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진공관 속에 있어 행복합니다… 진공관 앰프제작 김선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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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08.26 09:50:07
  • 조회: 879
‘3극관·범관, 직렬관·방열관, 캐소드, 출력단….’

난해하게 들리는 이런 용어를 무심코 내뱉는 김선구씨(37·분당서울대병원)는 진공관 앰프 마니아다.

초등학생 때 납땜질을 시작해 여가 대부분을 진공관 앰프 제작에 쓴다. 휴가 계획이 따로 필요 없다. 진공관에 매달리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대학 전공은 전산학으로 취미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지난 10년동안 진공관 앰프를 100대 이상 만들었다.

현재 진공관 앰프 4대와 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DAC) 1대를 가지고 있다. DAC는 CD플레이어 등에서 나오는 디지털 신호를 진공관을 이용해 아날로그 신호로 바꾸는 장치. 날카로운 디지털 음악에 길들지 않은 귀를 달래준다.

‘진공관’은 생경하다. 일찍이 더 작고 효율적인 트랜지스터(TR)나 집적회로(IC)에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여전히 옛 정취를 그리워하는 오디오 마니아는 진공관 앰프를 잊지 못한다. 일부는 오래된 수백만~1천만원대 유럽산 진공관 앰프를 수집하는 빈티지(vintage) 마니아가 된다. 김씨는 고가 장비를 탐내는 부류는 아니지만 진공관에 대한 열정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전산일을 하다가 쌓인 스트레스를 음악감상으로 풀었습니다. 올드팝·클래식은 물론 무속음악까지 가리지 않고 음악을 듣는 편입니다. 특히 사람 목소리에는 진공관 앰프가 안성맞춤이죠.”

진공관 앰프는 부드럽고 따뜻한 소리를 낸다고 설명한다.



“트랜지스터 앰프는 보통 사람이 들을 수 있는 대역인 20~20k를 넘어서까지 소리를 증폭시킵니다. 트랜지스터 앰프가 내는 소리는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맛이 있죠. 반면 진공관 앰프는 사람이 듣는 영역 안에서 가장 충실하게 소리를 냅니다. 덕분에 듣기에 편안해요.”

진공관 앰프 소리가 좋아 아예 만들어보기로 했다. 부품은 진공관을 비롯, 저항과 콘덴서, 출력트랜스, 전원트랜스 등이다. 부품을 사기에 앞서 회로도를 정한다.

“예전에는 회로도를 구하기 어려워 포기하곤 했어요. 요즘은 인터넷 덕분에 여러가지 회로도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본디 진공관은 가열되면 붉은 빛을 띤다. 최근에는 파란 빛을 내는 별도의 작은 전구(LED) 따위로 멋지게 꾸민다. 달아오른 진공관의 빛을 보는 것만으로 마니아는 만족감을 얻는다. 일부 마니아는 카 오디오나, 컴퓨터 사운드 카드를 진공관 앰프로 바꾸기도 한다.



진공관 앰프 가격은 30만~수백만원. 드물게 1천만원이 넘는 제품도 있다. 이 때문에 김씨는 “한때 진공관 앰프 제작으로 돈 벌어볼 생각을 했다”면서도 “하지만 일이 되면 만들고 싶은 앰프를 마음대로 못할 것 같아 포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진공관 앰프를 통해 원하는 소리를 낼 수 있고, 앰프 자체를 만드는 재미도 크다”고 말했다. 또 “진공관이나 저항·콘덴서 등을 적절히 조작해 소리를 튜닝하는 재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첨단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까먹은 소리 영역을 찾아내 즐기는 색다른 재미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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