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그들 같다 생김새, 춤에 빠진 삶 [한국 알리는 쌍둥이무용가 심가영·가희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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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04.07 10:43:34
  • 조회: 1248
한날 한시에 태어났다. 생김이 똑같다. 인생의 풍경도 같을까. 우리나라 무용계 최초의 쌍둥이 무용가 심가영(사진 오른쪽)·가희(왼쪽) 자매(47)는 5분차이로 언니동생이 됐지만 성격, 말투, 사는 방식이 정반대이다. 그러나 한가지, 춤에 빠져 사는 삶 그 자체는 똑같이 뜨겁고 진지하다.



#쌍둥이 춤꾼

심가희 금림무용단 예술감독인 언니 가영씨는 같은 무용단 단장인 동생을 끔찍이 아낀다. 사진취재 현장에서도 동생이 예쁘게 나오는 각도로 촬영하자고 했다. 5분차이지만 동생은 역시 동생이다. “그래, 그래, 내가 더 예쁘고 춤도 더 잘 추니까 내가 앞에 앉아야지.” 공주병 동생이다.

언니에게 물었다. “어느 분이 춤을 더 잘 춥니까?” “아이 참, 춤색깔이 서로 달라요. 누가 더 잘 춘다고는 말 못하죠. 가희 선생님이 저보다 훨씬 감성적인 춤을 추긴 하지요.”

동생이 우선이지만 춤에 있어서만은 양보없다. 동생도 못말린다. “제가 더 잘 추죠.”

두 사람의 춤은 같은 ‘태평무’를 추어도 확연히 다르다. 언니는 이지적이고 명상적인 춤을 보여준다. 동생은 ‘필이 확 꽂히는’ 춤, 감성적인 춤이다. 춤출 때 표정도 다르다. 언니는 우아하고 조용한 풍경이고, ‘공주병’은 화려하고 다양한 감정들을 얼굴에 쏟아낸다.

따로 또 같이. 심가희 금림무용단은 1990년 창단 후 한국전통춤과 한국창작무용의 아름다움과 멋스러움을 국내외 무대에서 펼쳐왔다. 3살때 한국무용을 배운 후 나란히 중앙대 무용과와 중앙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금파(金波), 강선영(姜善泳·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보유자)씨를 사사하며 한국전통춤을 섭렵했다.

학교다닐 때는 항상 같은 반 짝꿍이었다. 누가 누군지 구별이 안될 만큼 똑같은 얼굴 때문에 놀림도 받았지만, 떨어져 있으면 힘빠지고 함께 있으면 힘이 배가 됐다. 중학교 걸스카우트 단원일 때 헌혈을 했는데, 헌혈후 누워있는 언니와 헌혈이 무서워 이리 빼고 저리 빼는 동생을 혼동해 일어난 해프닝도 있었다. 동회에서 주민등록등본을 신청할 때 두 사람 것이 뒤바뀌는 건 다반사였다.

무대에도 똑같은 외모와 똑같은 춤실력으로 나란히 섰다. 함께 ‘태평무’ 이수자로 지정됐고 국악계 최대 경연대회인 전주대사습놀이 무용부문에서 장원과 차상을 나란히 수상해 쌍둥이 무용가의 명성을 다시 한번 높였다.



#엑스포 최다참가 춤꾼

쌍둥이 춤꾼은 지난달 25일 개관한 일본 아이치 엑스포에서 한국의 희망과 저력을 전하고 있다. 두 사람이 이끄는 심가희 금림(錦林)무용단은 9월25일까지 열리는 일본 아이치 엑스포에서 6개월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단체로 활동한다.

이들은 지난해 총 6개 공연예술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엑스포참가 한국대표 예술단선정 심사에서 경력, 국내외 공연 실적, 수상경력 등 각 부문에서 최고점을 받고 선정됐다.

“독도문제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생각 같아선 일본, 쳐다보기도 싫지만…그럴수록 일본에서 독도는 대한민국 땅이라고 알려야지요. 185일동안 하루에 세차례씩 한국관 공연과 엑스포광장 특별공연 등 560여회의 공연을 통해 한국을 알리고 대한민국 독도를 홍보하겠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1천5백만명의 관람객들의 눈길과 마음을 확 사로잡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심가희 무용단장은 엑스포 공연이 쉽지만은 않다고 했다. “각 엑스포에 맞는 주제를 춤으로 형상화해야 하고 시시각각 바삐 이동하는 관람객들을 한국관에 오래 머물도록 하려면 어지간한 춤으로는 차별화되지 않는다”고 엑스포공연의 키워드를 설명했다. 특히 이번 엑스포에선 독도문제로 마음이 무거워 공연외적인 일에도 각별히 신중하게 처신한다고 했다.

이들은 1999년 한국무용가로는 최초로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스튜디오 1999무대에 섰고, 2000년 하노버 엑스포에서도 160일동안 한국춤과 문화를 알리는 전령사로 활약했다. 84년 강선영무용단원으로 미국 뉴올리언스 엑스포 참가후 지난 21년동안 캐나다 밴쿠버, 스페인 세비야, 일본 쓰쿠바, 독일 하노버, 호주 브리즈번 등 각종 엑스포에서 5~6개월씩 머물며 한국춤을 공연했다. 이번이 8번째 엑스포 참가. 엑스포 153년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요즘 저희 같은 민간단체는 정부지원을 받지 못해 줄줄이 쓰러집니다. 사재를 터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저희요? 45년동안 춤추었는데 어떻게 그만두나요. 이젠 춤이 생활이고 그래서 이렇게 기를 쓰고 있답습니다.”(심가영)

“춤을 잘 추는 것만으론 안됩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자부심을 다져야지요. 매일 바뀌는 관람객들에게 타성에 젖은 공연을 보여주면 안되니까요. 또 20명의 젊은 단원들은 6개월동안 숙소와 한국관을 오가며 춤만 추어야 합니다. 어지간해선 견디기 힘들죠.”(심가희)

그들은 서로에게 거울이었다. 그리고 이젠 서로에게 든든한 길잡이로 남았다. 한과 흥의 한국춤을 함께 추며 진솔하고 뜨겁게 세상일기를 채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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