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담장을 없앴다, 情이 돌아왔다… 대구 중구 삼덕3가동 ‘도심 속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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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07.28 10:15:10
  • 조회: 373
대구 중구 삼덕3가동은 도심 속 마을이다. 자전거를 타고 5분만 나가면 대구백화점이 보인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삼덕1가와 2가는 상업시설로 가득 찬 번화가다.

그러나 삼덕3가동은 옛 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마을 중앙에는 누구나 와서 쉬어 갈 수 있는 정자나무가 있고, 그 앞에는 ‘마고제(麻姑齊·사진)’란 담장 없는 집이 있다. 오후가 되면 학교에서 돌아온 동네꼬마들이 모여 함께 숙제를 하고, 간식을 먹는다. 덩치가 송아지만 하지만 성격이 순하디 순한 삽살개 ‘아롱이’가 아이들의 친구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예쁜 담장이 눈에 띈다. 낡은 담장에 박힌 아기자기한 무늬가 동네분위기를 한층 밝게 만들어 준다. 수백개의 동전과 병마개를 담장에 붙여 놓은 집도 있다.

삼덕3가동이 예전 마을 모습을 비교적 많이 유지하고 있는 데는 지리적 조건이 한 몫했다. 삼덕초등학교와 동덕초등학교 등으로 둘러싸여 동네 대부분이 상업시설이 들어오기 힘든 정화구역이다. 또 마을 뒤편으로 신천이 흐른다. 그래서 도심 속에 있지만 마치 섬처럼 고즈넉한 분위기를 지킬 수 있었다.

이런 조건에 한 사람의 노력이 더해졌다. 김경민 대구YMCA 중부지회관장(42)이 그 주인공이다. 김관장은 1996년 10월, 삼덕3가동으로 이사왔다. 친구집에 놀러왔다가 옛마을의 정취를 많이 간직한 동네분위기에 반해 이사를 결정했다.



이사 뒤 자신의 집 바로 앞에 방을 얻어 가출 청소년을 위한 쉼터를 만들었다. 동네 한가운데에 쉼터를 만들어 놓으면 청소년의 사회적응이 훨씬 쉽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동네주민이 달가워하지 않았다. 김관장은 “보기에 민망한 배꼽티를 입고, 빨간 머리를 하고 활보하는 녀석을 어떤 어른이 좋아하겠느냐”며 “주민에게 호감을 사는 것이 제일 급했다”고 말했다.

일단 주민을 만나야 했다. 그러나 함께 만날 장소가 없었다. 김관장은 집 담장을 허물기로 결정했다. 집 앞마당을 주민에게 내주면 만남의 공간이 생기고 주민의 호감을 살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집주인을 설득해 겨우 허락을 얻어냈다. 담장을 없애니 이웃 간에 마음의 벽이 함께 사라졌다. 주민은 쉽게 김관장 집을 방문했다. 매일 현관문을 열어놓고 다녔다. 담장이 없으니 주변 이웃이 항상 집을 봐줬다. 큰아들 혜민이(8)는 동네친구를 마당으로 불러모아 놀았다.

김관장이 담장을 허문 지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집집마다 담장은 서있다. 장씨는 “김관장집을 보면 시원하고 보기 좋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정작 내 집 담장을 없앤다고 생각하면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았다.

김관장은 서두르지 않는다. 억지로 남의 담장을 허물 수 없으며,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는 “담장이 모조리 사라져도 이웃 간 마음의 벽이 남아 있으면 소용없다”며 “일상 속으로 조상의 공동체 의식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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