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장마철엔 왜 수제비가 먹고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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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07.12 08:53:11
  • 조회: 369
우리는 가끔 음식이 아니라 추억을 먹는다.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는 수제비와 빈대떡 생각이 절로 난다. 처마 끝에 똑똑 떨어지는 빗방울을 세면서 빈대떡이 익기를 기다리던 어린 시절, 김이 설설 오르는 수제비를 앞에 두고 비에 젖어가는 산과 들판을 바라보던 기억이 또렷하다. 음식 앞에선 층하를 가리던 어머니였지만 수제비를 먹을 땐 온 식구가 ‘둘레상’에 앉게 했다. 솥째 올라오던 수제비를 각자 양껏 덜어먹었다. 아버지도 한 그릇, 나도 한 그릇…. 이 날만은 아버지의 밥상을 기웃거릴 필요가 없었다. 그만큼 수제비는 평등한 음식이었다.

‘수제비’라는 말은 원래 손으로 접는다는 뜻의 ‘수(手)접이’에서 나왔다. 수제비는 국수와 마찬가지로 밀로 만든 음식이지만 국수보다 조리과정이 수월했다. 국수는 도구를 갖춰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그 옛날에는 잔칫상에나 오르던 귀한 음식. 국수틀도, 칼도, 도마도 갖추고 살기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손으로 뜯어 만들어 먹었던 국수가 바로 ‘수제비’였다.

‘빈대떡’은 예전에는 기름에 부친 고기를 제사상이나 교자상에 올려 놓을 때 받침용으로 쓰던 음식이었다. 그 후 가난한 사람을 위한 먹음직스러운 요리가 되면서 빈자(貧者)들이 먹는 떡, 즉 ‘빈대떡’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잘 달궈진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반죽을 떠 펴 주고, 그 위에 그날 그날 구미에 당기는 재료들을 얹어 노릇노릇 구우면 된다. 얹는 재료에 따라 파전, 김치전, 호박전, 굴전 등 다양하게 변신한다.



#비가 오면 왜 수제비, 빈대떡 생각이 날까?

비가 오는 날이면 어서 집에 가서 ‘뜨뜻한’ 수제비에 빈대떡이나 부쳐 먹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왜 하필이면 수제비, 빈대떡일까? ‘비’와 수제비, 그리고 빈대떡이 무슨 상관이기에…. 김승대 기상청 기상예보관은 “비-수제비-빈대떡은 기상학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다만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면 상승기류와 함께 날아가야 할 냄새들이 낮게 내려온 구름에 갇혀 우리 주위에 맴돌기 때문에 비오는 날 부치는 전의 냄새가 유난히 고소하게 느껴진다는 것. 결국 비오는 날의 부침개와 수제비 국물의 고소하고 구수한 냄새는 우리의 미각과 뇌를 강하게 자극하게 마련. 이는 곧 비가 오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수제비와 부침개를 떠올리도록 기억 속에 저장된다는 설명이다.



#음식은 情이고 추억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옛날 어머니의 ‘손맛’을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호박과 풋고추를 숭숭 썰어넣고, 끓이기만 했던 ‘된장국’이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그러나 그 맛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은 ‘맛’이 아니라 그 시절의 ‘정(情)’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갖은 재료에 갖은 양념으로 맛과 멋을 낸 호텔 식당 음식을 먹고 나면 ‘비싼 밥’ 먹었다는 뿌듯함은 있지만 마음 속까지 훈훈해 지는 충만감을 느끼기는 어렵다. 소찬이지만 둘레상에 모여앉아 숟가락을 섞어가며 나누는 음식에는 서로를 아우르고 위로하는 힘이 있다.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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