고향에 산을 깎아 길을 뚫고 여기저기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외려 기분이 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련되지는 않지만 깔끔하고 잘 정돈돼 있다.

남측 출입관리소를 지나 비무장지대에 들어서면 냉전시절 국기 크기로 경쟁했던 남한의 최북단 대성동마을과 북한의 기정동마을이 눈에 띈다. 지금도 국기게양대는 높다. 북측은 게양대 높이 160m, 인공기 넓이 35×28m, 무게 100㎏, 국기 게양시 군인 40명이 올렸다. 남측 국기게양대는 높이 100m, 태극기는 18×12m다. 냉전의 공간을 넘어서면 화해무드를 반영하는 개성공단 현장. 여기서 5분만 들어가면 개성 외곽이다.

시내를 새로 단장한 모양이다. 10층이 넘는 고층 아파트도 보인다.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낡긴 했어도 집집마다 내어놓은 화분에 이내 기분이 좋아졌다. 남녀 할 것 없이 볕에 그을렸는지 구릿빛 피부의 시민들. 간혹 담장 너머 아이들은 신기한 듯 시범관광객이 탄 버스를 뚫어지게 쳐다봤고, 손을 흔들며 웃음을 베어물기도 했다. 교통을 통제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택시도 버스도 보이지 않는 시내는 고요했다.

고기남새상점, 봉동책방, 탄동상점, 개성영화관, 리발관, 텔레비죤, 조선옷, 천연색사진관, 남문양복점, 령통식당…. 실향민들에 따르면 시내는 많이 바뀌었어도 옛 흔적은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개성의 첫인상은 깨끗하다. 주민들이 맨발로 개울을 건너 다녔고, 물도 맑았다. 비록 시대극 세트장 같은 모습에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도 들었지만 개성엔 눈이 맑은 초등학생이나 높은 구두에 밝은 모자, 검은색 치마로 멋을 낸 아가씨, 제복을 잘 다려입고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군인)의 모습도 보인다. 오로지 자연만 감상해야 하는 금강산과 달리 사람 사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 좋다. 시내 사진촬영, 주민접촉은 엄격하게 금지됐지만 ‘북한’이 거기 있었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글수정
  • 글삭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