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북리뷰] 그들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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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12.02 09:52:00
  • 조회: 497
동물에게 귀 기울이기 / 마크 베코프 / 아이필드



사람 살기도 바쁜 세상에 동물의 삶을 왜 들춰야 하는지 반감어린 의문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 일이 당장 밥을 가져다 주지는 않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을 풍부하게 한다고 저자는 슬쩍 달랜다.

인간과 완전히 격이 지는 동물들의 언어와 기호를 이해하려면 또 다른 지식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책의 존재이유가 거기에 있다 하겠다. 30년간 야생동물 연구에 몸바친 저자는 동물의 행동과 감성에 관한 놀라운 얘기들을 들려주면서 동물보호라는 공감의 장으로 독자들을 이끌어낸다.

“진화론적 연속성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인간이 지구에서 자아를 인식하는 유일한 종이라는 믿음을 정당화하기 어렵다”(228쪽)는 저자의 믿음이 어떻게 굳어졌는지 실례를 들어보자.

어린 새끼를 지키려는 암컷 피리물떼새는 포식자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날개가 부러진 척하며 둥지로부터 뒤뚱뒤뚱 멀리 떨어진다. 동물은 때로 복수심을 품기도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비비들이 무리 중의 한 마리를 죽인 운전사에게 복수하기 위해 도로 한쪽 편에서 사흘 동안 기다리는 장면이 목격되면서 이 가설은 입증되었다.

호모사피엔스의 후예만이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지레 짐작하지만 학계에서 이런 통념이 깨진 지는 꽤 오래됐다. 아프리카 회색앵무새는 ‘같다’와 ‘다르다’는 개념을 이해함은 물론 눈앞에 있는 사물의 숫자, 색깔, 형태, 성분에 대한 질문에 답할 수 있다. 벌들은 시각정보를 분류하고 상황정보를 배울 수 있다. 붉은원숭이는 다른 원숭이들이 앞에 있다면 식사준비가 되었음을 알리는 식사 소집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상위계급 원숭이가 근처에 있으면 하위계급 원숭이는 바보인 척하고 행동을 자발적으로 억제한다는 사실도 발견되었다. 저자는 이를 확장해 “인간의 경우 유능한 개인이 사회적 지위, 성별 그리고 인종적 차이 때문에 학술 분야나 스포츠에서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149쪽)고 문제제기를 하기도 한다.



이들은 생각보다 현명하고 영특해 보인다. 일부 동물은 다른 새끼들을 양육하는 데 힘을 보태기도 하는데 이는 종족 보존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원숭이 암컷은 하위의 수컷보다도 상위의 수컷과 짝짓기할 때 좀 더 많은 오르가슴을 느낀다. 오르가슴은 정자를 자궁경부로 운반하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은 동물의 지배관계, 짝짓기 행동 등에 있어서 나탈리 앤지어의 ‘살아 있는 것들의 아름다움’(해나무)과 겹치는 부분이 많긴 하지만 좀 더 포괄적이다.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인간에 대한 진정한 도덕적 시험은 동물에 대한 태도로 이루어진다”고 갈파한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도덕적 인간을 위한 안내서로서 손색이 없다. 이덕열 옮김.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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