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북소리는 역사의 반목 넘어 울린다 [사물놀이패 ‘꼭두쇄’와 타이코 연주패 ‘시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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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03.08 10:54:59
  • 조회: 817
‘욘사마’를 연호하는 이웃나라 일본. 독도를 ‘다케시마’라 줄기차게 고집하는 먼나라 일본. 알 수 없는 나라 일본의 전통음악인 다이꼬 연주패 ‘시다라’가 한국에 왔다. 우리나라 사물놀이패 ‘꼭두쇠’와 함께 먹고자며 합숙훈련을 하기 위해. 오는 8월 일본 3개 도시를 돌며 무대에 올릴 공연연습이다.

한국의 보아와 일본의 아무로 나미에가 듀엣을 한다해도 이만큼 신기하진 않을 터이다. 반목과 갈등의 ‘전통’만을 가진 두 나라 전통음악이 한데섞여 하나의 화음을 빚어낸다니.

올해는 을사조약 90주년, 광복 60주년, 한일수교 40주년이다.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앙금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신명나게 울리는 북의 울림은 불가능할 것 같은 상생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역사의 불협속에 피어난 화음

강화도 ‘바다의 별’ 청소년수련관 강당. 고요한 침묵 속에 장구채가 바르르 떤다. 순간 전쟁의 신호탄마냥 공기를 가르는 일본의 호전적인 북소리. 그 크기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할만한 다이꼬의 스케일에 장구소리가 묻혀갈 무렵 장구채를 놀리던 꼭두쇠 단원이 머리의 상모를 힘차게 돌린다.

이내 보는 이의 혼을 빼놓을 듯한 자반뒤집기의 연속. 다듬이방망이 같은 다이꼬 북채를 힘차게 두들기던 시다라 단원들은 장구소리를 살려주기 위해 손목에 힘을 뺀다. 어디서 배웠는지 ‘얼쑤, 으싸’ 추임새까지 넣어주면서.

꽹과리도 쨍쨍 분위기를 돋우다가 작은 심벌즈 모양의 일본악기 ‘자빠’가 등장하자 이내 소리를 죽이며 주도권을 내어준다. 자신의 소리를 죽이면서 서로를 살려준다. 피날레는 모두가 일렬로 원을 그리며 신나게 행진하는 축제의 한마당. 소고가 선두를 이끌면 일본도(刀) 조형물을 든 시다라 단원이 뒤를 잇고 그 뒤를 장구가, 그 뒤를 다이꼬가…. 모두의 표정엔 공연이 즐거워 죽겠다는 듯 함박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처음엔 우려도 많았죠. 다른나라도 아닌 일본의, 그것도 민족의 자존심인 전통음악끼리인데 보일듯 말듯한 기싸움 같은게 없을 수 없잖아요.” 꼭두쇠 김원민 단장(38)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시다라 단장인 마사코 우시마루(38·여)도 “꼭두쇠와는 오랜 우정과 신뢰가 바탕이 돼 있었기 때문에 이번 공연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이라고 거든다.

두 팀은 자신들만 돋보이고 싶은 욕심을 버렸다. 한국측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공연은 일본에서만 열리지만, 사물놀이가 다이꼬의 조연에 머무는 건 시다라부터가 바라지 않았다. 자신들이 알게된 한국의 사물놀이를 일본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일본의 전통 현악기 샤미센을 연주하는 테츠로 우시마루(40)는 “일본 전통악기의 상당수는 한국에서 건너왔고, 전설에 따르면 다이꼬의 ‘하나마츠리’란 음악은 한반도에서 건너오는 신을 맞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며 “이런 점에서 꼭두쇠와 시다라의 협동공연은 필연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다라와 꼭두쇠의 오랜 우정

이들이 처음 서로의 무대를 본 건 4년전, 큐슈의 한 페스티벌에서였다. 전통음악에 대한 열정은 국경을 넘어도 똑같았다.

처음부터 익숙하고 편했던 건 아니다. 개인용 그릇을 사용하는 일본사람들은, 한 냄비에 담긴 찌개를 각자의 숟가락으로 떠먹는 꼭두쇠 단원들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꼭두쇠 단원들도 수저를 옆으로 놓는 일본인의 방식이 낯선건 마찬가지. “우리가 밥먹을때 수저를 앞으로 고쳐놨더니 그 다음부터는 꼭두쇠 단원들 수저는 잊지않고 항상 앞으로 놓아주더라고요. 그렇게 작은 것부터 서로 알아가는 거죠.”

두 팀의 젊은 단원들은 연습 쉬는 시간마다 둥그렇게 모여앉아 007 게임을 하며 수다를 떤다. 손짓 발짓에 영어·일어·한국어를 섞어가며. 시다라팀의 막내, 이시카와 다케시(20)는 “한국음식 너무 맛있다”더니 일본말로 뭐라고 신나게 외친다. 통역자가 웃음을 터뜨리며 한국말로 옮겨준다. “오늘밤엔 모두 끝까지 마시고 죽어보자네요.” 술 좋아하는 건 일본이나 한국이나 같은 가보다.

헤어질 때마다 공항에서 눈물을 흘리는 건 의외로 언제나 일본쪽이다. 시다라에 입단한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악기를 맡지못한 하야사키 노부꼬(19·여)는 “꼭두쇠와의 공동무대에 꼭 함께하고 싶다”며 “오는 8월까지 열심히 연습해 반드시 무대에 오르겠다”며 펑펑 울었다.

다이꼬는 4박자, 사물놀이는 3박자를 기본으로 한다. 전혀 다른 박자가 조화롭게 어울려 하나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예술을 향한 정열의 피는 숙명의 관계마저 하나로 보듬어 안는 것인가. 음악으로 대화하는 한일 전통예인들의 숨소리는 뜨겁고 순수했다.



▲‘꼭두쇠’는 남사당 연희, 풍물, 탈춤 등 전통연희 계승을 위해 1987년 창립됐다. 2001년 유럽 4개국 투어 거리공연, 2002년 월드컵기념 공연, 2003년 남양주세계야외공연축제 등 각종 무대에 참가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2002년 안성남사당 바우덕이 전국풍물경연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03년 세계 사물놀이 겨루기 한마당 으뜸상 수상, 2004년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3위 수상 등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 ‘시다라(Shidara)’는 1990년 설립된 후 94년 일본 무형민속문화재로 지정받은 일본 전통타악 그룹이다. 팬클럽인 ‘테호헤(Tehohe)’까지 조직돼 활동중이다. 해마다 꾸준히 콘서트를 개최해 오고 있으며, 카리브해 문화축제 등 각종 해외 문화축제에 일본 전통음악을 대표해 참가하고 있다. 2001년에는 노르웨이 국왕 앞에서 공연을 마련, 현지 신문에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시다라는 이외에도 다이코의 소리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기 위해 학교 및 복지단체를 위한 공연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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