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통신] 문자의 전성시대[너흰 아직도 말로 하니? 우린 문자로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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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08.22 08:52:57
  • 조회: 858
#1995년 8월19일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중소기업 사장 김철수씨. 지방 공장에서 들어오는 긴급 보고로 회의 내내 비서가 들락날락한다. 담당자와 전화통화를 하느라 회의는 결국 중단됐다. 주부 이영희씨는 며칠 전 구청에 주차문제 관련 민원을 넣었다. 열흘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다. 전화를 걸어 담당 직원을 찾았지만 휴가 중이라 당분간 연락이 안된단다. 늦잠을 잔 대학생 김빛나씨는 1교시 수업에 늦지 않기 위해 열심히 달려 강의실에 도착했다. 그러나 칠판엔 ‘휴강’이라고 적혀 있을 뿐이었다. 중학생 윤푸름군은 저녁시간에 학교 앞에서 쫄면을 사먹자고 말하기 위해 쉬는 시간 친구의 교실로 뛰어갔다.



#2005년 8월19일

중소기업 사장 김철수씨는 간부회의를 진행하는 동안 생기는 급한 일은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보고받는다. 30분 동안 문자로 지시를 내린 일은 3건. 회의도 끊김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주부 이영희씨는 구청에 민원을 접수하면서 휴대폰 번호를 적어냈다. 이틀 후 구청 직원이 방문할 예정이라는 진행 상황을 문자로 받았다. 강의를 하러 가기 위해 막 일어나려는데 김빛나씨의 휴대폰으로 조교로부터 ‘휴강’을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김씨는 기뻐하며 다시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대학생이 된 윤푸름군은 영화를 보러 가자며 수업 중 몰래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자판 배열을 외웠기 때문에 칠판을 보면서도 쉽게 문자를 보낸다.

‘문자의 시대’다. 지난달 한 이동통신사는 문자메시지 발신량이 음성전화 발신량을 추월했다고 발표했다. 휴대폰 보급으로 아무 때나 전화하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이제는 음성보다 문자로 용건을 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문자메시지가 생활 곳곳에 급속히 스며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LG경제연구원 백풍렬 연구원은 “문자라는 매개체가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말로 하면 ‘너는 어떻게 지내니? 나는 잘 지내…’ 하는 식으로 밋밋하고 길어지지만, 문자는 웃는 표시(∧∧)만으로도 충분하다”며 “기호나 간단한 문자가 많은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모티콘과 여러 가지 말투를 활용하면 표현할 수 있는 감정과 내용의 범위가 더욱 넓어지는 것이 문자만의 특징인 셈. 음성통화보다 문자로 주고받는 메시지에서 사람들이 훨씬 재미를 느낀다는 뜻이다. 무뚝뚝한 사람이 ‘관련 자료 메일로 보냈슴다 *∧∧*’라고 문자를 보낸다면 내용뿐 아니라 친근함까지 전달된다.

한번에 한글 40자까지만 보낼 수 있는 조건도 문자사용을 오히려 선호하게 만든다. 전화를 걸게 되면 “여보세요? 전데요. 잘 지내셨죠? 근데…” 하며 본론으로 들어가기까지 적지 않은 인사치레가 필요하다. 반면 문자는 용건만 간단히 보내면 된다. 데이터량 대비 전달되는 정보량이 많은 것이 문자의 장점이 된 것이다. 통화의 80% 이상을 문자메시지로 사용한다는 대학생 임병관씨(20)는 “친하지 않은 사람과 통화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 문자로 간단히 용건만 말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라디오 프로그램 역시 정보량이 많은 문자메시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동 중인 사람이 주된 청취자인 라디오 프로그램 특성상, 청취자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반영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MBC FM4U ‘윤종신의 2시의 데이트’ 연출을 맡고 있는 유경민 PD는 “전화로 의견을 들을 때는 하루 100통 이상 받기 어려웠는데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활용하면서 평균 3,000건에서 많게는 1만건까지 의견이 온다”며 “자료축적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한다.

이 같은 문자메시지의 특성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용가격이다. 원가 대비 요금이 비싸다는 지적이 있지만 음성통화 대비 가격은 훨씬 싸다. 청소년층과 청년층에서 문자메시지를 많이 사용하는 것도 금액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 도훈 대리는 젊은층이 문자메시지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문자로 대화하는 인터넷 메신저 사용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메신저 사용이 불가능한 외부에서도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야기하려는 성향이 높은 것 같다”고 해석한다. 여기에 ‘단방향성이면서도 양방향 통신에 가깝고, 즉답이 필수가 아님에도 즉시성이 보장되는 성격’이 문자통화를 선호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김양은 사이버문화연구소 소장(순천향대 교수)은 이를 ‘실용성’으로 설명한다. 전화는 수신자가 일부러 받지 않을 수 있지만 문자는 어쨌든 상대방에게 도착한다. 또 음성통화나 음성메시지 등에 비해 사용방법이 간단하다. “문자메시지는 사용하기 쉽고 정확하게 전달되는 가장 완벽한 의사소통 수단”이라고까지 김소장은 평한다.

스팸문자 등 부작용도 느는 추세. 하지만 40대 이상 중년층으로 문자사용이 확산되고, 문자 정액 요금제까지 나오면서 사용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 달 전부터 자녀에게 방법을 배워 문자를 써보기 시작했다는 회사원 최영훈씨(47)는 “답문자가 오길 기다리는 시간이 의외로 짜릿한데다가, ‘문자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라는 알림음이 설레게 한다”며 “생활의 재미가 늘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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