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작을수록 큰 기쁨 1.5㎝의 예술[‘개미사나이’ 김관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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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08.29 09:22:56
  • 조회: 443
광주 조선대 앞에서 개미공방을 운영하는 김관철씨(42)는 ‘미다스의 손’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가 하는 작업은 콩알만한 개미 조각하기. 돈도 안되는 일을 15년째 하고 있다. 크기는 기껏해야 1.5~2㎝ 정도. 흔히 볼 수 있는 왕개미 크기 정도다. 그 작은 개미가 표정까지 있다. 하루종일 앉아서 개미를 만들고 있는 김씨를 보자면 존경스러운 마음까지 든다.

김씨의 손은 반창고투성이다. 십수년을 했지만 순간 실수에 손가락이 나가버린다. 눈으로 잘 보이지도 않는 개미 다리를 칼로 깎다보니 그렇다. 관절이 꺾인 모습까지 구현한 나무 개미는 금세 살아 움직일 것 같다. 하지만 김씨의 공방에 있는 개미는 어느 것 하나 똑같은 게 없다. 자세와 표정, 느낌이 다르다. 노력도 보통 노력이 아니다. 도대체 왜 김씨는 이런 일을 하고 있을까.

“어려서부터 나무 깎는 것을 좋아했어요. 대학때 전공이 경제학이었지만 나무를 깎는 일에 훨씬 관심이 있어 동아리까지 만들었지요. 개미를 깎기 시작한 건 우연히 본 일본잡지 때문이에요. 나무로 깎은 개미 조각이 너무 섬세해서 계속 들여다보다 나도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도전하게 됐죠.”

일본인이 만든 개미의 몸통은 나무였지만 다리랑 더듬이는 철사였다. 김씨는 이왕 해보는 거 최고가 되어보자는 생각으로 더듬이와 다리까지 나무로 만들기 시작했다. 열심히 깎으면 하루에 개미 한마리. 힘이라도 세게 주면 부러져 하루종일 깎은 노력이 도로무익이 되기도 했다. 지금은 머리카락 두세올 굵기의 더듬이도 실수하지 않는다.

공방 안에 개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엔 ‘개미세상’이었지만 지금은 ‘곤충나라’가 되어버렸다. 베짱이, 무당벌레, 진딧물, 나비, 풍뎅이 등등 온갖 곤충을 모두 커터칼 하나로 만들어 냈다. 그냥 거저 만든 것은 아니다. 곤충도감 등 책을 사서 매일 연구했다. 곤충의 어떤 모습이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운지를 연구하고 ‘벅스 라이프’ 등 애니메이션도 ‘관찰’했다.

취미로 끝내기엔 실력이 너무 아깝다. 피물림을 하고, 평생 공부를 해서 이룬 장인의 수준. 개미도 점점 작아지고 있다. 지금은 손가락 한마디 정도 되지만 앞으론 불개미처럼 작은 개미까지 도전하고 싶다.
하지만 이 일에만 전념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도 아내와 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전국의 건설현장에서 목수일을 해야 했다. 한달 정도 열심히 일한 뒤 공방에 돌아와서 다시 개미를 깎는다. 그에게 건설현장은 개미 재료를 구하는 중요한 장소다. 주먹만한 나무조각 하나도 개미 생각을 하면 그냥 버릴 수가 없다. 5살 난 그의 아들도 어느 새 아빠편이 되어 좀 좋아보이는 나무조각만 있으면 조르르 주워서 온다. 피는 못 속이나 보다.

워낙 실력이 출중해 지난해 잠시 모 대학 조소과 강단에 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하지만 관련 학위가 없으면 강단에 설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올해는 이마저도 못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몇년 사이 입소문이 나면서 함평 나비 축제 등 몇몇 곳에서 전시 의뢰가 들어오고 있긴 하다. 얼마 못 받지만 그냥 공방에 썩히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에 열심히 전시를 한다.

“주변에서 다들 서울로 가라고 성화예요. 이 동네에서는 이런 거 만들어봤자 사 줄 사람도 없다고. 하지만 고향을 어떻게 뜹니까. 그저 아쉬울 따름이죠. 딱 5년만 누가 도와주면 곤충박물관 하나는 만들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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