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안 어울린다고? 까짓거 상관없어!… 50대 고교동창밴드 ‘타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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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08.25 10:49:58
  • 조회: 548
“나 어떡해~나를 두고~떠나가면~그건 안돼~정말 안돼~가지말아~”

오른손으로 마이크 잡고, 왼손으론 마이크 줄을 잡았다. 박상범씨(수원지방법무사회 사무국장)는 온몸으로 박자를 맞춘다. 리드기타 황해석씨(자영업)의 손놀림이 현란하다. 사영수씨(자영업)는 스틱이 부러져라 드럼을 내리치고, 베이스 안치쌍씨(위컴넷 대표이사)는 지그시 눈감고 몸을 흔든다. 50대 고교동창밴드 ‘타임밤(timebomb)’의 연습실 풍경. 조금씩 머리가 벗겨지고, 늘어난 흰머리를 숨길 수 없는 51살 중년이지만 연습실에서만큼은 청춘이 따로 없다.

타임밤은 덕수상고 62회 동창 4명이 지난해 6월 결성한 록밴드다.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신천역 근처 연습실에 모인다. 밖에선 점잖게 ‘사장님’ 소리 듣지만, 합주실에선 기타 뜯고 소리지르며 뛰어다닌다. 두 시간 맹연습이 끝나면 함께 생맥주 들이켜며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식힌다.



1971년 고교 교실에서 처음 만났다. 수업 빼먹고, 예쁜 여학생 놀리며 밤낮 없이 붙어다녔다. 35년 세월이 흘러 ‘얄개’는 이제 나이만큼의 아랫배와 품위를 갖춘 어른이 됐다. 격조할 틈 없이 자주 만났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웠다.

지난해 6월 동창모임에서 안씨가 ‘밴드’를 제안했다. 고교 때 드럼과 기타를 각각 다룬 사씨와 황씨가 먼저 손들었다. 팝송으로 영어공부를 대신한 팝마니아 박씨가 보컬을 맡았다. 베이스기타는 안씨에게 돌아갔다.

7월 첫 연습날, ‘그때 그시절’의 명곡 ‘나 어떡해’로 몸을 풀었다. 황씨는 고교 때 라이브카페에서 통기타를 연주한 실력파. 베이스와 기타를 두루 다뤘지만 그간 일상에 쫓겨 기타 한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했다. 중학생 때 드럼을 시작한 사씨는 고교 졸업 후 현대중공업 사내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했다. 노래방은 다녔어도 보컬은 처음인 황씨는 추억의 팝송책을 다시 펴들었다.



안씨는 음악이 처음이었다. 친구들에게 뒤질 순 없었다. 베이스를 장만하고 “콩나물 대가리 배우려고” 재즈 음악학원에 다녔다. 베이스 메고 사장실로 출근해 하루 9시간씩 맹연습했다. 손가락이 마비된 것 같다고 고통을 호소하자 멤버들은 “음악성이 없어서 그렇다”고 놀려댔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매일 똑같은 일상이 갑갑했어요. 탈출하고 싶었죠. 음악은 일상의 탈출구예요. 팀 이름이 시한폭탄(timebomb) 아닙니까. 답답한 세상을 폭탄 같은 노래로 씻어버리겠단 뜻이죠.”

지난 6월 경기 가평군 한 골프장에서 열린 동문모임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10여곡을 선보였다. ‘블러디 매리(Bloody Mary)’ ‘본 투 비 와일드(Born to be wild)’ ‘배드 케이스 오브 러빙 유(Bad case of loving you) ‘해뜨는 집(The house of the rising sun)’ 같은 70년대 명곡에 이어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를 부르자 그 자리에 모인 200여명의 선후배가 열광했다. 테이블과 의자를 박차고 나와 춤추고 환호했다. 무대로 꽃다발이 쏟아졌다. 황씨는 “무대 위에 선 우리보다 무대 밖 청중이 더 감격했다”며 뿌듯해했다.



각자 업무로 바빠 별도로 연습할 시간이 없다. 1주일에 한번 만나 2시간 연습하는 게 전부다. 아무리 바빠도 연습을 빼먹진 않는다. 연습실에 드나드는 밴드 중 단연 최고령. 자식과 나이가 같은 20대 밴드 틈에서 연습한다. 요즘은 10월 콘서트 준비로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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