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로커들 전자기타 버리고 통기타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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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02.02 10:43:57
  • 조회: 480
‘21세기의 로커들이 단순한 복고풍 음악으로 회귀하는 까닭은?’



최근 발매된 혼성 듀오 ‘싸지타’의 앨범은 2005년의 음악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소리를 들려준다. 머리에 꽃을 꽂은 채, 들꽃 가득한 벌판에 누워있는 재킷 사진부터 30년전 히피 세대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음악은 더욱 놀랍다. ‘마마스 앤 파파스’나 닉 드레이크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1960∼70년대 포크 음악이 흘러나온다. 요즘 녹음실에서 흔히 사용되는 16트랙, 32트랙의 복잡한 소리는 간데없고, 템버린과 기타에 의존하는 소박한 음악이다. 촌스러운 코러스,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가사는 청자를 순식간에 과거로 데려다 준다. ‘싸지타’의 멤버는 이우성(33)·이정은(29) 부부. 특히 이우성은 90년대 중반부터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록밴드 ‘코코어’의 현 멤버이기도 하다.

모던록 그룹 ‘줄리아 하트’의 정대욱(25)도 솔로 앨범을 준비 중이다. 장르는 의외로 컨트리, 그중에서도 가장 촌스럽다는 50∼60년대 홍키통크 스타일. 한국에선 좀처럼 듣기 힘든 장르지만, 미국에선 시골 술집을 중심으로 많이 흘러나오는 음악이다. ‘쿵짝쿵짝’ 하는 촌스러운 리듬이 흥겨움과 웃음을 자아낸다.



델리 스파이스의 기타·보컬을 맡고 있는 김민규(33)는 ‘스위트피’라는 이름의 솔로로도 활동 중이다. 델리 스파이스 공연장에선 선 채로 방방 뛰며 3시간을 버티는 관객들과 함께 하지만, 스위트피 공연장에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정겹게 박수를 치는 청중이 있다. 지킬과 하이드의 두 모습처럼, 록 공연장에서 포효하며 거친 기타음을 내던 로커들이 어쿠스틱 기타 하나에 매달려 나직한 노래를 읊조리고 있는 것이다.

로커들이 솔로 활동을 하면서 유독 포크, 컨트리 등 단순한 복고풍 음악에 매달리는 이유는 우선 집단으로 음악적 성향을 맞춰야 하는 밴드에서는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어렵기 때문. 이우성은 “평소에 하고 싶었지만 강한 음악을 하는 ‘코코어’에서는 이룰 수 없는 아이디어가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싸지타’는 록 음악으로 해결할 수 없는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통로인 셈이다.



포크는 록 음악 특유의 뜨거운 분위기에 지친 뮤지션들이 진지함을 추구할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김민규는 “록 공연장에서는 진지한 얘기를 해도 청중들의 환호 한 번에 묻혀버린다”며 “뜨겁지만 공허한 분위기에 지쳐있을 때, 오버 더빙 없이 기타, 피아노 하나로 전달할 수 있는 어쿠스틱한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로커들의 ‘외도’는 대중음악의 다양성 확대에 기여한다. 일본의 경우 한 명의 음악인이 동시에 여러 개의 밴드에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한 가지 장르 안에 온전히 담아낼 수 없는 뮤지션의 재능을 다양한 통로로 배출하는 것이다. 음악평론가 박준흠씨는 “이들 뮤지션의 공통점은 곡이 넘쳐날 정도로 창작욕이 왕성하다는 것”이라며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는 능력의 120%를 발휘해 복잡한 음악을 만들려 하지만, 어느 정도 욕구가 채워지면 음악 창작의 본질적이면서 진실한 부분으로 눈을 돌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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