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11년만에 읽는 아버지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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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02.17 10:37:46
  • 조회: 434
■오렌지소녀

요슈타인 가아더|현암사



부모가 사춘기 자녀에게 건넬 만한 책이다. 주고 받는 관계가 정반대여도 상관없겠다. 각국 청소년 문학상을 휩쓸며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노르웨이 작가 요슈타인 가아더(53)의 작품이다.

15세 소년 게오르그는 ‘아마추어 천문학자’다. 별이라면 모르는 게 없다. 그는 엄마인 베르니카와 새 아버지 외르겐, 그리고 아버지가 다른 한살배기 동생 미리암과 함께 산다. 의사였던 친아버지 얀 올라브는 11년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어느날 아버지가 써두었던 긴 편지를 전달받는다. 편지는 자기가 타고 다녔던 유모차의 쿠션 밑에서 발견됐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는 네살된 아들 게오르그가 훗날 읽게 될 편지에서 많은 비밀을 털어놓는다. ‘오렌지 소녀와의 만남과 사랑’ ‘세상과 우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버지 얀 올리브가 들려주는 ‘과거’와 게오르그의 ‘현재’가 각각의 스토리로 굴러간다. 가아더가 즐겨쓰는 액자소설 형식이다.



젊은 시절 아버지가 사랑에 빠진 오렌지 소녀는 게오르그의 엄마다. 그는 오렌지 소녀와 사랑의 열매로 맺은 어린 아들을 세상에 남겨두고 떠나야 한다. “인간에게 있어서 자기가 사랑하는 어떤 것을 잃는다는 건, 그것을 아예 갖지 못했던 것보다 더 고약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단지 “우리 둘이서 제대로 된 대화를 한번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울 수밖에 없다”는 회한이 남을 뿐이다. 그는 “네가 이 지구에서의 삶을 선택한다면 넌 죽음도 함께 선택하는 것이다”라며 영혼의 손을 아들의 양쪽 겨드랑이에 집어넣어 일으켜 세운다.

아버지는 허블우주망원경을 자주 언급한다. 인간의 품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광막한 우주도 이야기한다.

“우주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하나의 거대한 퍼즐 게임에 비유할 수 있다. 이 수수께끼의 해답은 우리 안에 있는지도 모른다. 우린 여기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주란 말이다. 우리가.”

아름답고 동화같은 사랑을 할 줄 아는 인간 각자가 곧 ‘우주’임을 아들에게 일깨워주려는 것이다. 편지를 다 읽고 난 게오르그는 아버지로부터 두가지를 물려받게 됐다고 고백한다.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나야 하리란 사실에 대한 슬픔”과 “인생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볼 수 있는 안목”이 그것이다.



게오르그는 왜 자신이 우주에 흥미를 느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어린시절 밤하늘을 가리키며 우주에 눈뜨게 해준 분이 아버지였다는 깨달음이다. “아버지는 지상에서 우리를 성가시게 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하늘 높이 우러러보라고 가르쳐주셨다.”

게오르그는 새 아빠가 곧 망원경을 선물하리란 걸 예감하고 있다. 그는 이미 망원경에 붙일 이름을 생각해뒀다. ‘얀 올리브 망원경.’

가아더는 지난해 세계 최대 아동 책축제인 ‘볼로냐도서전’ 때 이 책을 언급하면서 “아버지가 편지를 통해 던지는 사랑에 대한 질문, 인생에 대한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아가면서 주인공 소년 게오르그 역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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