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어! 안방이 어디지? [달라지는 주거공간 ‘안방’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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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03.03 09:30:18
  • 조회: 1674
주거공간은 의식의 변화가 서서히 반영되는 곳이다. 오랜 생활습관이 배어 있는 문화적인 공간이고 ‘집’이라는 하드웨어 특성상 빠른 속도로 바뀌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불고 있는 안방 변화의 배경에는 ‘가부장제의 몰락’이 반영돼 있다. 안방의 주인이 꼭 아버지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 자녀가 되고 가족 전체가 될 수 있다는 ‘가족 민주주의’의 한 상징인 것이다. 또 자녀 교육에 최우선 가치를 두는 요즘 세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통적으로 보면 안방은 안채의 중심인 동시에 한 집안의 중추적 생활공간이다. 주부의 권위를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랑채와 안채를 구별짓는 한옥이 사라지면서 안방은 집안의 어른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역과 권위를 나타내는 곳이 됐다.

안방의 변화에서 달라진 사회상도 엿볼 수 있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안방이 침실공간으로 역할이 축소됐다. 집에서 가장 넓은 공간인 반면 활용도는 떨어진 것이다. 전업주부의 경우에도 자녀 교육 뒷바라지로 외부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아졌다. 안방의 공간적 가치를 활용하거나 음미할 시간이 없다.

건국대 강순주 교수(소비자주거학)는 “현대사회가 핵가족화하면서 모든 게 가족중심으로 이뤄진다.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이 사라지면서 전통적인 주거공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며 “가족 공동체를 위한 가족실이 생겨나고 안방을 자녀에게 내주는 풍조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안방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세대차가 분명하다. 최근 이사하면서 안방을 가족실 겸 서재로 꾸민 정모씨(37·직장인)는 식구들 집들이를 했다. 또래의 형제들은 달라진 안방을 보며 벤치마킹 운운했지만 어른들은 “집이 불안정해 보인다” “안방은 부부가 써야 한다” “몇달 살다가 다시 바꿔라” 등 거부감을 보였다.

그러나 정씨는 커다란 탁자가 놓인 가족실을 바꾸지 않을 생각이다. 무엇보다 아내의 만족도가 크다. 따로 서재가 없던 아내는 가족실을 사용하며 부부관계가 평등해졌다고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실은 좀더 친밀한 커뮤니케이션을 나누려는 욕구가 커지면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거실에는 TV가 버티고 있기 때문에 대화할 시간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박연하씨는 “자녀나 부모, 부부끼리도 서로 각자의 공간을 중시하지만 함께 모여 대화하고 놀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며 “사실상 옛 안방의 역할을 하는 곳이 요즘의 가족실”이라고 말했다. “젊은 가정일수록 거실을 좁히고 ‘가족실’ 인테리어에 더 많이 신경쓰고 영상감상실 등 취미를 위한 공간으로 꾸미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또 부엌이 ‘제2의 가족 공간’으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요리를 즐기는 남성이 많아지고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서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부엌이 취미 공간이자 가족 공간으로 개념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과거엔 주부 한 사람이 일하는 곳으로 작업대와 싱크대가 벽면을 바라보는 식이었지만 요즘엔 작업대가 거실을 향한 ‘아일랜드 키친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점점 커지는 아이들 방



“안방 크기를 줄이는 만큼, 아이들 방 크기를 늘리는 추세입니다.”

삼성 래미안 박성호 설계팀 대리는 ‘아이 중심’의 주거문화가 요즘의 아파트 트렌드라고 설명한다.

“아이들은 방에서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고, 컴퓨터·피아노도 하잖아요. 아무래도 아이들 방의 활용도가 가장 높습니다. 공간은 한정돼 있으니, 아이들 방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 무언가를 줄여야 한다면 그건 안방이 돼야 하겠죠.” 서구식 주거공간의 도입으로 안방이 쓸데없이 클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통적인 우리 주거문화에서 안방은 전형적인 멀티유스(Multi Use) 공간이었다. 안방에 놓는 자개장 크기가 몇 자이냐에 따라 그 집의 재력이 상징화됐고, 부부가 동침하는 공간이 손님을 맞이하는 사랑방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당연히 안방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안방 역할의 상당부분을 거실이 담당하고 있으니 안방이 클 필요가 없다. 다양한 수납공간으로 굳이 큰 장롱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박대리는 8년전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교수집을 찾아갔다가 깜짝 놀랐던 경험을 끄집어 냈다. 안방은 아이들과 함께 쓰는 서재로 꾸며놓고, 부부가 쓰는 안방은 침대만 겨우 들어가는 작은 방이었다. “어차피 안방에선 잠만 자는데, 그러기엔 안방 크기가 아깝다는 거였죠.”

요즘 지어지는 아파트의 경우 평면도에 나타난 방의 크기만 보아선 어느 것이 안방인지 쉽게 구분해 내기 어려울 정도다. 달라지는 가족문화가 주거공간의 트렌드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안방을 내주면 집안 망한다?



풍수 인테리어 전문가들은 대부분 자녀에게 안방을 내주거나 용도를 바꾸는 것에 반대한다. 안방은 대문(현관), 부엌과 함께 집안의 길·흉을 판가름짓는 가장 중요한 곳으로 손꼽힌다. 안방이 건강운, 금전운, 명예운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풍수 인테리어 전문가 이성준씨는 “안방은 사회 활동이 가장 왕성한 집안의 주인이 사용하는 게 이치에 맞다”고 강조했다. 방의 면적과 용도, 주인의 권위에 따라 분출되고 모아지는 에너지(기운)가 다르기 때문이란 것. 에너지를 감당할만한 사람이 사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사회활동을 그만둔 노인이 가장 크고 밝은 방을 쓰는 것은 기 흐름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집안에 가장 많은 기운이 모이는 곳은 면적이 넓고 현관에서 가장 먼 거리인 곳이다.

그러나 다른 의견도 있다. 풍수 인테리어 전문가 이상인씨는 시대가 바뀐 만큼 풍수를 해석하는 관점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안의 주인이 부부라면 가장 큰 방을 써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가족 모두가 가정을 이끄는 분위기라면 안방을 가족실로 바꾸는 게 나쁠 것 없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아버지에 의해 집안이 주도되는 것이 아니고, 맞벌이 부모보다 아이들이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주인의 개념을 달리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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