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눈길끌기, 명품보다 낫죠”[패러디 티셔츠 인터넷 쇼핑몰 티공구 김인욱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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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11.17 10:03:40
  • 조회: 755
교복 좀 입지 않고 학교에 다녔으면. 매일 입는 교복이 지겨워 하루 빨리 벗어나고 싶던 학창시절.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사복을 입을 수 있던 소풍날은 자신의 감각과 능력을 맘껏 뽐내는 경연장이 되곤 했다. 특히 나이키(Nike) 운동화와 게스(Guess) 청바지, 리바이스(Levi’s) 모자 등은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살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비싼 브랜드로 치장한 친구 옆에서 나이스(Nice)나 제우스(Geuss), 레비스(Revi’s) 등은 놀림감이 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유명 브랜드 로고를 패러디한 ‘짝퉁’ 티셔츠를 자신있게 입고 다닌다.

짝퉁 트렌드의 선구자인 김인욱씨(27)는 아무도 못말린다. 기자와 만날 때도 스포츠브랜드 ‘푸마(PUMA)’ 로고의 푸마가 당구를 치고 있는 ‘다마(DAMA)’ 티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그는 악취미의 티셔츠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 ‘티공구(www.t09.co.kr)’를 운영하는 ‘사장님’이다. 지난 2월 문을 연 티공구의 슬로건은 ‘국내 최악(最樂)의 티셔츠 판매 사이트’.

티공구의 상품은 대부분 유명 상표를 패러디한 티셔츠다. 푸마 머리에 뽀글뽀글한 파마머리를 그려넣은 것은 ‘파마(PAMA)’, 뾰족뾰족한 머리는 ‘펑크(PUNK)’, 입에 담배를 물고 있으면 ‘피마(PIMA)’가 된다. 푸마가 곰으로 바뀐 ‘쿠마(KUMA)’도 있다.

이탈리아의 패션 브랜드 ‘카파’의 등을 맞댄 남녀 로고는 남자가 담배를 피우고 여자가 이불을 끌어안은 채 울고 있는 모습으로 패러디됐다. 제목은 ‘오빠나빠’. 성적인 상상으로 상대방을 웃음짓게 만드는 패러디다.

‘빈폴(Bean Pole)’의 자전거 탄 신사는 졸지에 리어카를 끄는 ‘빈곤(Bean Gone)’한 신사로 전락해버렸다.

모 가수를 패러디한 반팔 티셔츠는 지난 여름 가장 많이 팔린 인기상품. 겨울을 맞아 후드티도 내놓았다.



김씨는 “짝퉁을 감추려 했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되레 짝퉁임을 강조하는 디자인이 많다”며 “남들과 전혀 다른 상품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욕구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전의 짝퉁은 비싼 브랜드를 살 수 없어 대리만족하는 부분이 컸다. 그러나 요즘은 자신을 차별화하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주요 고객은 인터넷과 패러디에 익숙한 10~20대. 주위의 시선을 모아 튀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의 욕구에 딱 맞기 때문이다. 짝퉁이란 것을 아니까 오히려 더 당당하게 사고 자랑스레 입고 다닌다. 김씨는 “체육대회가 있던 철에는 친구들과 함께 입는다며 30장 이상 단체로 맞추는 주문도 많았다”고 말했다. 한 초등학생은 패러디 티셔츠를 입고 싶다며 할머니 손을 잡고 마천에서 티공구 사무실이 있는 서울 홍익대까지 쇼핑을 나오기도 했단다.

위트와 재치가 넘치는 패러디 티셔츠는 보는 사람에게도 즐거움을 준다. 그는 “보는 사람도 눈살을 찌푸리기보다는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티셔츠를 구입하려 사무실로 찾아오는 친구를 따라왔다가 재미있다며 즉석에서 구입하는 고객도 많다고 했다. 김씨가 ‘다마(DAMA)’ 티셔츠를 입고 당구장에 갔을 때는 주위 사람들이 모두 모여들어 ‘어디서 구입했냐’고 판매처를 묻는 등 인기가 높았다고 했다.

김씨는 “사실 티공구 사이트를 처음 만들 당시엔 이렇게 반응이 좋을지 몰랐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유행하던 패러디티셔츠를 실제로 만들어보자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 1만장이 넘는 티셔츠를 판매하는 사업이 됐다.



“티셔츠는 이제 더 이상 패션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점에서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입니다. 앞으로도 온라인의 유머와 풍자를 통해 여러가지 생각을 담아 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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