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절로 흥을 나눌뿐 [공연예술단체 ‘진스(辰’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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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10.25 13:54:00
  • 조회: 859
“도대체 뭐 하는 곳이에요?” 사람들이 ‘진스’(辰’s)를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묻는 말이다.

“그렇게 물어보면 저희도 난감합니다. ‘그냥 놀죠’라고 답할 때가 많습니다.”

두루뭉실하게 말하면 ‘진스’는 ‘공연예술단체’다. 하지만 이들이 펼치는 ‘공연’은 일반적으로 극장 같은 곳에 앉아 보는 것과는 좀 다르다. 공연 속에 연극이 있지만 전통 풍물도 들어있다. 무용도 있고 그림까지 그린다. 하늘에 제사를 드리고 관객과 하나가 돼 길놀이도 한다.

“장르라는 건 구분에 불과합니다. 기존의 딱딱한 판과는 달리 인간이 지니고 있는 보편적인 흥을 끄집어내자는 거지요.”

지난해 5월 ‘공연판’에 있던 5명이 의기투합해 의형제를 맺었다. ‘기존 공연과는 다른 재미있는 걸 만들어보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의형제’라곤 하지만 색깔이 모두 다르다. 맏형격으로 ‘대장’으로 불리는 조혜순씨(34). ‘난타’의 여주인공을 맡는 등 연극배우로 10년 가까이 활동했다. 남사당놀이 여성 전수자이기도 하다. 작가 및 연출을 맡고 있는 김진수씨(33)는 기자 출신으로 방송 및 연극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채원섭씨(30)의 이력은 더욱 독특하다. 대금을 전공한 그는 재미있는 걸 찾다가 게임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현재 강원 원주시에서 전통무예인 기천무 수련관을 운영하고 있다. 전주대사습놀이 장원 출신으로 사물놀이패 단원인 장세록씨(30)와 한국예술종합학교 4학년인 막내 임호경씨(25)가 음악 담당으로 합류했다.

영역이 다르다보니 의견 충돌은 당연한 일. “만나면 90%는 싸우고 10%는 떠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로가 가진 것을 나누면서 폭이 넓어지는 것이 장점이다.



“서로 색깔이 다르지만 융화해 더 큰 에너지를 만듭니다. 공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고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 모두 재미있지 않으면 못 견딘다는 것. ‘이거 재미있겠다’ 싶으면 모두 달려든다.

지난해 10월3일 경기 남양주시에서 추수제를 공연한 뒤 원주·홍천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공연했다. 장소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지만 모두 함께 즐겁게 어울리는 판을 만드는 게 목표다. 지난 3일 남양주 다산유적지에서 2회째 벌인 추수감사제도 마찬가지. 마을 주민에 관객까지 참여해 그 옛날 마을 축제처럼 웃고 떠들고 놀았다.

시련이 없었던 건 아니다. 올초 남양주에 전통생태문화장터를 기획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드는 하향식 직거래장터가 아니라 놀이와 연희를 함께한 예전 장터를 만들자며 1년간 준비한 것이었다. 건물까지 마련했지만 마을간 합의에 문제가 생겨 개장 1주일 전에 백지화하고 말았다.

“그 옛날 장터가 갖고 있던 흥을 되찾자는 시도였는데 마을 주민의 이해가 부족했지요. 기운은 많이 빠졌지만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세상에 내놓고 싶은 것은 아직 많다. 16일 남양주 봉인사에서 열리는 산사예술제에 참가한 뒤 조만간 강원 철원군 장흥사리 마을회관을 고쳐 문화예술학교를 열 예정이다. 내년에는 친환경 영화 제작에 참여할 예정이고, 뮤지컬과 게임 시나리오까지 준비하고 있다. 알음알음으로 이들을 찾는 이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 삶은 곧 놀이다. ‘재미난 세상’이 모토다. 억지스러움 대신 자연스러운 흐름을 타고 싶다. ‘진스’도 어느 것 하나로 규정하고 싶지는 않다.

“억지로 필요에 의해서 사람을 모았다면 이렇게 못 만났을 겁니다. 앞으로 어디로 갈지는 몰라요. 명확하면 재미가 없지 않습니까.”

내년에 장가가는 장씨를 위해 ‘재미있는’ 결혼 공연을 하는 게 가장 큰 일이라며 모두들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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