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과학의 힘으로 사고의 진실 밝힌다 [전업 ‘교통사고 분석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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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11.05 14:07:56
  • 조회: 1557
가령 어떤 차량이 맞은 편에서 역주행으로 달려오고 있다고 치자. 당황한 끝에 이쪽에선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중앙선 넘어 반대 차선으로 피하게 된다. 그러나 상대가 급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채 본래 차선으로 되돌아가면서 충돌했다.

중앙분리대가 없는 도로에는 상대가 잘못했다는 증거가 거의 남지 않는다. 반면 이쪽은 선명한 타이어 자국(스키드 마크) 등이 찍혀 자칫 가해자로 몰릴 수 있다. 목격자가 없다면 더욱 낭패다.

비슷한 상황에서 역주행 차량을 발견한 뒤 중앙선을 넘지 않고 오른쪽 갓길로 급회전하는 때도 있다. 원인 제공자는 사고를 당하지 않은 채 유유히 달아날 수 있다. 만일 차량에 손상이라도 입었다면 결과만 놓고 보면 이쪽의 운전미숙 때문으로 간주되기 십상이다.

앞서 첫째 사고는 분석 결과 애초 역주행자의 과실로 밝혀졌다. 둘째 사고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긴급피난’이 인정돼 운전자가 책임을 면했다. 이처럼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는 사고의 원인을 푸는 사람이 민간 ‘교통사고 분석사(또는 감정사)’다.

PNS 손해사정&법과학기술연구소(www.sago114.com)는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출신 박승범 대표(39)가 1998년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교통사고 분석업체다. 현재 박대표 등 3명의 교통사고 분석사와 손해사정 등을 맡은 직원들이 일한다.

매년 교통안전공단과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에서 민간 자격증을 발급하지만 대부분 경찰관이나 보험사 직원이 획득한다. 박대표는 “전업 ‘교통사고 분석사’는 국내에 10명뿐”이라고 전했다. 일부 선진국과 달리 시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분석사는 민사상 배상 과정에서 ‘누구 과실이냐’를 두고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대개 사망 사고 등 굵직한 사건을 놓고 경찰 조사나 법원 결정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고 당사자가 직접 의뢰하거나, 변호사 소개로 찾아온다. 또한 억대 이상 손실을 떠맡게 된 손해보험사가 과실 비율을 줄이기 위해 문의한다.



“대다수는 가해자·피해자가 뻔한 사고입니다. 가끔 조사해보면 가해자·피해자가 뒤바뀌는 경우가 나옵니다. 그만큼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죠.”

법과학기술연구소는 사고 분석에서 ‘속도’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 약 70가지나 되는 속도 산출기법 중에서 몇가지를 적절히 활용한다.

일단 현장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속도를 유추해 낸다. 차의 진행방향과 부딪치는 힘의 크기(충격력)를 구하려면 물리학 지식이 필요하다. 박대표는 한양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고, 요즘은 경원대에 외래강사로 출강하는 전문가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애니메이션 기법 따위를 동원해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주는 소프트웨어까지 동원한다. 법과학기술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도 있다.

큰 사건에는 7~10일씩 매달린다. 비교적 단순한 사고는 사흘 안에 끝낸다. 직원들이 현장을 봐주고 보고서를 써주는 데 그친다.

“일의 특성상 의뢰한 사람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난처해져요. 사진 등을 보고 컨설팅을 반드시 거치죠. 헷갈릴 때는 일정 비용을 받고 미리 현장조사까지 나갑니다. 승산이 없어 보이는 사건은 맡지 않으려고 합니다.”

애써 분석해도 판사나 검사에 따라서는 아예 무시당하는 때도 있다. 한마디로 “돈 받고 의뢰한 분석이므로 믿지 못하겠다”는 이유다.

그러나 일종의 ‘기술 보고서’로 인정해 공판과정에서 질의 응답을 벌인 일도 적잖다.

“국내 교통사고 분석 과정에 표준화가 절실합니다. 앞으로 관련 논문을 꾸준히 발표하는 등 과학적인 조사·분석에 노력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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