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쿨해서 뜬 ‘파티계의 서태지’ [클래지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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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12.21 11:21:06
  • 조회: 1010
‘쿨한 세대, 쿨한 음악’. 2004년 중산층 이상의 청춘들은 심장을 파열시킬 듯한 드럼 소리도, 목이 터질 듯한 열창도 원하지 않는다. 심한 감정 기복을 드러내는 것은 촌스럽고, 죽을 때까지 한 우물만 파겠다는 신념은 부담스럽다. 세련되고 도시적인 취향으로 무장한 채, 사물과 사건에 대해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알맞은 경탄을 보내는 ‘쿨함’은 시대의 코드.

지난 5월 데뷔앨범 ‘Instant pig’를 낸 혼성 3인조 그룹 클래지콰이(Clazziquai)의 인기는 요즘 젊은이들의 문화 코드가 어느 방향으로 맞춰져 있는지를 보여준 징조였다. 이들은 극심한 음반산업의 불황속에서도 5만장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다.

클래지콰이라는 이름은 클래식(Classic), 재즈(Jazz), 그루브(Groove=Quai)의 합성조어. 하늘에서 떨어진 듯 독창적인 음악이라기보다는 여러 장르의 장점을 세련되게 절충한 소리다. 비트는 약하고 노래는 가볍지만, 자연스럽고 유연한 흐름이 돋보이는 음악. 풍랑이 이는 광활한 대양이 아니라 잔잔한 물결의 휴양지 바다같다고 할까.

무엇보다 독특한 점은 클래지콰이의 활동 반경. 이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던 곳은 TV 음악 프로그램이나 다양한 공연장이 아닌, 강남의 파티장이나 강북의 클럽이었다. ‘파티계의 서태지’라는 다소 과장된 별칭이 무색하지 않으리만큼, 이들은 각종 명품 런칭 파티의 단골 초대손님이었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수사가 낡아보인지도 오래. 유행의 첨단을 걷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세계적인 것이 한국적인 것’이었다. 밴드 리더인 캐나다 교포 클래지(30)는 “한국적인 색깔을 빼고 성공을 거둔 것에 대해 놀라는 분들도 많다”며 “서구적인 장르를 택한 대신 멜로디를 쉽게 풀어간 것이 인기 요인인 듯하다”고 말했다.

클래지콰이의 음악은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유럽에선 이미 뿌리를 내린 트랜드에 속한다. 때문에 이들을 두고 ‘유럽 라운지 뮤직의 세련된 카피일 뿐’이라고 폄하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클래지는 “아무리 새로운 것을 하려 해도 비슷한 음악이 이미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 입장에선 창조적인 작업을 했다고 할 수 있지만, 리듬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몰아부치면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굳이 성경 구절을 인용하자면 ‘해 아래 새 것은 없다’. ‘한국식 테크노’ 운운하지 않고 유럽, 일본의 첨단 트랜드를 제대로 소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는 것이 클래지콰이의 주장이다. 이달초 리믹스 앨범을 내놓은 클래지콰이는 연말에도 어김없이 각종 클럽가를 순회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년 중순쯤에는 좀더 독특하고 실험성 강한 앨범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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