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요녀석이 자식들 다 키웠어요 [‘양심 잉어빵’ 나순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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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11.22 10:01:41
  • 조회: 554
“우리집 황금잉어빵은 ‘양심잉어빵’이에요. 재료를 아끼지 않아 꼬리지느러미, 주둥이까지 살이 통통하게 올랐잖아요. ‘앙꼬’도 얼마나 많은데….”

나순례씨(56)는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돌담길에서 6년째 잉어빵을 굽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겐 1,000원에 3개짜리 잉어빵이지만 나씨에겐 고맙고 눈물겨운 것이다. 1남1녀를 키웠고 30여년 동안 투병 중인 남편 뒷바라지의 버팀목이 됐다.

나씨는 노점을 시작하고 한 3년간은 벌금내기에 바빴다. 벌금 3만원, 즉결심판 10만원 등 차곡차곡 모은 영수증이 2백70만원이다. 차마 버리지 못했다. 하루 대여섯번 단속을 피해 도망가기에 바빴고 하루에 19만원어치 벌금을 낸 적도 있다.

노점은 무릎관절을 다쳐 요구르트, 우유 배달을 그만두면서 시작했다. 새벽엔 요구르트, 낮엔 식당 주방 설거지, 오후엔 공장 우유배달, 밤에는 룸살롱에 우유를 배달했다. 새벽 1시 집에 들어와 새벽 4시에 다시 나갈 정도로 지독하게 일했다.

“남편이 사업실패후 충격 받고 정신병원 신세를 지게 됐어요. 내 나이 26살 때였죠. 그때는 의료보험이 안돼 한 달 병원비 1백30만원을 내고 어린 새끼들 키우려면 몸이 부서져라 일해도 모자랐죠.”

장성한 아들은 군대 제대 후 대학 4학년에 복학했다. 한 살 어린 딸은 미용사 자격증, 피부관리사 자격증을 따고 전문숍을 차릴 계획이다.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엄마를 위해 1인분씩 사오는 정 많은 애들이다.

처음 잉어빵 장사를 시작할 때는 하루 밀가루 5㎏짜리 열댓개가 부족할 만큼 잘 됐다. 요즘은 5㎏짜리 3~4개가 남는다. 토스트와 오뎅도 함께 판다. 이젠 의료보험 혜택을 받아 병원비 부담이 줄었다.

“젊었을 때 주변에서 이혼하고 혼자 살라는 사람들도 있었지요. 그런데 새끼들은 어떡하고, 아이들 아버지는 또 누가 돌봐요. 가족이 그런거지. 후회는 없어요.”

돌담길에 넘치는 사랑. 덕수궁 돌담길 ‘양심 잉어빵’이 맛있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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