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우리집’모습이 이랬을까요?… 입양아들의 카페 이태원 ‘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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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08.25 10:48:20
  • 조회: 531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쉐부(Chez Vous·우리집)’는 여느 카페와는 다른 곳이다. 홀처럼 사용하는 테라스엔 아홉개의 작은 탁자가 놓여 있다. 탁자마다 정겨운 말 소리로 넘쳐난다. 쿠션을 베개 삼아 편히 누워 이야기하는 내실, 하루의 고단함을 풀 수 있는 마사지 룸도 있다.

쉐부는 주말이면 세계 각지에서 온 젊은 여행자로 북적거린다. 몇 달에 한번씩 스페인·아일랜드·벨기에·과테말라 등 20여개국 주한 외국대사관이 파티를 연다. 문화관련 워크숍도 열린다. 조만간 프랑스어 교실을 운영할 참이다.



주인 빈센트 성(36)과 주방장 세바스찬(36)은 벨기에 사람이다. 주방보조와 서빙 담당인 다미안(25)은 프랑스에서 왔다. 주말에는 화가 겸 영화감독으로 유명한 조미희씨(36·나탈리 미희 르므완)가 주방 일을 돕는다. 모두 네댓살 때 해외로 입양됐다가 고국을 찾은 한국인이다. 지난 2월 문 연 쉐부는 기억이 가물가물한 어릴 적 집을 찾아 먼길을 돌아온 입양아가 어른이 돼 만든 ‘우리집’이다.

빈센트 성은 올해로 10년째 한국에서 산다. 사진작가로 이름을 얻었다. 그때그때 유명 패션잡지 촬영을 맡아 생계를 해결하고, 그외 시간에 작품사진을 찍고 있다.

쉐부 테라스의 알록달록한 타일조각 바닥을 석 달 동안 혼자 공사해 완성했다. 테라스 위 오렌지색 별과 종소리 나는 모빌, 청사초롱을 닮은 조명이 잘 어울린다.



손님은 외국인과 한국인이 절반씩이다. 미술·사진·영화·설치미술 등의 예술가들도 즐겨 찾는다. 홍합수프는 주방장이 자랑하는 별미. 50여 종의 유기농 차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마음 나눌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을 찾는 가장 큰 이유다. 낯설기만 한 고국에서의 긴장과 외로움을 달래려는 입양아들의 아지트이기도 하다.

세바스찬도 그들 중 하나였다. 벨기에에서 군인으로 생활하다 컴퓨터 관련 업종으로 자리를 옮겼다.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첫 고국 방문은 22살 때였다. 이후 아홉 차례 방문했지만 관광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았다. 애써 외면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열번 째 방문에서 용기 내 일단 한국에 머물기로 했다. 석 달 째다.

세바스찬은 “언제까지 한국에 머물지 모르겠다. 태어나서 5살 때까지 기억을 한국에서 더듬더듬 찾아가는 일이 무척 행복하다”고 털어놨다. 벨기에에서 김치를 담가 한국 식당에 납품했을 만큼 음식솜씨가 뛰어나다. 비결을 묻자 “손으로 요리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만든다”며 한국 아줌마 같은 웃음을 짓는다.

빈센트 성은 요즘 쉐부를 자주 비우고 서울역 등 노숙자가 많은 곳을 찾아다닌다. 내년 6월 자신의 귀국 10년에 맞춰 준비하고 있는 사진전 작품 촬영을 위해서다.



“한국 사회의 ‘위선’을 사진으로 분명히 보여주고 싶다”는 그는 소외된 사람들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에서는 장애인 노숙자와 그 옆을 지나치는 사람의 무심한 표정을 사진에 담았다. 이밖에도 마음 시린 장면이 많다. 몇년 전부터 인물 사진에 빠져 할머니·아줌마·촌부에서 시작해 무당·게이 등으로 시야를 넓히고 있다. 한옥 등 우리 전통문화의 매력에도 눈길을 돌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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