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흙에 살리라 정했다면 공부하시라”… 귀농조언서 펴낸 이철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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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09.01 13:30:27
  • 조회: 467
1994년 7월5일. 정확히 입사 20주년 되던 날, 당시 마흔다섯 나이의 이철학씨(55)는 대기업 간부(삼성생명 교육부장)의 직함을 내던졌다. “자신이 주인되는 제2의 인생을 살겠다”며 고향인 포천으로 내려왔다. 그로부터 10년. 강산이 변하는 세월 동안 자신이 선택한 인생의 ‘후반전’을 어떻게 꾸려왔을까.

경기 포천시 일동면 유동리 441번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묻혀 있는 고향 땅에는 ‘바보꽃밭’이 자리잡고 있다. ‘마음밭 농원’이라는 관광농원을 거쳐 지난 5월 개장한 테마식물원이다. 2만평 부지에 ‘꽃밭’ ‘꽃동산’ ‘꽃천지’ 등의 이름을 붙여 상록패랭이·맥문동·원추리·벌개미취 등 300여종 식물을 심었다.



10년 전 화이트칼라 인생을 청산하고 낙향할 때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고향 마을을 자연이 살아 있으면서 소득도 높은 마을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품은 꿈을 실현하는 것이기도 했다.

“심훈의 ‘상록수’나 이광수의 ‘흙’을 읽으며 농촌에 도움되는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농촌도 잘살 수 있다는 성공모델을 보여주겠다고 낙향했지요. 농업소득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농외소득 쪽에서 운동의 시발점을 찾아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생각해낸 게 우리 옛 농촌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관광농원이었다. 3년여 동안 전문가 자문을 구하고 강의나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자료를 모았다. 황토방과 구들이 있는 흙집을 다섯 채 지었고 주말농장을 위한 텃밭을 가꾸었다. 산책로와 숲으로 가는 뒷길에는 야생화를 심었다.

때마침 황토방 열풍이 불면서 매스컴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조기퇴직하고 귀농했다는 사실도 주목을 끌었다. 여기저기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고 흙집짓기 공개강좌를 열었다.

그러나 알려진 것에 비해 수익이 시원치 않았다. 70년대 생활을 체험하는 ‘체험77’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호응을 얻지 못하기 일쑤였다. 펜션열풍이 분 것도 경영을 어렵게 했다. 그는 “전국에 400여개의 관광농원이 모두 처음에는 장밋빛 전망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고심 끝에 숙박과 음식 위주 관광농원을 입장료를 받는 볼거리 중심의 테마식물원으로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20~30대 여성을 겨냥한 작은 테마식물원을 목표로 했다. 평창 허브나라, 용인 한택식물원, 청양 고운식물원 등 국내 유명 식물원을 틈나는 대로 다녔다. 새벽 5시쯤 일어나 하루 10시간씩 땀을 흘리며 잡초를 뽑았다. 꽃 상태가 좋지 않아 1년을 연기한 끝에 지난 5월15일 개장했다. “식물을 잘 모르는 사람이 와서 그냥 바보처럼 즐기고 가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바보꽃밭’이라고 이름붙였다.

“골치 아파서 찾아오는 사람이 꽃 이름을 일일이 알 필요가 있겠습니까. 꽃을 보고 마음을 편안히 가지면 되는 겁니다. 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타인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그만이지요.”

10년 세월이 현실과 이상의 틈바구니에서 좌충우돌이었다고 평가했다. 귀농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다고 분석했다. 자신의 경험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최근 ‘나는 바보식물원장이 되고 싶다’(중앙생활사)는 책을 펴냈다.

귀농자 대부분이 살림집을 짓는 데 집중하다 보니 나중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귀농을 취미로 할지, 사업으로 할지 명확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사업을 하려면 수익을 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취미인지 사업인지 어정쩡했지요. 취미라면 자기만 만족하면 되지만 사업은 고객을 만족시키는 게 우선입니다.”



식물원이 본격적으로 모양을 갖추는 내년 봄이면 새로운 도전의 성패를 가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귀농도 돈을 못 벌면 할 말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저 사람 가는 게 맞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도록 해야겠지요. 이제 8부, 9부 능선을 넘고 있으니 마지막 고비만 넘기면 보람이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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