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가시철망 위의 넝쿨장미’ 저자 박민나씨와 노동운동가 윤혜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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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12.02 09:48:03
  • 조회: 693
파란 머릿수건과 가운을 입고 미싱 앞에서 하루 14시간씩 일했던 이 땅의 여성노동자들. 그들은 이 땅의 산업역군이었고, 한편으론 굵직한 노동운동을 이끌던 노동민주화의 주역이었다.

그들이 ‘공순이’라는 슬픈 이름으로만 남은채 잊혀져가고 있는 이 때, 한국여성노동자회 협의회가 여성노동운동가 8명의 삶을 담은 책 ‘가시철망 위의 넝쿨장미’(지식의 날개)를 출간했다.

1978년 동일방직 똥물사건 당시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총각 인천노동연구원장, 79년 YH무역노조 사무국장으로 일한 박태연 부천여성노동자회장, 82년 원풍모방 노조위원장이었던 정선순 서울시의회 의원, 85년 가리봉전자 노조 사무국장으로 구로동맹파업에 참가한 윤혜련 구로삶터 자활후견기관 관장 등이 주인공. 지은이 박민나씨(45)와 윤혜련 관장(43)이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85년 구로동맹파업에 참여하며 알게 된 사이다.



▲박=책을 쓰면서 제 자신이 너무 감동을 받았어요. 어린 나이에 가족을 위해 희생하면서 노동자로 사는 것도 힘든데, 한단계를 넘어 대의를 위해 투쟁했고, 또 그 이후에도 한순간 한순간을 치열하게 살고 계시는 모습들에 놀랐죠. 모두들 어쩌면 그렇게 아무 원망도 없이 착하게 사셨어요?



▲윤=우리 시대엔 다 그랬어요. 언니, 나, 남동생 둘, 여동생 하나로 5남매였는데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아버지 따라 좌판장사를 했죠. 초등학교 졸업 후엔 동생들 뒷바라지하느라 공장에 취직했는데, 공장친구들 대부분이 그랬어요. “동생이 이번에 고등학교 갔다, 몇등 했다”는 얘기가 가장 큰 자랑거리였고 동생들을 대학에 보낸 극소수의 아이들은 하나 같이 목에 힘을 주고 다녔죠. 휴일엔 대부분 잠자기에 바빴고 철야 없는 수요일이나 토요일 저녁 가리봉시장 ‘별 다방’에 가서 DJ에게 노래를 신청해 듣는 것이 가장 즐거운 오락거리였죠. ‘나 어떡해’ 같은 대학가요제 노래들이 인기가 많았는데, 우리가 갈 수 없는 곳이란 생각에 애틋한 감정을 많이 품었던 것 같아요.



▲박=그런데 지금 구로공단을 가 보면 ‘디지털 타운’의 깨끗함이 좀 낯설더라고요. 70, 80년대에는 종업원 1,000명이 넘는 전자, 섬유, 봉제, 가발, 신발 공장들이 정말 많았는데 지금은 제조업이 사양화했잖아요. 젊은 여성들은 모두 서비스업으로 빠지고 현장엔 또다시 우리또래들뿐이죠.



▲윤=맞아요. 남성 중심의 대기업 노동자들은 조직화가 잘 돼 있는데 비정규화, 소규모화된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오히려 약화되고 있어요.



▲박=객관적 조건은 좋아졌지만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진 것 같아요. 참, 예전 동료들은 가끔 만나세요?



▲윤=지금도 그때의 멤버 10여명이 1년에 한두번씩 만나요. 단속에 걸릴까 조마조마하며 새벽에 몰래 유인물 뿌리던 얘기며 데모 얘기, 악랄했던 관리자들 얘기를 하며 웃죠. 순수한 시절에 순수한 마음으로 그 힘든 과정들을 같이 겪어서인지 어쩌다 만나도 자주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죠. 우리는 노동민주화의 물꼬를 텄다고 자부합니다.



▲박=그러고 보니 윤관장은 지금껏 태어난 곳에서 살고 있지요?



▲윤=네. 그곳에서 기초생활보호대상자들의 자활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나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남의 일 같지 않아요. 그래서 “나도 힘들었다. 노력할 만큼 해보고 나서 정부에 요구하자”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죠. 이들이 나름대로 훈련을 받고 일종의 창업형태인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데, 일을 하고도 돈을 못받는 문제, 세금문제나 경영에서의 미숙함 등이 많아요. 이런 어려움들을 도울 센터를 제가 만들거나 만들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죠.

순수한 용기로 뭉쳤던 사람들.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삶이 달랐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비슷하지 않겠어요? 둘다 정의감이 너무 강해서”라며 호쾌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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