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휠체어 ‘속도위반’ 잘나갑니다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07.20 09:15:08
  • 조회: 406
[장애는 장애가 아니다…루프스 환자 오수미씨의 ‘대박신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이 사람. 고객의 전화를 꼭 두 손으로 받는다. ‘소비자는 왕’이어서가 아니다. 팔에 힘이 없어 한 손으로는 전화기를 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대쪽 손으로 팔 아래를 받치거나 팔꿈치를 책상에 괴어야 한다. 아기 용품 쇼핑몰 ‘그린드림(www.green dream.co.kr)’을 운영하는 오수미씨(34)가 그렇다. 그는 루푸스(자가면역 질환) 환자다. 무리하면 ‘큰 일’나는, 일명 ‘공주병’에 걸려 ○○○째 투병 중이다. 다발성 근염이 와서 근육 일부가 녹아내렸다. 의자에 한번 앉았다 일어서는 일도 힘겹다. 하지만 ‘몸도 불편한 사람이 어떻게 사업을 하겠느냐’는 속단은 곤란하다. 물건을 파는 재주가 남다르다. 월 매출액이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오씨는 ‘아직 배가 고프다’. 벌여야 할 사업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공주병 환자의 결심‘그린드림’ 사무실은 오씨 아파트의 거실이다. 아침마다 동업자인 남편과 손잡고 안방에서 거실로 나란히 ‘출근’한다. 지난 2월 개업후 주로 유모차나 카시트 같은 유아 안전용품을 판매한다.

사실 루푸스만 아니라면 이렇게 어려운 일에 도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루푸스가 발병했다. 집은 버스 정류장까지 30분은 걸어나가야 하는 외진 곳에 있었다. 근육에 힘이 없어 오래 걸을 수 없는 그에게 어머니는 “1년만 쉬면 학교에 다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래, 1년이면 병도 낫겠지. 할 수 없이 자퇴서를 썼다. 결국 그는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다. 병세는 날이 갈수록 악화됐다.

장애인이 되고 나니 다른 세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면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없다. 그것은 곧 직업을 가질 수 없고 결혼하기도 어렵다는 얘기였다. 장애인들이 제 삶을 스스로 짊어지고 나갈 만한 여건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은 것이다. ‘사회가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내가 기회를 만들어 나가자.’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궁리해보니 컴퓨터 관련 분야가 제일 좋을 것 같았다.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컴퓨터 그래픽 운용 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쇼핑몰 창업 강좌도 이수했다. ‘준비된 사장님’으로 거듭났다.

오씨가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자 남편 박대화씨(34)도 직장을 그만두고 거들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남편을 말렸어요. 이런 불경기에 회사를 그만뒀다가 사업에 실패하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고집쟁이 남편은 사표를 썼다. 단 둘이 하는 일인데 사장 직함 쓰는 게 어찌나 쑥스럽던지. 남편은 ‘실장님’, 자신은 ‘팀장님’을 맡게 된 이유다.



#희망을 파는 쇼핑몰오씨는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쇼핑몰 홈페이지를 업데이트하거나 주문 들어온 것을 확인하며 하루를 보낸다. 남편이 물건을 배송하러 나간 사이, 간간이 걸려오는 상담 전화에 응대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체중 54㎏까지 수용하는 장애아용 유모차도 취급하다보니 아이가 아픈 엄마들의 전화를 종종 받는다. 장애인이 겪어야 하는 불편을 비장애인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엄마들은 묻고 또 묻는다. 정말 튼튼한지, 오래 앉아도 편안한지. 엄마들의 마음을 모를 리 없는 그는 자신도 모르게 고백해버린다. “저도 외출할 때 휠체어를 타고 나가요.”

엄마들은 딱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한 마음에 속사정을 털어놓는다. “우리 애를 유모차에 태워서 나갔는데 길 한가운데서 유모차가 그만 주저앉아 버린 거예요. 이번에는 좀 비싸더라도 장애 아동 전용으로 사고 싶어요.” 오씨는 아동의 키와 몸무게를 물어보고 그에 딱 맞는 유모차를 추천한다.

가끔은 엉뚱한 네티즌들의 전화도 온다. “저기요, 유모차를 거기서 산 건 아닌데요. 인터넷에서 보고 전화해 본 거예요. 우리집 유모차가 좀 이상해서요.” 우리 고객이 아니라고 매정하게 전화를 끊을 수는 없다. 잘 모르는 내용을 상대방이 물어올 때는 일단 연락처를 받아뒀다 알아보고 난 뒤에 다시 전화해준다.

주인의 친절함에 손님이 이어지는 것일까. 오씨는 매달 1천5백만~2천5백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박’ 사장님이다.

그의 원대한 계획은 사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금은 수익 일부를 ‘상록수’라는 장애인 단체에 기부하는 정도지만 장차 회사 규모가 커지면 아예 정식 직원으로 장애인들을 고용할 생각이다. 자립을 돕기 위해서다. 복지홈(home)도 세우고 싶다. 생활 공간은 물론 작업 공간, 재활 치료실까지 갖춰 놓을 것이다. “저 진짜 돈 많이 벌어야겠죠? 해야 할 일이 많거든요.”

그의 손톱은 하얀색이다.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서다. 최근 손가락 끝이 곪기 시작해 통증이 심하다. 그래도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일은 멈추지 않는다. 열심히 일하고 돈 많이 벌어서 장애인 친구들이 세상으로 나갈 문을 활짝 열어줄 것이다. 힘겹고 외로운 세상이지만 이 땅의 날개 없는 천사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다.





루푸스는 어떤 병?



루푸스(Lupus)는 피부, 관절, 혈액 등 신체 각 기관과 조직에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자가 면역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희귀병으로 분류되고 있다. 면역 체계가 외부의 침입자(항원)와 자신을 구분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탓에 자기 자신에 대한 항체를 형성한 뒤 스스로를 공격한다. 증상은 환자마다 제각각. 얼굴에 생기는 붉은 점, 관절염, 신경계 질환 등 기준 증상만 11개가 된다. 이 가운데 4개 이상이 나타나면 루푸스로 진단된다.

어느 연령에서나 나타날 수 있지만 성인 남성에 비해 성인 여성의 발병 빈도가 10배 정도 더 높다. 발병 원인으로 스트레스, 약물 복용 같은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거론되고 있으나 확실하게 알려진 것은 없다. 간혹 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돼 입원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의사의 지시를 잘 따르고 약을 정확한 용법대로 복용하면 환자 대부분은 생활하는 데 지장 없는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글수정
  • 글삭제
  • tweet tweet
  • ceo인프란 05.07.26 09:48:26
    좋은글 보구갑니다 두분들의 용기와행동에 제가 느끼지못한것을느꼈습니다 고맙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