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술집 사장의 수상한 ‘이중생활’ [‘장애인 친구’ 김두석씨 따뜻한 인생]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11.29 09:50:10
  • 조회: 462
편견이 참 우습다. 그를 만났을 때 유흥음식점 사장의 말씨와 행동 같지 않아 당황했다. 역시 성직자에 대한 편견이지만, 그는 마치 신부 아니면 목사 같았다.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부근에 자리한 룸살롱 ‘코튼’을 처음 찾은 손님 대부분은 비슷한 경험을 갖는다. 사장도 그렇고 시집 판매대와 성금함이 놓인 카운터가 도통 술집 같지 않다.

1978년부터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코튼’은 동네 터주대감이다. 비교적 주머니 가벼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개중에는 김두석 사장(56)의 ‘딴주머니’를 채워주려고 일부러 찾아오는 단골도 있다. ○○○ 동안 계속된 김사장의 ‘이중생활’ 밑천을 보태려는 마음에서다. 평일에는 유흥음식점 사장으로, 주말엔 소외된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산에서 환경운동을 벌이는 ‘이중생활’이 수년째다.

김사장은 두 달에 한 번 주방장, 종업원들과 함께 충남 금산에 있는 ‘장애우평등학교’를 찾는다. 학교가 자리 잡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김사장과 여러 사람의 정성으로 신체장애인 10여명이 자립해 살고 있다. 주방장 최 이사(68)는 이른 아침부터 주특기인 중국요리를 준비한다. ‘코튼’ 식구들은 보온상태로 공수한 따끈한 요리로 그곳 식구들과 점심식사를 한다. 식사 후에는 밤까지 학교 청소와 밀린 잡일을 찾아한다. 김사장의 아내와 자녀가 동행할 때도 많다.

몇해 전에는 ‘장애우평등학교’ 식구들과 전남 고창 선운사와 부근 바닷가, 대둔산에 여행을 다녀왔다. 난생 처음 바다내음 맡고 산에 오른 사람들을 보며 기뻤다. 한편으론 ‘이제까지 뭘했나’ 싶어 그들의 얼굴 마주치기가 미안했다.

종업원이 요즘보다 많았던 때는 ‘해바라기’ 모임을 만들어 활동했었다. 80년대 종업원들 역시 생활이 궁핍했지만 자신보다 더 가난한 이들을 찾아다녔다. 성남 시나원, 여주 여광원, 벽제 희망소년원, 화곡 천사원 등 지금도 인연을 이어가는 곳이 많다.

“부모 없는 아이들, 버림받은 노인들, 지체장애인들이 있는 곳을 다녀오며 다같이 더 열심히 살자고 다짐했어요. 좌절하지 말고 더 절약하고 좋은 일 하면서 살자고요.”

지금도 당시 해바라기 회원이었던 종업원들이 자주 연락해온다. 40대 주부가 된 여자종업원은 얼마전 자녀와 함께 그 시절 방문했던 시설을 다녀왔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김사장은 힘들게 살아왔다. 아픔의 미학을 거저 체득한 게 아니다. 제주가 고향. 13살에 섬에서 나왔다. 3남3녀 중 다섯째로 중학교 진학은 커녕 하루 한 끼도 먹기 힘들었다. 친척형 집에 기거하면서 식당 심부름, 사진보조 등 궂은 일을 했다. 밤에는 중·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했다.

“그때 꿈이 음악하는 거였어요. 열아홉 살에 기타를 배워 스무살에 미8군 무대에 섰어요. 기타포스트와 보컬을 맡았는데 보수는 정말 적었죠. 8~9년 일하다가 2년간은 무교동 나이트클럽에서도 일했습니다.”

생활이 어려운 것을 딱하게 본 당시 ‘코튼’ 사장인 친구가 함께 일하자고 제의했다. 몇년후에 그가 사장이 됐다. 룸살롱을 운영하면서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는 어떤 마음으로 일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제 아이들한테도 말합니다.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라’고요. 돈 모으는 데는 재주도 없고 별 욕심도 없어요. 이런 일 저런 일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이 재산이죠.”

‘비움’을 배우기 위해 산에 다니기 시작한 김사장은 자연생태에 눈 뜨면서 환경운동가가 됐다. 5년 전에는 녹색연합 내 산악환경 시민모임 ‘녹색친구들’을 만들었다. 녹색환경등산학교 교장이기도 하다. 국립공원 보호를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또 장기계획으로 백두대간의 정맥구간 생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2년 전 연말에는 한 손님이 1백만원을 건넸다. 그때 ‘녹색친구들’, ‘코튼’ 식구들이 정성을 보태 은평구 구산동에 있는 ‘결핵인마을’에 다녀오기도 했다.



김사장은 몇년전 가족에게 말해둔 것이 있다.

“앞으로 5년 내에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싶다고 했어요. 아직 100% 가족 동의를 얻지는 못했고 그만한 밑천을 마련한 것도 아니지만…. 꿈은 꿀수록 커지고 이뤄질 수 있잖아요.”

곧 연말이다. ‘코튼’ 카운터에 놓인 성금함도 개봉일을 기다리고 있다. 경기침체로 영업이 예전 같지 않지만 김사장은 벌써부터 마음이 급하다.

술을 못하는 술집 사장. 그는 말한다. 자신이 누군가를 ‘돕는다’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고 오히려 그분들이 자신에게 배움을 주고 관심을 가져줘 고맙다고. ‘사장님’의 말처럼 꿈도 사랑도, 꿀수록 나눌수록 커지고 있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글수정
  • 글삭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