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도전!주부 알바 [단순 ‘노가다’서 청원 경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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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04.21 08:39:35
  • 조회: 1359
구멍난 가계부를 메우고 싶다. 신용불량자 신세에서 탈출하고 싶다. 아이 학원비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주부들이 바깥 일을 찾아나서고 있다. 그들 중 사회활동으로 삶의 보람을 찾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팔팔한 청년도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인 실업자 시대. 주부라고 ‘어서옵쇼’ 환영할 리 없다. 뒤늦게 사회의 험난한 파고에 뛰어든 주부들은 ‘제3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시간당 4,000원짜리 단순 ‘노가다’에서 인터넷 시대 생겨난 신종 아르바이트까지 다양한 ‘주부 알바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엄마, 청원경찰 됐다!

서울 송파구 삼전동 삼전우체국에는 ‘미녀 청원경찰’이 근무한다. 허리춤에 가스총을 차고 각이 선 제복을 차려입은 소정임씨(37). 올해로 3년째다. 결혼 12년 만의 ‘외출’. 식당에서 잠깐씩 서빙보조로 일한 적 있지만 계약직으로 비교적 안정된 일을 갖기는 처음이다. 직장인 남편과 11살, 14살 된 두 딸이 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남편의 월급은 반토막으로 줄었다. 알바 자리를 찾아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소씨의 한달 수입은 95만원 정도. 2년전 내집 마련한 25평형 아파트 대출이자를 갚는 데 쓰고 있다.

새벽 5시 일어나 남편과 아이들 식사를 챙겨놓고 먼저 출근한다. 보통 아침 8시30분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한다. 우체국 경비 역할부터 안내와 공과금을 내러 온 어르신 돕기까지 도맡는다. 싹싹하고 친절해 손님들로부터 사랑받는다. 딸 같고 며느리 같은 주부의 편안함이 장점으로 꼽힌다.

“처음엔 겁도 났는데 우체국에 계신 분들이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일 하면서 제가 아직은 매력적인 인간이구나 느껴 기분 좋아요. 하지만 일하는 데는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죠. 알바를 하지 않았다면 이자 부담 때문에 집을 다시 팔았을 거예요.”

요즘은 팔·다리가 자주 저린다. 하루에도 몇번씩 무거운 우편물을 들고 올려야 한다. 평일 1,000여명이 찾는 우체국에서 종종걸음치고 나면 집에 가서는 기진맥진한다. 그러나 이웃 주부들이 부러워할 때는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주부가 이 나이에 나가서 일할 만한 곳이 없잖아요. 우체국에서 4시간짜리 일회성 알바를 구할 때가 있는데 수십명의 주부가 몰려요. 일하고 싶은 주부가 정말 많거든요.”



#피같다, 시간당 4,000원

‘청원경찰’이라고 해서 태권도나 유도 단증을 갖춰야 하는 건 아니다. 신장 150㎝, 시력 0.8, 학력 고졸 이상자이면 된다. 청원경찰 파견 업무를 맡고 있는 우정복지협력회 경비사업부 이기석씨는 “전국 우체국에 여성 청원경찰이 130여명 있고 그중 90%가 주부”라고 말했다.

인터넷이 출현하면서 과거에는 생각지 못한 재택 알바도 생겨났다. 이소영씨(42)는 인터넷사이트 네오위즈의 세이클럽 게시판 운영자로 일한다. 광고물이나 욕설·음해성 글을 삭제하는 등 게시판 지킴이다. 하루 4시간씩 원하는 시간대에 일한다. 요즘은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시간당 1만2천원. 단순직에 비해 높은 편이다. 취미로 사이버 작가방에 글을 올리다가 인터넷에서 모집공고를 봤다.

“출퇴근 부담이 없고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 아니어서 좋아요. 하지만 회사에 출퇴근하는 마음으로 정시에 앉아 빈틈없이 일해요. ‘성실성’이 아줌마의 최대 장점이죠. 진작부터 일하고 싶었지만 초등학교 3학년인 막내가 어느정도 클 때까지 기다렸어요.”

일하면서 네티즌의 유행을 알 수 있어 젊어진 느낌이다. 자녀와도 대화가 잘 통한다. 지난 여름에는 알바비를 모아 다섯 식구가 태국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미스터리 샤퍼’(Mistery Shopper)도 주부들 사이에 관심이 높다. 일반 고객으로 가장해 매장을 방문, 제품과 서비스를 평가하는 일이다. 조사전문업체 리스피아르 신정현 차장은 “현재 500여명 주부가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샤퍼가 받는 수입은 건당 5,000원에서 3만원까지 다양하다.

자녀 교육을 목적으로 시작했다가 일로 연결된 경우도 있다. 손희옥씨(36)는 자녀 독서지도를 위해 한우리 독서지도사 6개월 과정을 마쳤다. 교육비로 66만원 들었다. 두달 전부터 동네 아이들 10여명에게 독서지도를 하고 있다. 수입은 한달 50만원 정도.

“항상 책을 가까이 하니 생활이 풍요로워졌어요. 많게는 50~60명씩 가르치는 분도 있지만 욕심 내지 않으면 자녀교육하고 돈도 벌고 일석이조입니다.”

맞벌이 가정이 흔해지면서 주부의 빈 자리를 채우는 ‘주부 알바’ 자리가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패밀리케러 같은 회사에 가입해 베이비시터, 가사도우미, 학습도우미 등으로 활동하는 주부가 많다.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초등학교 급식이나 청소 당번을 맡아하는 알바도 등장했다. 소요시간이 1~2시간으로 짧고 수입은 2만~3만원 정도 된다.

그러나 주부 알바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안산에 사는 주부 윤씨는 신용불량자로 임시직 구하기도 쉽지 않다. 한달 전부터 집 근처 식당에서 저녁시간 설거지 일을 했다. 시간당 4,000원. 그러나 팔목과 허리통증으로 며칠동안 이마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계약직으로 지난 1년간 일했던 주부 이씨는 얼마전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만뒀다. 관리자가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반말을 하는 등 심한 모욕감을 준 게 원인이었다. 고용안전센터를 찾아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실업수당은 꿈도 못꾼다.

“8년 만에 집 밖으로 나와 시작한 일로 자신감을 얻었는데 안타까워요. 남편과 딸에게도 자랑스러웠는데…. 자격증을 따서 임시직 말고 보다 안정적인 일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다시 도전할 거예요.”

지금 이 땅에서 고군분투하는 알바주부들. 그들의 여린 손아귀에서 솟아나는 힘이 아주 소중한 빛으로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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