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따닥~따라락’ 구둣발의 노래 [가슴이 설레이는 춤, 그 이상의 춤 ‘탭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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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12.23 11:34:11
  • 조회: 1138
탭댄스엔 다른 춤과 다른 뭔가가 있다. ‘따닥 딱딱 따그닥 따라락’ 구둣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한껏 들뜨고 흥분되면서, 주위가 순식간에 브로드웨이의 무대로 변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는. 역동적이면서도 연극적인 인생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배워보고 싶은 춤.

저녁 7시 서울 서초동 ‘탭퍼스’ 지하 연습실. 탭댄스를 배우러 온 사람들은 가지각색이었다. 직장인, 사업가, 대학생, 고등학생. 수업시작 1시간 전부터 거울 앞에 서서 각자 지난번 배운 동작들을 복습하느라 여념이 없다.

정성화 단장이 음악을 틀면서 수업이 시작됐다.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정단장이 먼저 시범을 보인다. 조용한 연습실에 구둣발과 마룻바닥이 부딪치며 내는 경쾌한 리듬만이 울려퍼진다. ‘타닥타닥’거리는 그 소리가 왠지 핏속을 간질거리는 듯한 느낌.

뛰어올랐다가 뒤꿈치를 들었다가, 앞꿈치로 바닥을 찍었다가, 발 앞부분으로 바닥을 스쳤다가, 구두 옆 모서리를 바닥에 눌렀다가…. 순식간에 몇십번의 스텝을 밟은 건지. 귀로는 리듬을 탈 수 있지만, 눈으로는 그 발놀림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수강생들은 정단장이 시범을 보이는 동안 오른손, 왼손을 앞뒤로 까닥이며 그의 발을 따라간다. 시범이 끝나자마자 바로 수십개의 발이 움직인다. “허벅지에 힘빼고, 발목에 힘주지 말고!” 그들이 한꺼번에 움직이자 연습실은 온통 일사불란한 탭소리만 가득하다. 모두가 스텝을 끝내고 고요해진 순간, ‘타닥’거리는 외로운 발소리 하나. 누군가 한박자 늦었다. “발순서를 외우려고 하지 말고, 리듬을 타세요. 그 편이 더 쉬울 거예요.”

이번엔 연습실 한쪽 끝에서 다른쪽 끝까지 두명씩 탭댄스를 밟으며 걸어가기다. 사람이 적어 틀리면 바로 티가 나기 때문인지 수강생들의 표정에 부담스러운 웃음이 흐른다. 그래도 다들 어떻게 그 복잡한 발놀림을 따라하는 건지, 탭댄스를 추며 경쾌하게 뛰어가는 모습이 발밑에 용수철이라도 달린 것 같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으려니 1년쯤 탭댄스를 배웠다는 황지원양(18·여)이 “처음 보는 사람은 뭐가 뭔지 모를 테지만, 기본동작들이 있기 때문에 그걸 익히고 나면 빠른 발놀림이 제법 한눈에 들어와요”라며 친절히 설명해준다.



탭댄스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은 어릴 때 본 영화나 뮤지컬 속의 탭댄스 장면을 잊을 수가 없었다는 사람들이 대부분. 10대 소녀부터 40대 아저씨까지 모두 모였다.

근엄할 것 같은 대학교수도 추리닝 바지를 입고 탭댄스 연습에 푹 빠졌다. 중학교 때부터 1930~40년대 미국영화들을 즐겨보며 탭댄스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는 세종대 공과대 홍완식 교수(40). “‘사랑은 비를 타고’ 같은 영화 장면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자꾸 떠오르더라고요. 마흔이 다 된 지금 그 꿈을 이루고 있죠.” 운동을 해도 3개월을 넘겨본 적이 없다는 그는 요새 지하철을 기다릴 때도, 공강시간의 연구실에서도 틈날 때마다 탭댄스 스텝을 밟아보는 게 습관이 됐다.

청각장애가 있는 이재란씨(22·여)도 이곳에서 탭댄스를 배우며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정성화 단장의 탭댄스 무료공연을 본 후 그 매력에 푹 빠져 가족의 반대에도 무작정 찾아온 탭댄스 학원. 보청기를 끼면 음악 멜로디는 들리지 않아도 탭슈즈가 바닥을 치는 울림은 느낄 수 있다. “내가 내는 발소리를 들으면서 춤을 출 수 있다는 게 너무 신나고 즐겁다”는 이씨.

정성화 단장은 탭댄스의 가장 큰 매력으로 음악연주와 춤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탭댄스는 발이 연주해내는 음악. “탭댄스엔 특별한 재능이 필요없어요. 그냥 자기 스스로 취해서 흥겹고 신나게 추면 그게 제일 잘 추는 거죠.”

수업이 끝나고 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도무지 이들은 집에 갈 생각을 않는다. 오후 7시 수업이 끝나자 9시 수업을 또 듣고, 그 후에도 연습실에 남아 연습을 한다. 역시 탭댄스엔 다른 춤과 다른 뭔가가 있나보다. 그 뭔가는 직접 해본 사람만이 제대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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