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파랑새’ 싣고 달리는 택시[남다른 나눔 실천 택시운전기사 김형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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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06.15 09:11:27
  • 조회: 441
택시기사 김형권씨(58)는 얼마 전 책을 한 권 냈다. 자비를 들여 출간한 수필집 ‘파랑새’. 몇 해 전부터 라디오에 쓴 편지 사연, 수필들, 메모를 엮어 만든 책이다. 조수석 뒤에 매달아놓은 수필집 표지에는 ‘수익금 전액은 이웃을 위해 쓰인다’고 큼직하게 씌어 있다. 인세와 판매수익금 전액은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한다.

그는 “모금함 하나만 놓는 것보다 책을 보여주니 취지에 공감하는 손님이 더 많다”며 “기부도 하고 손님과 이야깃거리도 만드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아름다운재단’(www.beautifulfund.org)과 함께 동료들을 모아 ‘나눔의 택시’를 준비하고 있다. 수입의 1%를 기부하는 것은 물론 홍보대사 역할, 봉사활동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택시요금이 인상돼 승객들이 줄었고 그만큼 따뜻한 마음도 위축됐을 터. 그러나 그는 봉사가 어렵고 대단한 게 아니라고 했다. 홀로 택시를 타는 노인들은 1,000원만 받기도 하고, 그냥 태워드리기도 한다. 병원에 가는 노인들은 5층까지 업어다 드리는 ‘특별 서비스’를 한다. 지금은 ‘천사표 기사’지만 “젊었을 때는 봉사·기부와 전혀 거리가 멀었다”고 고백했다. 앞만 보며 달리던 시절. 욕심이 앞서 주변을 보지 못했다. 때로는 남을 짓밟고 상처를 주기도 했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에게 해를 끼친 사람, 상처 준 사람, 배신한 사람…. 떠올려보면 많을 것 같지요? 웬만해선 손에 꼽기도 힘들어요. 하지만 내가 어려울 때 도와준 사람들을 생각하면 훨씬 많지요. 이게 다 빚이에요. 지금 내가 봉사한다곤 하지만 이자 정도밖엔 안 되지요.”

그는 2000년부터 택시운전을 했다. 흔히들 그렇듯, 이 자리에 오기까지 굴곡도 심했다. 원래는 미술을 전공한 광고인. 대기업계열 광고회사에서 32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부장을 지냈고, 회사를 설립해 사장님 소리도 들었다. 음식솜씨가 좋았던 아내와 함께 오징어요리 전문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런데 새로운 일을 준비하려던 차에 외환위기가 터졌다. 피땀 흘려 번 돈을 까먹게 됐다. 결국 붓을 잡던 손으로 핸들을 잡았다.

그는 “이제야 천직을 찾은 것 같다”며 씨익 웃었다. 원래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고,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니 택시기사 일이 너무 즐겁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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