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통신] 너 오늘도 down받다 밤샜니?[디지털시대 새 질병 ‘다운로드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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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05.25 08:59:27
  • 조회: 494
간호조무사들이 찍은 ‘신생아 학대’ 사진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들은 경찰서 철제 의자에 고개 숙이고 앉은 채 고백했다. “미니홈피를 재미있게 꾸미고 싶어서 그랬어요.” 네티즌들은 그들의 사고방식에 경악했다.

디지털시대의 일그러진 풍경. 최첨단 디지털 기술은 이처럼 기존 상식으로는 해독하기 어려운 신인류를 낳았다. 이들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면 정보의 바다에서 익사할 때까지 헤엄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니홈피에 ‘튀는’ 사진을 올려 인기 끌 수 있다면 직업 윤리 따위는 망각해버린다. 누구라도 좋다. 자신의 블로그에 관심 가져준다면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그들은 왜 열광하고 집착하는가. 인터넷중독 증상의 새로운 유형으로 떠오르고 있는 ‘다운(로드) 증후군’과 ‘싸이홀릭’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누가 나 좀 말려줘요’-다운(로드) 증후군

잡지사에 다니는 이모씨(36)는 밤이면 밤마다 인터넷에서 파일을 다운로드 받는다. 영화, 스포츠, 다큐멘터리…. 장르는 불문이다. 다운 받는 파일은 4.7GB(기가바이트)짜리 공DVD로 직행. 예전에는 공CD를 썼지만 DVD 용량이 CD보다 10배쯤 크기 때문에 DVD가 더 경제적이다. DVD 플레이어도 새로 샀다.

밤새도록 다운 받아도 다 못 받은 파일은 아침에 ‘걸어놓고’ 출근한다. ‘다운로드’ 버튼만 클릭해놓으면 뒷일은 컴퓨터가 알아서 처리한다. 한창 파일로 DVD를 채울 때는 한달에 100장까지도 해봤다. 100장이면 영화가 700편이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나의 DVD들이여. 바라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구나.

DVD에 저장하는 사람은 그나마 부지런한 편. 별도의 저장 장치를 사용하는 게 귀찮은 사람들은 아예 하드디스크 용량을 대폭 늘린다. 대학생 김모씨(24)가 처음 컴퓨터를 샀을 때 하드디스크 용량은 80GB였다. 김씨는 여기에 착탈식 하드디스크 80GB짜리 8개를 더 달았다. 창고가 넓어져서 이제 좀 살 만하다 싶었는데 웬걸. 두달을 못 넘기고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충혈된 눈을 비벼가며 동이 트도록 다운 받은 파일들 덕분이다.

그 파일을 전부 감상하는 것일까? “그게 우리 같은 사람들의 문제점 중 하나인데요, 실제로 보는 파일은 30%도 안 되어요. 보지 않은 게 부지기수죠.” 그럼 왜 그렇게 열심히 다운 받을까. “새 파일이 올라와 있으면 일단 받아놓아야 해요. 안 그러면 불안하거든요.”



#‘사랑받고 싶었어요’-싸이홀릭

싸이홀릭은 싸이월드 중독자를 일컫는 말이다. 자기 미니홈피의 방문자 수를 확인한 뒤 방명록에 답글 쓰고 1촌들의 미니홈피를 순회한 뒤 다시 자기 방명록을 확인하고…. 한번 컴퓨터 앞에 앉으면 서너시간은 금세 흐른다.

고등학생 박모양(17)은 방문자 수가 10명 이하에 그치는 날이면 직접 숫자를 ‘조작’한다. 방문자 수가 곧 인기의 척도라고 생각한다. 미니홈피에서 ‘로그아웃’을 클릭하면 로그아웃과 동시에 방문자 수가 1명 올라간다. 선수라면 다 아는 사실. 혼자서 로그인과 로그아웃을 반복해 방문자 수를 20~30명쯤으로 올려 놓는다.

식상한 게시물로는 미니홈피 흥행에 성공할 수 없다. ‘신생아 학대’ 사진처럼 충격적인 사진도 가리지 않는다. 손님을 끌고 싶은 마음에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생뚱맞은 댓글을 달아놓기도 한다. “제 미니홈피에 가수 보아의 데이트 사진 있어요. 어렵게 구한 거니까 꼭 와서 보세요.”



#취미와 중독 사이

파일을 내려받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네티즌들은 정보에 대한 소유욕이 높은 사람들이다. 새로운 지식에 관심이 많아 관련 분야의 파일은 닥치는 대로 수집한다. 인터넷 어느 구석에 숨어있던 희귀한 파일을 찾아냈을 때의 성취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싸이홀릭도 ‘공허함을 채우려 한다’는 점에서 다운(로드) 증후군과 유사성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싸이홀릭 현상이 교류와 소통에 대한 욕망을 의미한다고 진단한다. 국민대 이수진 교수는 “미니홈피 방문자 수는 온라인 상에서 자신이 타인에게 얼마나 영향력 있는 존재인지를 나타내는 양적 지표가 된다”며 “‘신생아 학대’ 사진도 타인의 시선을 끌고 싶다는 인정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중독 예방·상담센터의 김미화 상담연구원은 “아직까지 임상학적으로 싸이홀릭이나 다운로드에 대한 집착을 ‘중독’으로 판단하지는 않지만 현실 생활에 지장을 주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취미에 그친다면 상관없지만 목적 없이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면 중독과 다를 게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다운(로드) 증후군은 저작권 침해라는 정보윤리와도 직결된다. 김연구원은 “자신이 ‘왜’ 미니홈피에 시간을 쏟고, 수많은 파일을 다운 받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좀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싶다는 신생아실 간호조무사들의 욕구는 결국 형사 입건이라는 개인적 불행을 불렀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장난감. 즐길 것인가, 노예가 될 것인가. 선택은 각자 의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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