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편지만큼 반가운 옥수수 배달이오” ‘녹전우체국’ 이상욱씨 ‘옥수수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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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07.28 10:15:54
  • 조회: 502
강원 영월군 중동면 ‘녹전우체국’ 이상욱 국장(44)은 ‘옥수수 국장’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2002년 6월 부임 이후 옥수수 장수로 나선 덕분이다. 태백산 가는 길목에 자리한 녹전리는 김삿갓계곡 근처에 있는 오지마을. 400여 가구가 옥수수, 감자 밭을 일구며 산다.

“주민 대부분이 60~70대 노인이더군요. 한창 옥수수 수확기에 접어들었는데 팔 곳을 찾지 못해 다들 손을 놓고 있었어요. 그때부터 사방으로 연락하며 옥수수를 팔기 시작했죠.”

전화번호부를 보고 무작정 서울·경기 지역에 ‘맛좋은 옥수수 판다’는 안내장과 e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수고에 비해 호응이 크지 않았다. 옥수수 판매를 위한 작은 홈쇼핑 사이트를 떠올렸다. 평소 독학으로 쌓은 실력을 발휘해 홈페이지를 만들기로 했다. 마침 부인과 딸 희주(9)는 전 근무지인 횡성에 남아 있을 때였다.

“꼬박 20일간 밤샘작업을 했어요. 사이트 디자인, 옥수수 사진 이미지 올리기, 상품설명 문구 만들기 등 할 일이 많았죠.”

그해 9월1일 ‘농산물홈쇼핑’(www.nj.go.kr)을 열었다. 이미 가을에 접어들어 옥수수는 끝물이라 감자와 고구마를 올렸다. 궁색한 쇼핑몰을 채우느라 영월에서 나는 더덕·송이버섯·감자떡·청국장·황기·들기름을 덧붙였다.



처음엔 마을 사람들조차 달가워하지 않았다. 농협에서도 시도한 적이 없는 일인 데다 인터넷으로 농산물을 판다는 것 자체가 오지마을 촌로들에겐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집배원 8명에게도 가욋일이 생겼다. 거동이 불편한 시골 노인네의 작은 밭뙈기를 돌아다니며 일일이 옥수수와 감자를 거둬들여야 했다.

“사이트 방문자가 하루 10여명에 불과했어요. 애가 타서 쉬는 시간마다 쇼핑몰에 들락댔죠. 유명한 포털사이트에 홍보를 부탁하기도 하고요. 최근엔 검색 광고비를 내라고 해서 엄두를 못내고 있지만요.”

시행착오가 많았다. 농가별로 포장한 박스에 덜 여문 옥수수나 썩은 감자 한두 개가 섞여 항의를 받기도 했다. 즉시 싱싱한 것으로 다시 배달했다. “고객만족 서비스 정신이 있어야 한다”며 잔소리하고 다녔다.

지난해부터 방문자가 늘었다. 요즘 하루 방문자는 300여명. 신뢰가 쌓이면서 한번 맛본 소비자가 친지에게 선물하는 식으로 알음알음 소문이 났다. 농가 수입이 늘어나자 마을 어르신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이국장을 만나면 “우리, 옥수수 국장이 최고!”라며 치켜세운다. 아무런 대가 없이 발품을 파는 집배원도 가난한 농가의 시름을 던다는 보람에 힘든지 모른다.

옥수수 수확기는 이달 중순에서 8월말까지. 오전에 주문 받으면 오후에 잘 여문 것으로 골라 딴다. 다음날 가정에 배달한다. 품질관리와 포장은 우체국에서 맡는다. 사이트 수익은 전혀 없다. 게시판 답글 달기 등 관리는 이국장이 밤마다 1시간씩 짬을 내 하고 있다. 그는 “방문자가 폭주해 서버가 다운돼보는 게 소원”이라며 “동강 찰옥수수는 쫄깃쫄깃하고 단물이 많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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