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녹색 황금’ 그들의 가슴 뛰었다[식물 사냥꾼- 케여 힐셔 외|이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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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12.30 11:47:04
  • 조회: 663
책을 열면서 처음 떠올린 생각은 ‘종자(種子) 전쟁’이다. 새로운 식물 종자의 개발, 그 독점적 공급권을 둘러싼 국가나 기업간의 치열한 경쟁이 종자전쟁이다. 곡물·제약·화장품 부문의 거대 다국적기업들은 이미 전세계를 상대로 품종을 수집,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신품종을 개발 중이다. 전문가들은 꽤 오래전부터 신품종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강화되고, 유전공학이 발전함에 따라 21세기는 종자전쟁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대책 수립을 강조했다.

독일 출신 ‘식물 사냥꾼’ 8명의 식물사냥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은 이 책은 종자전쟁의 뿌리를 보는 듯하다.

당초 식물 사냥은 식물계의 다양성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면서 시작됐다. 18세기 이전에는 식물학은 의학의 하나로, 의사가 곧 식물학자였고 질병치료를 위한 의학적 시각에서 식물에 접근했다. 당연히 유럽의 정원들은 약용식물들이 대부분이었다.

계몽시대에 돌입하면서 식물학은 의학에서 분리됐다. 다양한 식물을 찾으려는 활동이 전개됐고, 사회적으로는 그동안 보지 못한 이국의 새로운 꽃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잡는다. 이때까지만 해도 식물은 연구나 취미의 대상으로 ‘사냥’이 아니라 ‘채집’의 수준이다.

그러나 18세기 말에 들어 영국 등 유럽에선 정원 가꾸기가 유행하고, 상류층에게 이국의 화려한 꽃은 신분을 과시하는 수단이 된다. 당연히 공급 부족은 이국의 식물 소유에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하도록 했다. 식물채집가·수집가들이 사냥꾼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그들은 이제 돈을 위해 더 매력적인 식물을 찾아 세계를 떠돈다. 이국의 새로운 식물은 그들에겐 ‘녹색 황금’이었다.



책의 주인공 8명 중에는 순수한 의도의 식물학자도 있지만 돈벌이에 “모든 것을 내건” 사냥꾼도 있다.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중남미에서 6,000여종을 넘게 빼냈고, 빌헬름 미홀리츠는 고도의 전문화가 필요한 난초 사냥꾼으로 유명하다. 안과의사인 프란츠 폰 지볼트는 일본에서 스파이 혐의로 추방당하기도 했다.

물론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의사인 파울 헤르만은 아프리카·스리랑카 등으로부터 식물을 수집, 현대 식물분류 체계를 만든 칼 폰 린네의 연구를 가능케 했다. 또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는 현재 150여개의 식물종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있다. 이들로 인해 유럽의 식물원이나 정원, 창가 화분에는 백합, 난초, 선인장, 수국 등이 피어날 수 있었다.

책은 식물 사냥에 나선 이들의 열정, 위험과 그 극복 과정, 다양한 식물에 대한 지식 등이 60여컷의 도판과 어우러져 흥미롭다. 책은 옛날 식물사냥 이야기를 하지만 아직 사냥이 끝난 것은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식물채집함, 압착 도구가 휴대폰과 카메라, 망원경, 첨단 도구세트로 바뀌었을 뿐이다. 실제 칼라하리 사막에서 발견된 식욕억제 성분을 지닌 선인장의 특허권은 영국의 유전자 연구소가, 인도에서 수백년전부터 경작돼온 바스타미 쌀에 대한 특허권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이 갖고 있다. 김숙희 옮김. 2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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