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혹독한 커리큘럼 30여명 동고동락‘드림팀’ [한국 생명공학의 꿈 ‘황우석 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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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01.06 11:31:45
  • 조회: 1367
최첨단기술들이 연일 쏟아지면서 우리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 그리고 인간관계까지 빠르게 바꿔놓아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카오스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경향신문은 변화의 물결 속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찾아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나가고자 하는 기획물을 마련했다. 생명공학을 비롯해 우리의 기술력은 과연 어디까지 와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무엇을 해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더욱더 가시적인 미래에 접근하려 한 것이다. 그러잖아도 최근 몇년 사이 성장동력이 훼손됐다해서 한국경제의 앞날을 걱정하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 시점에서 어떻게 희망을 살려 풍요롭고 발전적인 미래를 가꿔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서울대 수의학과 대학원신입생 이종윤씨(27)의 새해 각오는 남다르다. 황우석교수연구실에 들어가 생명공학자가 되리라던 고교시절 꿈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이씨는 황교수 마니아다. 황교수가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1990년대 중반 그가 인공수정과 동물복제연구의 대가임을 알아차리고 ‘영원한 사부’로 모시기 위해 수의학도의 길을 택했던 것이다.

이씨는 학부 6년을 거치면서 황교수연구실에 입성하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하다 해도 이 연구실을 찾는 학생들은 넘쳐 흐른다. 실습생이나 연구생의 자격으로 온갖 궂은 일을 하고도 재수, 삼수를 해야 선택을 받을 수 있다. 그는 다행히 학부 3학년때부터 실습생으로 연구실을 부지런히 드나든 덕분에 석사과정에 무난히 합격하고 황교수 휘하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학부시절 곁눈질로 본 실험실과 정식 멤버로 시작한 실험실은 판이하다. 과정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지옥훈련’의 연속이다. 돼지 출산이 예정되면 가장 정확한 분만시간을 택하기위해 밤을 꼬박 지새며 모니터링하는 것은 기본이다. 보통 날도 새벽 6시쯤 실험실에 나와 자정을 넘어서야 퇴근하다 보니 친구를 만날 수 있기는커녕 가족 얼굴이라도 보면 다행이다.

황교수 연구실의 대학원생들은 1주일에 한두번은 새벽에 서울 송파구 가락동 도축장에 가서 난소를 직접 가져와야 한다. 소나 돼지의 내장을 뒤척이며 난소를 가위로 잘라내는 일 자체가 녹록지 않은데 요즘처럼 추울 때면 참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럽다.

전현용씨(28.박사 1년)는 연구팀에 들어온 처음 한달 도축장 생활에 적응하느라 무진 고생을 했다. 눈앞에 매달려있는 돼지의 사지가 터빈에 의해 하나하나 잘려나가고 내장이 떨어지면 후닥닥 자궁을 찾아 난소를 잘라내야 한다. 자궁은 직장 바로 위에 있어 지저분하고 냄새도 많이 난다. 난소를 둘러싸고 있는 막이 질겨서 가위로 자르다 손가락을 베어 몇바늘 꿰맨 경우도 자주 있다. 한번 가서 가져오는 난소가 200~300개이므로 한시간 내내 가위질을 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은 꿈틀대는 내장 안에 손을 넣으면 따뜻한 온기를 느낄 정도로 익숙해졌다.

도축장에서 난소를 갖고 오면 실험실 식구들은 함께 둘러앉아 난자를 추출한다. 난소에 주사기를 찔러넣어 액체(여기에 난자와 난포액이 들어있다)만 뽑아낸 뒤 배양접시에 담고 현미경을 보며 일일이 난자를 고른다. 싱싱한 난자를 인큐베이터에 넣는 데까지 약 1시간~1시간30분 걸린다. 난자 추출작업은 아침, 점심, 저녁에 한번씩 하루 3번 이뤄진다. 중간중간 동물복제팀, 장기이식팀, 줄기세포팀 등 팀별로 다른 연구 주제가 주어져 각자 다른 실험을 실시한다.

하루종일 실내에서 현미경만 들여다보는 학생들에게 농장의 임상실험은 신나는 외출이다. 소 수술은 경기도 인근 지역의 목장에서, 돼지 수술은 충남 홍성의 돼지농장에서 한다. 보통 4인1조로 팀을 이뤄 수술 준비를 한다. 수술복을 세탁하고 현미경을 챙기고 밤새 배양한 복제배아를 준비하는 일도 모두 학생들의 몫이다. 수술 시간은 가장 긴장된 순간이다. 평소에는 아버지처럼 자상하게 학생들을 챙겨주는 황교수도 이때만은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 조금의 실수라도 생기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연구실 생활 중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이상하게 동물들은 저녁 시간이 지나야 출산을 시작한다. 밤새 출산을 지켜보느라 다리가 굳지만 태어난 새끼돼지나 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일 때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직접 난자를 고르고 핵을 이식시키고 배양한 수정란, 그 과정 하나하나에 들어간 손길과 노력이 눈앞을 스친다. 김지혜씨(26.석사 2년)는 “미세한 난자에서 시작해 하나의 생명이 완성되는 것을 보면 생명의 신비를 더 깊이 느끼게 된다”고 밝혔다.

황우석 교수의 빛나는 연구업적은 그만의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렇게 그의 밑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며 인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황우석사단’은 없어서는 안될 동반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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