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장애가 행복한 가정의 장애가 되진 않죠”[동화작가 고정욱씨의 아주 특별한 가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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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08.19 09:20:41
  • 조회: 816


“아빠가 장애인이지만 다른 아빠들보다 능력있는 거 알지?” “그러엄요~. 우리가 부모님 잘 만났죠.” 합창하는 3남매. 평소 오가는 대화를 들으면 정말 닭살 가족이다. 소아마비 1급 장애인으로 ‘안내견 탄실이’ ‘아주 특별한 우리형’ 등 장애소재 동화책을 쓴 작가 고정욱씨(45) 가족 얘기다.

장애에 대한 편견이 심한 사회에서 장애인 가족이 있다는 건 어느 정도 부침을 의미한다. 그런데 고씨와 부인 이연숙씨(41), 고1, 중1, 초등학교 2학년인 3남매는 날마다 행복하다. 비법은 딱 한가지. 현재 가진 것들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다. 방학이다. 서울 구의동 아차산 집필실에서 고씨가족 특유의 아이들과 똘똘 뭉치는 비법을 훔쳤다.



#우리처럼 살 수 있어요?

지난주에도 가족들은 경기 가평군의 시골집에 다녀왔다. 8년째 주말마다 개천에서 물고기 잡고, 나물 캐고 옥수수·삼겹살 구워먹으며 신나게 논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부부가 시골이 좋아 무작정 얻은 공간. 고씨의 집필실로 마련한 곳이 가족들의 쉼터가 됐다. 귀신 나온다고, 불편하다고 싫어하던 아이들은 어느덧 낯선 환경 속에서 자연과 화합하는 법, 아기자기한 재미를 알게 됐다. 서울살이에서 못 느꼈던 가족간의 정을 느끼게 됐다.

아빠는 직접 기른 고추를 팔아보게도 하고, 장애인들이 부품을 조립하는 공장에서 하루종일 일을 시키기도 했다. 아이들은 한결 품이 넉넉해졌다. 어렵고 힘든 일이 많고 다양한 삶의 형태가 있음도 안다.

남편은 17년 전 결혼하면서 아내에게 “장애인과 결혼하는 것도 힘든데, 아이는 낳지 말자”고 했었다. 결혼생활, 아이들 자체가 기적이었다.

첫 아들 경현이를 키우면서 부부가 함께 육아일기를 써 책으로 냈다. 주5일 근무라는 말도 생소했던 시절, 자체적으로 주5일 근무를 선언하곤 마음껏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세미나, 취재, 해외 출장 할 것 없이 고씨는 가는 곳마다 아이들과 함께했다. 별난 아빠다.

가족 얘기가 알려진 후 아빠는 지난해 가정법률상담소 가정폭력부부들이 참가하는 행복찾기 부부캠프에서 강의도 했다. 메시지는 간단했다.

“제 소원은 아버지되는 거였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다 남편, 아버지잖아요. 비장애인들에겐 지하철이 별것 아니지만 장애인에겐 지하철을 타는 것이 간절한 목표인 것처럼, 여러분들은 행복한 상황에서 불평하고 있다는 것을 아셨으면 합니다. 모든 걸 내 탓이라고 생각하세요. 불평은 사라집니다”.



#나처럼 행복할 수 있어요!

인터넷에서 ‘고정욱’을 검색하면 72권의 저서목록이 나온다. 그중 40~50권이 장애를 소재로 한 동화다. 현대소설로 박사학위를 받고 신춘문예로 등단한 잘 나가는 소설가가 1999년 장애동화를 쓰게 된 건 아이들 때문이었다. 읽힐 만한 동화책들이 시원치 않다고 생각하던 차에 한 출판사에서 학년별로 좋은 책을 추천해 달라며 수천권의 책을 보내왔다.

내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책, 정말 좋은 책을 써야겠다는 다짐으로 썼던 것이 국내에선 처음으로 장애를 다룬 동화 ‘아주 특별한 우리형’. 그 해 제일 많이 팔린 동화책이 됐다. 처음엔 장애 유형별로 1년에 한권씩 쓰겠다고 생각했는데, 장애인을 둔 부모, 친구, 자녀 얘기 등 끝이 없었다.

고씨가 가족만큼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이 장애인 관련 활동. 국제장애인연맹(DPI) 한국지부 이사, 장애인을 위한 무료배달 도서관 ‘새날도서관’(후원문의 02-458-3561) 등 활발한 장애인 관련 활동도 하고 있는 고씨가 돈을 열심히 버는 이유도 장애인을 위한 실버타운을 만들겠다는 목표 때문이다. 죽고난 후에는 작가보다 장애인 인권운동가로 기억되길 바란다.

의사가 꿈이던 고씨는 고3때 장애인은 의대는 물론, 공대나 자연계를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성대 국문과에 입학했다.

“의사는 못 됐지만 마음을 고치니 더 잘 됐잖아요. 또 어렸을 때부터의 꿈인 화목한 가정을 이뤘으니 전 정말 행복하죠.” 아빠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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