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장맞찾아 삼만리 우리는 ‘된장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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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01.21 11:56:15
  • 조회: 448
된장을 닮은 부부가 있다. 푸드칼럼니스트 이진랑씨(38)와 사진작가 이경우씨(40) 부부는 된장에 대해 취재하면서 “삶이 풍요로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1년 동안 전국 12곳의 전통 장 만드는 집을 찾아다니며 장 담그는 법과 된장의 효능을 찾았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보약, 된장의 달인들’(지오북)이라는 책을 최근 펴냈다.

외식산업 관련 전문잡지에서 1995년 취재기자와 사진기자로 처음 만난 이들은 99년에 결혼했다. 음식 관련 사이트에 향토음식에 대한 글과 사진 작업을 같이 했고 2003년부터 이번 책 작업을 본격적으로 함께 했다.

“푸드칼럼니스트로 일하다보니 음식맛을 내는데 된장이 기본임을 알았어요. 음식문화의 뿌리를 알려면 장에 대해 한번쯤은 깊이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다큐멘터리 사진을 전공한 남편은 ‘사라져가는 것들’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마침 서로 하고 싶은 내용이 일치했죠.”

김천·파주·안동 등 맛 좋기로 유명한 전국의 장집을 찾아다녔다.

남편은 운전하고 사진 찍고, 부인은 취재하고 글을 썼다. 몸이 아프지만 장 담그는 순간을 놓칠 수 없어 죽기살기로 내려갔을 때도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남편이어서 힘이 됐다. 어떤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지, 남편이 말하지 않아도 아내는 알아서 척척 소품을 준비해 놓았다.



부부가 같이 일해서 좋은 점은 일의 기술적인 면에 그치지 않았다. “저는 아무래도 음식이 맛있는지에 집착을 하게 되죠. 만드는 비법이 궁금하고요. 그런데 남편은 맛에 집착하지 말고 음식의 깊이를 보라고 충고해주곤 했어요. 만드는 사람의 살아가는 이야기 없이는 맛있는 장이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거라고요.” 맛있는 전통된장 제조비법에 관심이 있었던 이진랑씨의 시각은 된장을 만드는 사람들의 인생이야기로 넓어졌다. 다시 보니 그들은 장을 만드는 사람인 동시에 철학자이다.

“장은 기다림의 미학입니다. 1년을 기다려야 되죠. 꼭 5년을 묵혀야만 간장을 파는 분도 계세요. 자신이 원하는 맛이 나올 때까지 관리하고 기다리는 거죠. 이분들은 실제로 성격이 원만하세요. 기다리는 법을 배우는 거니까요. 그분들은 삶이 그래요.” 이경우씨는 장 담그는 사람들이 쏟는 정성을 보고 삶의 법칙을 깨달은 듯 경건해졌다고까지 말한다. “한 순간에 되지 않아요. 계속 투자하고 노력해야 뭔가가 이루어지죠. 사는 건 다 이럴 거예요.”

콩을 수확하고, 메주를 쑤고, 장을 담그고, 장 가르기를 하고, 익기를 기다리는 과정이 얼마나 정성스러우냐에 따라 장 맛은 결정된다. 좋지 않은 재료와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장 맛은 변한다. 바람 한 점, 꽃가루 한 알에 따라 달라진다. 이들은 백운산 고로쇠 물로만 담근 장, 녹차를 넣은 된장, 아홉 번 구운 죽염으로 맛을 낸 된장 속에 들어간 정성 어린 삶을 보았다. 된장이 맛있게 익도록, 경건한 마음으로 첼로를 연주하는 자리에 같이 서기도 했다. 우주의 오묘한 법칙이 장에 스며드는 과정을 본 인간은 겸허해졌다.



“저와 남편이 된장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어요. 된장의 맛에는 오덕(五德)이 있습니다. 된장은 다른 맛과 섞여도 제 맛을 지켜내는 단심(丹心), 오래도록 상하지 않는 항심(恒心),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없애주는 불심(佛心), 매운 맛을 부드럽게 해주는 선심(善心), 어떤 음식과도 조화되는 화심(和心)을 지녔습니다. 음식 맛을 낼 때 기본이 되는 된장은 식품을 넘어 보약이라 부를 만해요.”

‘된장의 철학’을 직접 체험하고 깨달은 이들은 된장이 전해주는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된 듯하다. “된장을 빚어 돈을 많이 번 분도 있고 빚을 진 분도 있지만 다들 비슷하게 행복합니다. 된장 만드는 걸 자랑스럽고 행복하게 생각하세요. 여유롭고요. 그런 분들을 만나고 집으로 오는 길은 항상 기분이 좋아요. 우리가 얻은 것이 엄청나게 많다는 느낌이랄까.” 된장 부부. 그들의 풍요로운 삶은 이제 어떤 색으로 다시 채색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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