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농활 대신 ‘컴활’ 내 고향에 컴맹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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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08.22 08:50:22
  • 조회: 308
“사장님, 로그인 하는 방법 제가 알려드렸죠? ID와 비밀번호 쳐 보세요.” “응? 어디를 치라고?”

이곳은 속초 콩꽃마을의 한 음식점. 가게 뒷방에서 컴퓨터 수업이 한창이다. 창 밖에서 매미우는 소리 요란하지만 환갑을 넘긴 음식점 ‘사장님’의 신경은 온통 컴퓨터 화면에 쏠려 있다. 새파랗게 어린 강사가 얼른 해보라고 채근하는데 대체 ID를 어디에 대고 쳐야하는 건지, 원. 지켜보고 있던 강사 최창완씨(26)가 빙긋 웃으면서 화면을 가리킨다. “여기, 여기에 치시라고요.”



#컴맹 구출작전

강사 최씨는 ‘내고향 IT 봉사단’에서 활동중인 대학생. ‘…IT 봉사단’은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운영하는 대학생 자원봉사 조직이다. 지역 주민의 신청을 받아 컴퓨터 사용법을 교육하거나 고장난 컴퓨터를 무료로 고쳐준다.

사장님에게 제일 먼저 가르친 것은 바로 ‘맞고’ 게임. 컴퓨터와 친해지려면 흥미를 붙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로그인하는 데 애를 먹긴 했지만 일단 게임방에 입장하고 나니 평소의 경제활동(?) 실력이 나온다. 강사가 한눈 파는 사이 대번에 14점을 땄다.

김사장님도 컴퓨터를 전혀 배우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장사하는 사람이 인터넷을 너무 몰라도 안될 것 같아 예순이 넘은 나이에 학원도 다녀봤다. 그러나 진도를 따라가기 벅차 이내 그만뒀다. “1대 1로 배우니까 좋아. 못알아 들으면 다시 설명해주고. 우리같은 사람들이 이렇게 안하면 언제 컴퓨터를 배우겠어.”

인터넷을 알고 나니 그동안 물건을 비싸게 주고 산 것 같아 아까운 생각이 든다. 인터넷 쇼핑몰은 훨씬 저렴한데 그걸 모르고 살았으니…. 아들의 부정(?)도 적발했다. 아버지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게임 사이트에 ID를 3개나 만들어뒀던 것. 아들도 알려 주지 않았던 컴퓨터, 돈 한푼 받지 않고도 친절하게 가르치는 대학생 선생님이 기특할 따름이다.

“사장님, 내일 또 올게요. 수고하셨습니다.” “아니다, 수고는 네가 했지. 조심해서 가거라.”



#행복은 덤

현재 ‘…IT 봉사단’은 전국 98개팀, 693명이 활동하고 있다. 그중 속초 지역의 대학생 봉사단원은 모두 7명. 대부분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속초 토박이들로, 주로 콩꽃마을에서 10여가구를 교육하고 있다. 취직했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이 있어 각자 상황에 따라 시간을 조율해 한사람이 하루에 1~2가구를 방문한다.

이날 최씨의 다음 목적지는 길 건너 빨간 벽돌집. 김종석(52)·이숙영(38)씨 부부가 함께 배운다. 5살, 9살인 두 아들은 컴퓨터 도사인데 부모는 아이들 하는 얘기를 못알아 들으니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이날 배울 내용은 컴퓨터 분해와 조립이다. 컴퓨터 위치를 바꿔 설치할 때 필요할 것 같아 부부가 별도로 요청한 것이다. 이렇게 사정에 따라 조금씩 교육 내용이 변동되는 점도 ‘…IT 봉사단’식 맞춤교육의 장점이라나. “초록색 판은 여기 끼우시고, 이 전선은 이쪽에 끼우시면 되요. 혼자 하실 수 있겠어요?” “이야~ 쉽네. 눈 감고도 하겠어.”

밖에서 놀던 두 아들이 언제 들어왔는지 쪼르르 달려와 엄마 무릎에 올라앉는다. “우와~ 이거 꼭 자장면 배달통처럼 생겼다.” “엄마, 조립하는 거 다 배우고 나면 나한테 e메일 보내봐. 알았지?” 아빠가 편지 내용을 부르면 엄마가 받아치고 혹시 실수하는 부분이 있으면 아이들이 고쳐주고…. 이전엔 아이들만의 장난감이었던 컴퓨터가 이제는 가족을 한자리에 모여앉게 하는 구심점이 됐다.

정기 봉사활동은 방학 기간에 그치지만 봉사단원들의 활약은 계속된다. 신청하면 해당 지역의 ‘…IT 봉사단’이 수시로 방문해서 교육한다. (02)3660-2684 www.kad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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