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돌발 담는 도발[백스테이지 작가 김 경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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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12.10 11:17:02
  • 조회: 554
“패션에서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란 자신만을 위한 맞춤복을 의미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자신의 스타일로 표현하는 작업이죠. 그 용어를 빌리자면 제 사진은 포토 쿠튀르(Photo couture)입니다. 저는 공기, 공간이라는 천을 가지고 사각의 틀을 디자인하는 패션 디자이너입니다.”

사진작가 김경태씨(43·KT Kim)가 말하는 사진론이다. 그는 최근 사진집 ‘피플 (PEOPLE)’을 출판하고 지난 6일까지 서울 압구정 갤러리에서 사진전시 ‘포토 쿠튀르’를 열어 패션가의 화제를 모았다. 화려한 무대 뒤편에서 모델들의 생생한 모습들을 포착한 사진으로 가득하다. 캣워크(모델의 걸음걸이)에서 보여주는 차가운 가면을 쓴 모습이 아니라 꾸밈없는 가면 속 표정이 살아 있는 모습이라 더 좋다.

린다 에반젤리스타, 나오미 캠벨, 릴리 돌 등 톱모델은 물론 존 갈리아노, 칼 라거펠트, 안나 수이 등 세계 패션계를 이끌어가는 디자이너들의 얼굴을 찾아볼 수 있다. 사라 제시카 파커, 샤론 스톤, 애슐리 주드, 기네스 펠트로, 잭 니컬슨,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패션쇼장을 찾은 유명인사들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도 즐거움이다.

김씨는 보그·엘르·마담피가로·GQ 등 잘 나가는 패션잡지 화보를 촬영한다. 또 구치·루이비통·시슬리·아르마니 등 명품 브랜드와 함께 일하는 세계적인 사진작가다. 패션쇼의 백스테이지에서 찍은 생동감 넘치는 사진으로도 유명하다.

지금까지의 패션 사진은 대부분 모델을 정면으로 부각, 앞에서 바라보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그는 스케치식의 사진을 시도, 패션사진의 새 장르를 구축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붉은 천 위에 새겨진 모델의 옆얼굴 그림자나 무대로 나서는 모델의 뒷모습, 화보를 준비하는 모델의 발 등은 누구도 보여주지 않은 강렬하고도 독특한 이미지를 남겼다. 또 무대 뒤 공간의 열정을 담은 사진 시리즈는 ‘KT Kim’만의 시각을 보여주며 찬사를 자아냈다.

그는 “공식에 얽매이지 않은 나만의 사진세계는 남들과 다른 출발점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그가 사진기를 잡은 것은 12년 전. 막역한 사이로 지내던 사진작가 김중만씨와 김영호씨의 권유로 입문했다.

사진작가의 보조원으로 시작하는 일반적인 입문과 달리 그는 독학으로 사진을 시작했다. 남에게 배우는 것은 그들만의 노하우를 베끼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홀로 사진 대가의 사진집을 보며 그들의 사상과 철학을 곱○○○었다. 동시에 서울의 난곡, 영등포, 우이동의 뒷골목을 돌아다녔다. “뉴욕의 뒷골목은 어딜 갖다대도 ‘그림’이 됩니다. 그러나 모두가 지나쳐버리는 우리나라의 뒷골목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그림이 된다는 걸 깨달았죠. 연탄을 짊어진 아저씨, 뛰어노는 아이들, 담 넘는 고양이를 찍으면서 기하학적인 구도를 보는 눈과 순간적인 포착력이 늘었습니다.”

이러한 훈련과정에서 순간적인 찰나에 최선의 구도를 찾는 ‘김경태만의 사진 공식’이 자연스레 몸에 배었다. 그의 개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사진은 칼 라거펠트가 파리의 ‘카페 드 플로라’를 들어서는 장면을 담은 것이다. “라거펠트가 들어서는 순간 본능적으로 셔터를 누르게 됐죠. 이날 다른 누구도 아닌 라거펠트가, 다른 어디도 아닌 카페 드 플로라에 들어섰다는 것, 이건 그대로 패션의 역사가 됩니다. 저는 2~3초 동안의 짧은 순간에 역사에 남을 수 있는 사진을 찍은 거죠.”

패션이 살아숨쉬는 현장을 찍으며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는 김경태씨. 그는 자신이 역사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가는 평생 남는 사진 하나만 있어도 성공하는 겁니다. ‘아, 이 사진은 김경태가 아니면 나오지 못했을 거야’ 하는 그런 사진, 역사에 기록될 수 있는 사진 하나는 꼭 남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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