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우린 글을 통해 걷고 나누죠”… 장애인문예지 ‘솟대문학’ 발행인 방귀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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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10.18 11:24:40
  • 조회: 622
사람의 버릇에는 세상을 산 흔적이 담기는 모양이다. 방귀희씨(47). 방송작가이자 국내 유일의 장애인 문예계간지 ‘솟대문학’ 발행인. 말을 할 때 또박또박 정확하게 발음하는 버릇이 있다.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서 그렇게 말하도록 교육받았다. 이제는 버릇이 됐다.

“‘장애인’이라고 하면 뭔가 모자란다고 생각해요. 그 모자란 사람처럼 보이는 걸 항상 걱정하셔서 말부터 똑바로 해야 한다고 가르치셨죠.”

말버릇처럼 장애인에 대한 세상의 편견과 선입관에 맞서 또박또박 살아왔다. 한살때 소아마비에 걸려 두 다리와 두 팔이 불편한 상태. 어머니 등에 업혀 비(非)장애인과 경쟁하며 학교를 다녔다. 의사가 되길 원했지만 장애인을 받아주겠다는 곳은 없었다. 몇군데 대학에서 퇴짜를 맞고 동국대 불교철학과에 들어가 수석으로 졸업했다. 방씨는 “휠체어 타고 대학을 수석 졸업한 1호였을 것”이라며 웃었다.

1981년 장애인 방송 프로그램 구성작가로 방송 일을 시작했다. 그때 처음 맡았던 ‘내일은 푸른 하늘’이라는 장애인 대상 프로그램을 지금까지 애정을 갖고 만들고 있다.

방송을 준비하면서 수많은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을 만났다. 많은 장애인이 그들의 삶과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싶어했다.

“장애인에겐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림이야 발표할 공간이 있었지만 글을 발표할 곳이 없었지요.”

사재를 털고 주위의 도움을 얻어 90년 12월 ‘한국장애인 문인협회’를 창립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사무실 한 귀퉁이에 책상 하나를 달랑 놓고 일했다. 직원은 단 한명. 장애인의 손때가 묻은 원고를 일일이 읽고 교정보고 정리했다. 이듬해 4월 150쪽 분량의 ‘솟대문학’ 창간호가 나왔다.

“저보다 글이 실린 장애인분들이 더 좋아하셨지요. 보내드린 잡지를 복사해서 주변에 나눠줬다는 분도 계셨고요. 감사의 전화나 편지를 수없이 받았습니다.”

‘솟대문학’은 이후 단 한번의 결간 없이 꾸준히 나와서 현재 55호 출간을 앞두고 있다. 창립 당시 100여명이던 회원이 지금은 1,000여명으로 늘었다.

풍년을 빌며 마을 어귀에 세워지는 솟대. 장애인 문학도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방씨는 솟대 하나를 가슴 속에 세워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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