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빛이 없어도 나는 감사해요 [시각장애 튜바연주자 장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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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05.12 09:44:13
  • 조회: 606
한세대 학생들의 연주회가 있던 지난 7일 평촌아트홀. 금관·목관악기로 구성된 윈드오케스트라의 묵직한 연주로 ‘독도는 우리땅’이 울려퍼졌다. 그중에서 가장 깊게 울리는 소리가 있었다. 장남석씨(22·관현악과 4년)의 튜바소리다. 줄곧 눈을 감고 연주하는 그의 자리에는 보면대가 없다. 악보를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 악보와 지휘자의 스타일까지 모두 머릿속에 집어넣고 연주해야한다.

장남석씨는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빛을 잃었다. 체중 600g으로 태어난 칠삭둥이. 엄마의 품에 안기기도 전에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야 했고, 산소공급 이상으로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시력을 잃었다. 의사들은 고개를 저으며 살릴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가쁜 숨을 쉬어가며 그는 살아남았다. ‘시각장애가 유전이 아닌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는 밝은 청년으로 자랐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치원이 없던 때, 4살 꼬마 남석이는 엄마 손에 붙들려 피아노학원에 갔다. 친구들을 사귀고 새로운 세상을 접해보라는 어머니의 배려였다. 그곳에서 음악을 처음 만났다. 두 눈 대신 두 귀로 세상과 소통하는 그에게 음악은 좋은 친구였다.

“특수학교에 진학하면서 여러 악기가 어우러지는 소리에 매료돼 밴드부에서 트럼펫을 연주하기도 했고, 친구들과 보컬밴드를 결성해 드럼을 치기도 했어요. 소풍가면 발라드에서 트로트까지 노래자랑 반주를 해주니까 인기도 좋았죠.”

하지만 특수학교에서의 밴드는 취미 정도일 뿐이다. 취업 대신 대학에 진학한다 해도 사회복지학과나 특수교육학과가 대부분. 그는 달랐다. 고등학교 입학후 음악을 전공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시각장애를 안고도 훌륭히 졸업하면 내 뒤의 후배들도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다짐에서였다.

진학은 했지만 지휘자의 사인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연주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는 자신 때문에 피해가 되지 않도록 코피를 흘리고 밤을 새우며 미리 다 연습하고 외웠다. 지독한 노력. 지난해에는 학교 대표에 뽑혔다. 학교사상 금관악기, 그것도 튜바독주를 하고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것은 그가 최초였다. 마지막 연주가 끝나고 들려오는 청중의 박수는 힘든 지난 날을 잊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무대를 내려오면 항상 허탈감이 밀려오지만 음악이 힘들어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어요. 오히려 힘든 것은 시각장애인을 배려해주지 않는 환경이죠.”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재도 없고 시설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학교에서 공부하려니 섭섭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두 귀와 두 손, 그리고 마음으로 울리는 그의 음악에 보이지 않는 눈은 더 이상 장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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