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불행은 거대했으나 어머니는 위대했다 [일곱번의 오열, 오십년의 고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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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05.10 14:18:50
  • 조회: 418
아름다운 어머니와 아들의 사연이 있습니다. 김갑수씨(39)는 하반신을 못 쓰는 장애인이고 김석락씨(69)는 그 아들을 보살펴 온 어머니입니다. 6남매와 남편을 모두 병수발하며 평생을 살아온 어머니는 막내아들 김씨에게 ‘살아가는 이유’, 그 자체입니다.

어머니.
어머니께 처음 써보는 편지, 어색하고 쑥스럽습니다. 이 쑥스러움은 저의 불효와 비례하는 것이겠지요. 내년이면 고희를 맞으시지만 오히려 자식들 걱정에 밤잠을 못 이루는 것을 알기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20살 꽃다운 나이에 아무것도 없는 아버지에게 시집오셔서 저희 3남3녀를 낳으셨지요. 하지만 행복은 우리 가족의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그중에서도 어머니는 우리의 불행을 온몸으로 막아내신 분이었지요.
기억나지도 않는 3살때 일이네요. 셋째누나가 쉰밥을 먹고 식중독에 끙끙 앓아 누웠었죠. 깡촌에서 병원갈 돈도 시간도 없었기에 어머니는 쌀뜨물을 먹이면서 날이 밝기만 기다렸어요. 결국 셋째누나는 손도 한번 못써보고 그렇게 갔습니다. 어머니는 “내가 막내딸을 죽였다”며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어머니 잘못이 아니란 건 우리도 잘 압니다.

둘째 형이 사고를 당했을 때도 입술에 피가 나도록 이를 악물고 남몰래 오열하셨죠. 논에서 불놀이 중 불똥이 바지에 튀었고 불은 형의 왼쪽다리를 전부 먹어치워버렸어요. 오금이 들러붙은 형은 다리가 짧은 채 평생을 살아야만 했습니다. 아이들의 놀림을 견디지 못해 결국 고등학교를 자퇴한 형을 붙들고 우리 눈에 띄지 않으려 숨죽여 우시던 어머니,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네요.

왜 불행은 우리 가족에게만 찾아올까요. 건강하게 군대갔던 큰 형이 사고로 죽게 생겼다는 소식에 어머니는 실신하셨죠. 사역을 나가던 트럭이 뒤집혀 형은 크게 다쳤어요.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멀쩡한데 말이죠. 형은 두번의 뇌수술 끝에 살아나긴 했지만 한동안 정상적인 생활을 못했어요. 어머니는 충격으로 반쯤 정신을 잃으셨고요. 대소변을 음식처럼 먹으려 했던 사실을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1991년엔 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셨죠. 마을이장을 하며 평생 한량으로 지냈던 아버지였지만 그 존재는 우리에게도, 어머니에게도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병원비가 없어 치료 한번 제대로 못하고 몇달간 집에서 버티다가 결국 산소호흡기를 떼던 날이 기억납니다. 우리를 쭉 훑어보시다가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보며 식음을 전폐하셨지요. 그렇게 처절한 어머니의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곧 이어 큰누나가 위염으로 6개월간 병원 신세를 졌고 작은 누나도 허리 디스크로 수술을 몇차례 했지만 어머니는 묵묵히 병수발을 했습니다. 죽을 병은 아니었기에 오히려 어머니는 감사했지요. 어느 자식 소중하지 않겠느냐만 장애를 가진 막둥이 아들에 비하면 별거 아니었을 겁니다.
‘신체발부 수지부모’라고 부모에게 받은 몸을 소중히 간직하는 게 제일 큰 효도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가장 큰 불효자입니다. 유일하게 멀쩡했던 제가 93년 조카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다 트럭을 들이받았지요. 운전을 한 조카는 멀쩡하게 살았지만 뒤에 탔던 저는 깨어나 보니 몸이 움직이지 않더군요. 하반신 마비였습니다. 결혼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이었죠. 뒤에 들은 얘기지만 제가 두달 동안 미쳐서 난동을 부리고 사람만 보면 물어뜯으려고 했다네요. 어머니는 그런 저를 붙들고 똥오줌을 받으며 병수발을 했고요.

어머니는 종종 말씀하셨죠. “내 부모가 나를 예쁘게 낳지도 않았고, 공부도 별로 안시켰지만 튼튼한 몸을 줘서 감사하다”고. 어머니는 정말 건강하셨어요. 6남매와 아버지가 병으로, 사고로 하나둘씩 스러져 갈 때 묵묵히 수발을 들며 생계까지 책임지셨으니까요. 하지만 마음은, 그 가슴은 골병이 드셨을 겁니다.
제가 어머니께 한 유일한 효도는 결혼을 한 것일 겁니다.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저를 버리지 않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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