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지금 대중문화 코드는 ‘우울 [영화·음악 ‘불치병’에 걸려야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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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12.17 09:34:41
  • 조회: 611
늦가을, 초겨울 대중문화계에 ‘우울증’이 번지고 있다. 대중가요, 영화, 드라마를 가리지 않는다. 밝고 명랑하던 코미디가 잠시 주춤한 사이, 낮게 가라앉은 슬픔이 밀려온 것이다. 촌스럽되 절절하던 신파와 달리 최근의 우울증은 세련된 형식미를 갖추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뮤직박스 차트에서 4주째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휘성의 ‘불치병’은 가수의 애절한 목소리가 슬픈 멜로디에 실린 곡이다. ‘난 오늘도 혀를 깨물어 네 뒤에서 아픈 사람을 외쳐’로 시작되는 가사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노래한다. ‘이별’은 대중음악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소재지만, 잊을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갈구를 ‘불치병’으로 은유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승환도 병을 가사 소재로 사용했다. 8집 앨범 타이틀곡은 ‘심장병’. 심장이 멎어야 끝날 정도로 잊을 수 없는 사랑을 노래했다. ‘세가지 소원’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천일동안’ 등 다소 밝은 제목의 곡들로 기억되던 이승환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과격한’ 곡명이다. R&B 여가수 거미도 ‘기억상실’로 우울 코드에 동참했다. ‘자꾸 멀어버리는 내 눈은 한참 눈물 쏟아내고, 내 맘은 지독한 멍이 생기고’로 이어지는 가사가 가슴 아픈 이별을 노래한다.

각종 병과 죽음을 소재로 한 영화도 인기를 끌었다. 정우성, 손예진 주연의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는 알츠하이머 병에 걸려 연인에 대한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관객의 눈물을 짜내는 아픈 사랑을 그렸지만 감각적인 영상과 도회적인 두 주인공의 이미지로 인해 ‘스타일리시한 신파’란 평을 들었다. 1백만 관객을 돌파, 올가을 의외의 히트작으로 기록되고 있는 외화 ‘이프 온리’의 주인공도 죽음을 맞이한다.

안방 극장에도 죽음에 이르는 병이 전염되고 있다. MBC ‘12월의 열대야’의 두 주인공은 예정된 비극적 결말로 달려가고 있다. 불치병에 걸린 남자 정우(김남진), 외도에 따른 시댁의 응징을 기다리는 여자 영심(엄정화)의 슬픈 운명이 확정된 상태다. KBS2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무혁(소지섭)은 머리에 총알을 박은 채 죽을 날만 기다리며 살아간다. SBS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의 수인(김태희)도 의료봉사 활동중 전염병에 걸려 죽을 예정이다. 제작진은 “수인이 어떤 병에 걸려 죽게 할까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파리의 연인’을 필두로 한 로맨틱 코미디가 인기를 끌던 전반기의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대중문화계의 우울은 경제문제 등 전반적으로 침체된 사회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장기불황이 지속되던 1990년대 일본에서도 불치병에 걸린 주인공들을 등장시킨 애절한 드라마가 쏟아지곤 했다. 또 전통적으로 슬픈 멜로가 강세를 보여온 늦가을, 초겨울의 계절적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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