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한강교각에 작품 설치하는 날까지 실험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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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12.14 10:48:54
  • 조회: 392
[국내 처음 극속외벽 부조물 설치 김선득 교수]



[女스토리]국내 처음 금속외벽 부조물지난 10월 서울의 한 신축 고층빌딩에 크레인을 타고 올라가는 남자들. 주섬주섬 뭔가를 들어올려 벽면에 설치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 맞은편에선 트럭에 탄 한 여자가 큰 소리로 외치고 있다.

“1㎝ 옆으로. 아니야 아니야. 좀더 기울여서.” 그리고 이내 그 소리는 ‘드르르르 득득’ 드릴작업 소리에 묻힌다.

미술대학 교수. 아름다운 예술품을 창조하는 우아한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나 김선득(46·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겸임교수)씨의 작업은 좀 다르다. 힘들고 거칠지만 아름답다.



#도전! 도전!

처음부터 금속을 하자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무조건 만들기가 좋아 들어온 미대. 3학년때 전공 택하기 전까지 이 과목 저 과목을 들으며 섬유, 목공예, 도자기 등을 다 섭렵했다. 금속을 전공하기로 결정한 건 금속의 매력보다는 도전의식 때문이었다.

“다른 부문들은 다 감이 오는데 금속은 파악이 어렵고 정복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흔치 않던 금속 전공을 택한 것부터 그의 작업은 끝없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금속 중에서도 설치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 그랬고 건물 외벽에 조형물을 부착하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것 또한 그랬다. 2000년 회화 위에 금속조형물을 부착하기 시작한 오브제 작품들도, 첫 개인전인 1990년 ‘아트 주얼리쇼’를 패션쇼 형식의 이벤트로 진행한 것도 당시로선 파격적인 시도였다. 이렇게 그는 늘 틀을 깨고 다시 창조해 왔다.



#경계를 넘어서

브로치부터 거대한 설치물, 벽에 붙이는 부조작품들, 회화 등을 넘나드는 그의 작품 세계에는 경계도 제약도 없다. 오직 ‘어떤 걸 표현하고 싶은가’가 단 하나의 조건이다. 탁 트인 바닷가에서 2남3녀의 막내로 “너 하고 싶은 것 하라”는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자란 유년. 깡통놀이며 연날리기, 구슬치기, 자치기, 팽이놀이 등의 훌륭한 놀이 연장들을 만들어주셨던 아버지는 “남녀구분은 없다. 여자라도 용감해야 된다”는 말을 늘 하곤 하셨다. 이런 자유분방함 속에 학교공부보다 읽고 싶은 소설책을 끼고 살았던 그에게 ‘표현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단순함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올 8월 백상기념관에서의 설치작품전에선 밤까지 전기가 안 들어온다는 말에 트럭 4대 분량의 조명기구와 발전차를 불렀고, 90년의 아트 주얼리쇼에선 액세서리 작품들은 물론이고 옷도 무대도 직접 만들었고 메이크업도 직접 했다. “어떻게 겁도 없이”라는 주변의 반응에 그녀의 대답은 한결같다. “안되는 게 어딨어. 하면 되지”.



#금속의 매력, 설치의 매력

황동, 적동, 민철, 강철,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 퓨터…. 판이나 파이프, 봉, 혹은 몇 근으로 이뤄진 이런 금속덩어리들이 김교수의 작업 재료들이다. 이 재료들을 톱으로 자르거나 기계로 커팅하고 드릴로 구멍을 뚫고 용접을 해서 작품을 만들어 낸다.

때론 팔이 떨어질 것 같고 어깨가 부서질 것 같은 이 만만치 않은 작업 속에서 얻는 금속조형의 매력은.

“차가우면서도 날카롭고 절제된 미, 그래서 가장 도회적인 재료이지만 그 속에 따뜻한 온기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죠”. 김교수의 눈빛이 빛난다.

초기엔 공예작품을 주로 했지만 몇년전부터는 설치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인체를 고려해야 하는 아트 주얼리의 한계가 갑갑하게 느껴지던 차에 우연히 자신의 작업을 정리하다보니 한결같이 주제가 ‘빛과 공간’이었던 것. 이를 가장 잘 표현하는 재료가 바로 금속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 자체로도 빛이 있고 빛이 있는 공간에 놓여졌을 때 반사와 흡수를 통해 빛과 교감한다는 것이 설렘을 주죠.”

팔지도 못하고 뜯으면 형체도 없어지는 설치작품. 그래도 열린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는 점 또한 설치작품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꿈은 계속된다

이달 초 준공한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앞 한림타워는 그에게 뜻깊은 작업이었다. 우리나라의 첫번째 금속 외벽 부조물로,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는 오랜 꿈이 이뤄졌기 때문. 1만㎡가 넘는 신·증축 건물일 경우 건축비의 0.7% 이상(서울의 경우)을 미술장식품 설치에 사용해야 한다는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대개는 전면공간에 조형물을 세우는데, 외벽에 부조를 설치하면 눈길이 쉽게 가면서도 도시미관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 김교수의 생각이었다. 흔쾌히 제안을 수락해 준 건물주의 의지 덕에 작업 내내 즐거웠다고 했다. 앞으로 나눔으로서의 도시 환경미술 작업을 하고 싶다는 김교수는 한 기업과 시청앞 광장에 작품 설치를 제안해 놓은 상태다. 작가로서의 마지막 꿈은 한강다리 교각에 작품을 설치하는 것이란다.

지하철 역사를 오가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19층 건물의 3~5층 사이에 설치한 부조물. ‘빛, 팽창’이라는 주제의 30여개 금속 피스들 위로 오후 햇살이 쏟아진다. 잠시나마 일상탈출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이었으면 한다는 것이 김교수의 바람. 그 꿈도 빛을 따라 함께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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