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우리 여 劍 士 [국내유일 여자 실업팀 ‘미르치과 검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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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12.06 10:22:48
  • 조회: 772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지난 10월31일. 광주에서 열린 첫 여자실업팀 창단식. 김진영(25)·최주미(23)·최방글(23)·이민혜(23) 선수. 그녀들은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정말 검도를 계속해도 되는 건가. 나의 직업이 정말 ‘검도 프로선수’가 되는 건가.

이들의 소속은 이제 ‘미르치과 여자검도팀’. 직업은 치과의사지만 검도의 매력에 빠져버린 순천 해바라기치과 이상택 원장(41)이 미르치과 네트워크 소속 11개 병원 원장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렇게 국내 사상 첫 여자검도 실업팀이 탄생했다.



#장면 1:그녀들이 고집스러운 이유

사실 우리나라 여자검도는 강하다. 3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세계검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여자검도팀은 지난해 단체전 준우승이란 쾌거를 올렸다. 그런데 이토록 강한 여자검도 선수들이 유독 국내 전국체전이나 대통령기 검도대회에서는 해마다 아무런 실력도 발휘하지 못한다. 이들 경기엔 남자부만 있어 여자선수들은 출전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자선수들이 개인전, 단체전 가릴 것 없이 출전하고, 16개 남자 실업팀에 골고루 진출하는 동안 여자선수들은 실업팀이 없어 절정의 기량에서 선수생활을 포기해야 했다.

출전할 수 있는 경기도 적고, 대학 졸업 후 갈 곳도 없는 이들에겐 검도관의 보조사범이 되거나 대학원에 진학해 체육교사가 되는 길뿐. 그도 아니면 여경·여군 시험을 보는 수밖에. 그리고 그건 곧 선수생활을 접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순천에서 한창 합숙훈련 중인 네 선수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지금까지 검도에만 몰입할 수 있는 자신이 믿기지 않는 거였다. 남자친구도 한달 넘게 못 만나고, 친목도모한다고 선수들끼리 술 마셨다가 다음날 감독님에게 된통 혼이 나기도 하지만 모든 게 즐겁고 감사하다.

이들은 내년 2월 SBS 검도왕대회에 처녀출전을 앞두고 있다. “아직까지 실업팀은 우리뿐이잖아요. 이번에 우리가 좋은 성적을 거둬 모범을 보여야 다른 실업팀들도 생겨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래야 더 많은 여자 선수들이 검도를 포기하지 않죠. 얘들아, 우리 열심히 하자!”

이제 겨우 트인 물꼬. 여자검도 실업팀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그녀들이 고집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면 2:‘몸던지기’, 그리고 역전승

죽도를 놓아야 했던 순간, 구원처럼 나타난 실업팀 선수 모집 공고. 배수진을 치고 검도에 뛰어든 이들의 열정에 검신(劍神)이 내려준 선물은 아니었을까.

올해 초 영동대를 졸업한 김진영 선수. 하고 싶은 검도를 하기 위해 참 많이 돌아와야 했다. “너 여자 실업팀도 없는 검도해서 나중에 뭐 먹고 살래. 검도는 취미로만 해.” 부모님의 반대로 전문대 건축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꿈을 버릴 수 없었다. 먹고 살 길이 없어도 좋았다. 전문대 졸업 후 다시 검도로 유명한 영동대에 재입학했다. 같이 졸업한 동료들보다 두살 많은 이유다.

이민혜 선수도 마찬가지. 검도특기생으로 고등학교에 갔지만 막상 대학은 일반 대학에 진학했다. 꿈과 현실이 동떨어져 있다는 걸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쉽게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버리고 나니 더 절실해지는 마음이란. 결국 2년 만에 영동대로 편입했다. 다시 죽도를 손에 들었다. 미래는 어떻게든 되겠지. 지금 이순간 죽도만 내 손에 있다면. 그리고 중·고교, 대학때까지 한번도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달려온 최주미 선수와 최방글 선수. 그들 역시 끝이 보이는 순간에서조차 죽도를 손에 잡은 걸 단 한번도 후회해본 적은 없었다.

앞뒤 재지 않고 꿈을 향해서만 돌진해왔던 이들. 검도로의 ‘몸던지기’로 벼랑끝 마지막 순간에서 인생의 1차전 역전승을 거뒀다.



#장면 3:훈련장

대나무와 대나무가 맞부딪친다. 부러질 듯 부러지지 않고, 휘어질 듯 휘어지지 않는다. 숨막힐 듯한 정적. 갑자기 “끼야아앗!” 앙칼진 기합소리와 함께 한쪽이 돌진한다. 그러나 목표물에 다가가기도 전에 손목후려치기 기술에 걸려 놓쳐버린 죽도. 실패한 공격에도 아랑곳 않고 곧바로 다시 주워든다. 또다시 허공을 가르는 고함소리. 호면을 벗는다. 앳돼 보이는 여검사(女劍士) 얼굴이 나타난다. 앙다문 입술, 흔들림없는 그 눈빛이 정말 고집스러워 보인다.



#몸던지기

일단 마음을 먹으면 되받아치기를 당하거나 빼어치기를 당할 경우를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몸을 버리는 마음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검도의 기술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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