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공연장이 우리집 안방같죠”… 국립극장 20년 지킴이 최선경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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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10.02 10:48:31
  • 조회: 605
“조금만 더 편하게 앉아보세요.”

사진기자가 ‘편하게, 편하게’를 주문했지만 최선경씨(39)의 차려자세는 좀처럼 풀어질 줄 몰랐다. 올해로 만 20년을 일해온 국립극장. 그러나 그에겐 공연장 뒤에 서 있는 자세가 가장 편하다. 모든 공연에 다 들어오면서도 정작 본인은 보고 싶은 공연 한편 제대로 본 적이 없는 최씨. 최씨는 국립극장의 안내실장이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휴대폰 끄셨어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극장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사람들. 최씨는 고교 졸업 후 국립극장의 안내직원으로 들어와 비서실 근무, 공연 안내와 티켓 판매를 하는 매표 업무 등을 거쳐 다시 안내실로 돌아왔다. 입사 당시 같이 일했던 20명의 안내직원들 중 혼자만 남아 국립극장을 지켜왔다.

“20년 전 제 첫 월급 본봉이 3만원이었어요. 그때 비싼 표값이 2만원이었는데 요즘 공연 티켓은 12만원이니 티켓 값은 큰 차이가 안 나는 셈이죠. 연세 드신 분들은 아직도 태극당의 찹쌀떡과 팥빙수를 못 잊으신답니다.”

‘20년’동안 재직했던 극장장만 9명. 해오름, 달오름, 별오름, 야외극장 등 4곳에서 어림잡아 1년에 300~400편을 공연했으니 지금까지 안내하며 들락거린 공연만 해도 거의 천문학적 숫자이다. 그래도 제목만 들으면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작품인지 아닌지 쉽게 알 수 있단다.

오후 2시에 출근해서 공연을 모두 마무리하고 자정이 되어서야 퇴근하는 직장생활. 최씨의 생체리듬은 20년째 공연이 시작되는 오후 7시30분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오후 5시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출근하기 전까지 공연 주최측과 공연 진행상의 불편함을 체크하고 매표팀과 표 판매상황에 따른 공연 안내도 의논한다. 환기나 의자번호표 수정, 청소상태 등도 모두 점검한다. 회의 후 공연이 시작되면 공연장들을 돌며 공연 안내나 음식물 반입 제지 등 현장을 지킨다.



“대형 공연이 시작되는 날이면 제가 다 마음이 설레요. 표 매표상황을 떠나서 ‘이 공연은 잘 될 것 같다’는 감이 오면 거의 다 맞을 정도가 됐지요. 작품은 괜찮은데 홍보가 덜된 경우는 제가 괜히 안타까워서 주변에 보라고 권하기도 한다니까요.”

남미와 이집트, 이스라엘에서 공연한 창작국악오페라 ‘우루왕’은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공연이다. 감동받았다”고 극찬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안내하며 속상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애완견을 데리고 오면서 교육시켰으니 들어가도 된다고 우기는 관객, 아이들을 들어가지 못하게 하자 그 자리에서 티켓을 찢고 돌아가는 막무가네 관객도 봤죠. 또 ‘음식물 안되나요?’ 라며 깜짝 놀라는 경우도 있지요. 예전엔 관객수는 적어도 며칠전부터 설레면서 오는 관객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요즘 공연 제목도 모른 채 생각없이 오시는 분들을 보면 씁쓸하기도 해요.”

그래도 한달에 한번은 꼭 들르는 열성관객, 3~4대가 같이 와 공연을 즐겁게 보고 돌아가는 상기된 표정을 보면 본인도 덩달아 즐거워진다고 한다. 얼마전부터 국립극장은 객석의 5%를 장애우들에게 배당하고 있는데 그들의 환한 미소와 그들을 부축하고 오는 봉사자들을 볼 땐 더 열심히 친절하게 안내해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든다고 했다.

“이달 말 보수공사 중인 해오름 극장 재개관때 한번 놀러오세요. 남산의 정취와 어우러진 공연이 얼마나 좋은데요.”

역시나 손님을 배웅하면서도 미소와 극장 자랑은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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