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뜰정보] ‘건강밥상’ 우리만 먹기 아까웠죠… 조앤리의 밥집 김인숙·정현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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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09.30 11:40:26
  • 조회: 550
가을로 접어든 서울 삼청동의 고즈넉한 길. 양쪽 길가에 늘어선 유명한 맛집들 사이로 낯선 간판 하나가 발길을 잡습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금세 지나치고 말 낮은 기와집, 소박한 나무글씨의 작은 간판에 써 있는 ‘조앤리의 밥집’.

‘조앤리? 교포 이름인가?’라고 갸웃할지 모르지만, 아닙니다. 10년이 넘게 재미난 이웃사촌으로 살고 있는 조씨 부인 김인숙씨(47·사진 왼쪽)와 이씨 부인 정현옥씨(42)가 두 주인장입니다.



#첫 만남

“우리, 그때 아이들 학교에서 처음 만났죠. 1학년 윤지, 3학년 은비 엄마로….”

경기 포천군 소흘읍 직동리. 광릉수목원을 안고 사는 풍광 좋은 동네이지만 두 사람이 처음 만난 10여년 전만 해도 서울에서 이사온 주민이 거의 없는 ‘촌’이었습니다. 조씨네는 그보다 10년 전 광릉수목원에 놀러왔다가 마냥 숲이 좋아 그대로 눌러 앉았고, 이씨네는 1994년 광릉숲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조씨네가 들어올 때만 해도 밀양 박씨 씨족마을이었던 이곳 주민들이 외지인에겐 집도 땅도 안 팔았던 때라 어느집 외양간 옆 단칸방 행랑채에서 고생고생하며 얼마간 지낸 후에야 들어올 수 있었답니다. 나중에 보니 남편들끼리는 서울에 있었을 때부터 서로 다른 단체에서 환경운동을 하며 안면이 있던 사이였습니다. 대여섯살의 나이 차가 무슨 문제가 되나요. 첫눈에 ‘코드’가 척 들어맞았음을 느꼈으면 됐지.



#아름다운 시절

계절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자연속에선 할 일도 볼거리도 정말 많았답니다. 함께 숲과 산을 올랐고, 식물도감을 들고 다니며 자생풀꽃들을 하나하나 확인해 보기도 하고 동강 살리기 여행도 함께 다녔습니다. 주말이면 두 집을 축으로 몇몇 집이 가세해 흥겨운 놀이판이 벌어졌습니다. 좋은 영화에 좋은 음악을 틀어놓고 돌아가며 감상평도 하고 이 얘기 저 얘기 하면서 아이·어른 할 것 없이 어울려 보낸 시간들. 마당에 모깃불 피워놓고 기타 치고 노래 부르다가 흥이 나면 제멋에 겨워 춤도 추게 되는, 누구 앞이라고 창피할 것도 없는 그런 흥겨운 놀이판이었습니다. 자연속에서 그렇게 놀며 사람들도 자연을 닮아갔습니다.



#호박꽃 부침, 민들레꽃 튀김, 노루궁뎅이 버섯 무침…

흥겨운 놀이판엔 두사람이 만드는 음식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선 갖가지 화려한 재료들로 이것저것 해봐도 제대로 맛이 안 나고 먹을 게 없었는데 여기 오니 한가지 음식만으로도 그렇게 맛있을 수 없어요.”

봄이면 다래순, 두릅을 따고 여름이면 송홧가루, 어린 솔방울들로 송화주, 솔잎주 담그고 가을엔 버섯, 잣, 밤, 도토리를 한껏 따고, 겨울이면 콩 사서 된장 담그고…. 서울생활을 할 때부터 건강한 먹거리와 손님 대접이 유난했던 두 사람에게 산골은 별천지였습니다. 지천으로 넘쳐 나는 야채들을 아이들과 함께 따고 요리하고 함께 먹는 모든 과정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습니다.



#조앤리밥집의 탄생

이들이 밥집을 열게 된 계기는 지난해말 조씨가 퇴직 압력에 봉착하면서 찾아왔습니다. 그게 조씨네 집만의 일일 수 있나요? 형제 자매보다도 친한 10년 이웃사촌인데. 집을 찾은 손님들로부터 “우리만 먹기 아깝다. 가게 차리라”는 말을 항상 들어왔고 정씨 또한 아이들이 기숙사형 대안학교에 들어가면서 늙기 전에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였습니다. 그렇게 20년 전업주부 접고 ‘인생 2막’도 함께 열었습니다. 김씨는 친정집으로, 정씨는 전세를 얻어 또다시 삼청동 이웃이 됐지요.

두 사람은 원재료의 맛을 최대한 훼손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산야초 샐러드와 설악산 돼지고기 곰취쌈, 영덕에서 산 채로 잡아 보내는 문어초, 효소고추장 붕장어구이 등으로 메뉴를 정했습니다. 요리에 쓰이는 산야초들은 남편들이 주말마다 포천에서 뜯어 공급합니다. 욕심은 많지만 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힘들어 여러가지 요리를 하지 못하는 게 아쉽답니다.

사람 좋아하는 이들은 이미 이곳에서 지인의 출판기념회도 했고 화랑 뒤풀이도 서너차례 했습니다. 앞으로는 동요부르기 날도 정하고 가족들이 함께하는 이벤트를 만들고 싶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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