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북리뷰] 당장 세상을 향해 떠나라!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12.02 09:51:11
  • 조회: 501
나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1.2 / 사와키 고타로 / 재인



이 책은 10여년 전에 출간됐다. 그리고 책에 담긴 배낭여행의 경험은 그로부터 20여년 전에 이루어졌다. 30년이나 지난, 어찌보면 여행기로서의 효용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고 할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이 일본 젊은이들에게 미친 영향은 대단하다. 책이 처음 출간됐을 때, 일본 젊은이들은 열병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너나 없이 배낭을 챙겨 메고, 홀연히 일본 열도를 떠났다. 이 책을 읽고도 여행을 떠나지 않으면 젊은이가 아니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책은 지금까지 4백50만부가 팔렸으며,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책의 일본어판 원제는 ‘심야특급’이다. 영어로 ‘Midnight Express’. 터키 교도소 수감자들의 은어로 ‘탈옥’을 뜻한다. 요즘 일본에서는 30대 여성들이 홀로 세계여행을 떠나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들은 ‘여자들의 심야특급’이라는 제목을 붙여 보도하고 있다. 그만큼 일본사회에서 ‘일반명사’로 뿌리내린 ‘여행의 교과서’이다.



당시 스물여섯살의 사와키 고타로는 젊은날의 모든 것을 잠시 미뤄둔 채 1,500달러의 여행자수표와 현금 400달러를 챙겨 무모한 대장정에 나선다. “인도 델리에서 실크로드를 거쳐 영국 런던까지 버스로, 그것도 일반버스로 갈 수 있느냐”를 놓고 친구들과 내기를 걸고 떠난 여행이었다.

책의 기본 얼개는 여타 여행기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풍경을 묘사하고 여행을 통한 자아찾기를 시도한다. 그러면서도 여행중의 저자는 대단히 허무주의적인, 나른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바쁠 것도 없이, 구체적인 일정표나 계획도 없이, 우연에 몸을 맡긴 채 여행하는 것에서 묘한 쾌감을 느낀다. 책은 말 그대로 술술 읽힌다. 관광지를 멋지게 묘사해서가 아니라 유라시아 곳곳의 거리와 뒷골목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나누는 대화가 곡진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돈을 아끼기 위해 가는 곳마다 값싼 숙소를 찾아 헤맨다. 따라서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거지, 실업자, 창녀, 어린이, 병든 노인, 여행자 등등 가난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가 여행길에 맞닥뜨리는 수많은 만남을 따라가다 보면 “세상은 정말 만날 만한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는 것과 “여행은 인생을 닮았다”는 그의 깨달음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이 출간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는 끊임없는 불안과 불편 속에서 흔들리는 버스를 타고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란,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를 지나 기어코 런던에 당도한다. 1년여의 좌충우돌 여행 끝에 마침내 종착지에 도착한 저자는 런던 시내에서 공중전화 박스로 들어간다. 그리고 동전도 넣지 않고 영어 알파벳으로 다이얼을 돌린다. “WARE-TOUCHAKU-SEZU(와레 도차크 세즈).” “나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저자는 이 책이 나온 뒤에도 여전히 세계를 떠돌아다닌다. 그는 현재 일본의 최정상급 논픽션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혁재 옮김. 이우일 일러스트. 각권 9,800원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글수정
  • 글삭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