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내인생이 연극이지 [여성연출가 송미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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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10.28 12:03:03
  • 조회: 802
‘실험극장 최초의 여성연출가에서 서울시내 유일한 구립극단 연출가로.’

송미숙씨(46)는 서울 강서구립극단 상임연출가다. 지난 16~17일 구민회관에서 제2회 정기공연작으로 12인조 국악라이브밴드가 연주하는 가족뮤지컬 ‘솜사탕은 누가 지키지?’(작 장성희)를 올렸다. 4회 공연 모두 거의 객석을 채웠고 한 차례는 만원사례를 기록했다. 송씨는 만원사례로 1,000원짜리 지폐를 한 장씩 흰 봉투에 담아 배우·스태프 50여 명에게 돌렸다.

송씨는 “구립극단은 제작비를 지원받고 비싼 연습실·극장 대관료가 필요없어 무대·세트·음악에 필요한 만큼 돈을 쓸 수 있다”면서 “극단이 50만명 구민에게 ‘문화특구’라는 자긍심을 심어준 덕분인지 구청측에서 올해 안에 연습실을 리모델링해서 좋은 소극장을 지어주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연극에 목말라하는 구민들을 상대로 1년에 두 편씩 전용극장에서 수준높은 공연을 안정적으로 펼치는 ‘꿈의 무대’가 손에 잡힐 듯하다는 게 송씨의 전언이다.

그가 연출로 데뷔한 때는 꼭 20년 전. 한국연극의 요람이던 실험극장 사상 최초의 여성연출가다. 그것도 입단 5년차인 26살짜리 신참으로 말이다. 당시 실험극장 대표(고 김동훈)가 그녀의 워크숍 공연 ‘어떤 사람도 사라지지 않는다’(작 최인석)를 보고 “너 연출해도 되겠다”고 했다. 그녀는 공연 첫날 고사를 지낼 때 여자들은 무대 밑에서 서 있던 관례를 깨고 돼지머리에 만원짜리 지폐를 꽂았다.

내심 스스로를 천재쯤으로 여겼던 그는 이후 10년간 연극의 무게에 짓눌려 살다 결국 연출계를 떠났다. 극작에 몰두하다 1998년 국립극장 공모전에서 희곡 ‘아노마’로 당선, 연극판에 복귀했다. 이제 구립극단 연출가로 제3의 연극인생을 펼치고 있다. 그는 겸손해졌으나 눈높이를 낮추지는 않았다. 그는 ‘연극인장(葬)’으로 저승에 가기를 희망한다. 소싯적엔 단숨에 이루려 했으나 지금은 소걸음으로 죽는 날까지 승부를 보겠다는 ‘긴 호흡’으로 묵묵히 걷고 있다.



그는 “연극 천재는 100년에 한두 명 나오므로 이는 누구든 연극을 해도 된다는 뜻”이라면서 “연극은 약간의 재능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죽는 날까지 열심히 한다는 열정과 각오만 있으면 구립극단도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송씨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게 되기까지 치른 대가가 처절하고 혹독했다”면서도 “인생에서 몇 번 휘청거렸다가 마흔 살부터 다시 연출생활을 하게 됐으니 늘 신인이라는 기분으로 연극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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