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간결한 멋, 날카로운 삶… 사진작가 최명준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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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08.24 09:32:50
  • 조회: 746
세계적인 사진작가 준초이 최명준. 완벽한 것을 좋아하고 예민하고 치열한 그는 집도 그렇게 지었다. 사진작가들이 대부분 꿈꾸는 것처럼 자신만의 작업실과 주거공간을 하나의 건물 안에 마련했다. 2001년이었다. 집도 그를 닮아 간결하다. 반듯하다. 그리고 특이하다.



#시멘트·나무·샹젤리에

그의 작업실 겸 집은 서울 압구정동이나 신사동 또는 논현동 등 사진 스튜디오가 모여 있는 곳에서 이만큼 비켜나 있다. 작업만을 생각했다면 그쪽에 지어야 했지만 살기에는 답답했기 때문에 양재천과 숲이 있는 지금의 자리에 정착했다. 강남구 포이동이다. 운동하러 곧잘 나가는 양재천에는 비가 올 때마다 수백 마리의 잉어떼가 물길을 차오른다. 건물 옥상에서 양재천 쪽을 바라보면 중간 어디쯤에서 왜가리 새끼가 쳐다보다가 사라졌다가 하며 재롱을 핀다.

서울 안에서 보기 드문 자연환경을 가진 곳에 자리잡은 그의 집은 간결함이 가장 큰 특징이다. 다세대 주택이 모여있는 거리에서 시멘트의 색감이 드러나 있는 건물 ‘준초이’는 눈에 띈다. 건물 ‘준초이’는 또 날이 선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하 1층은 스튜디오, 1층은 작업실, 4층은 살림집이다. 2·3층은 임대용이다.

그는 집을 지을 때 건축가에게 “직선을 직선으로 표현할 것·멋부리지 말 것·담백하고 순수하게 디자인할 것·오래 살아도 질리지 않게 디자인할 것”을 요구했다. 그래서 사용한 것이 ‘노출 콘크리트’. 건물 외벽, 실내 벽, 기둥 모두 시멘트로 돼 있다. 가공된 맛이 없고 색감도 담백하다.

그는 단순함을 좋아하지만 밋밋함은 싫어한다. 평범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시멘트의 삭막함을 줄이고 따뜻함을 보태기 위해 벽의 일부에는 나무를 댔다. 지하 스튜디오 시멘트 천장에는 화려한 샹젤리에 조명을 걸었다.



#날카로움·따뜻함·특이함

시멘트의 간결함과 차가움, 그 사이에 있는 나무의 따뜻함, 시멘트에 매달려있는 샹젤리에의 이색적인 느낌. 이것이 최명준의 작업실이다. 그의 성격도 이와 같다. 사는 집과 그 안의 사람이 비슷하다.

그는 완벽주의자다. 그의 책상에는 수정 덩어리가 놓여있다. 투명한 수정 덩어리는 그가 작업할 때 쓰는 시금석이다. 수정을 놓고 자신의 작업이 얼마나 담백하고 투명한지를 머리 속에서 대입해 본다.

초창기에 호텔사진을 찍을 때는 그곳을 수십 번 방문했다. 완벽한 촬영을 위해서는 철저한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지독하다”고 말할 정도로 치밀하게 의견을 다듬는다.

일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작업할 때는 일부러 디자이너와 친해지지 않는다. 친해지면 작업 결과에 부족한 것이 있어도 대충 넘어가기 때문이란다. ‘예기치 않은 일까지 예측하는 것이 프로’라는 말을 자신에게 적용한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난 뒤 사람들과 술 마시는 뒤풀이를 하지 않는다. 일에 모든 것을 쏟았는데 일 끝난 이후에 더 할 말이 없다고 말한다. 촬영을 마치면 종이 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치운다. 지저분한 흔적을 남기는 것은 스스로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이 일할 사람을 뽑을 때 그가 제일 중요시하는 것은 겸손함과 당당함이다. 그의 스튜디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처음 든 느낌도 사진작가의 작업실이 아닌 벤처기업 사무실 같다는 것이었다. “스튜디오 제자 뽑을 때 싸게 보이는 얼굴은 뽑지 않는다. 잘생기고 못 생기고의 문제가 아니다. 겸손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예술한다면서 요란하고 건방 떠는 것을 못본다. 주변이 향기로워야 작업도 잘된다. 요즘은 겉멋들을 많이 부리는데, 멋부리는 것까진 좋지만 그걸 능가하는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인가. 최명준의 집과 사진은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그 어떤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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