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치워도 치워도 욕만 쌓여요”… 환경미화원의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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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07.07 10:26:06
  • 조회: 487
환경미화원은 대표적인 3D업종이다. 경기불황으로 갑자기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몇 안되는 구청소속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만 지원자가 몰린다. 골목에서 생활쓰레기를 수거하는 ‘청소부아저씨’는 모두 용역업체 직원이다. 노동강도에 비해 박한 봉급과 처우, 거기에 가끔 무시당하기도 한다.

지난달 30일 오후 6시 서울 동작구청 후문 근처 경청용역 사무실에 도착했다. 이 회사 소속 미화원 13명 전원이 이미 출근해 있었다. 미화원 출근시간은 오후 6시다. 퇴근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계절과 요일에 따라 다르다. 요즘은 오전 4시30분~오전 5시 정도면 퇴근한다.

경청용역은 서울 노량진본·1·2동 쓰레기를 수거한다. 미화원 13명에 음식물쓰레기 수거차와 재활용품 수거트럭 각 2대, 일반쓰레기수거차 3대를 보유하고 있다. 담당구역 인구는 6만여명. 학원가와 유흥가를 끼고 있어 인구에 비해 나오는 쓰레기가 많은 편이다. 격일제로 월·수·금요일은 노량진2동, 화·목·일요일은 노량진본동과 1동 쓰레기를 치운다.

주황색 조끼와 모자를 착용하고 일을 시작했다. 미화원 경력 2년의 김창길씨(57), 이날 처음 출근한 박대원씨(60)와 같은 조가 됐다. 박씨는 서울 종로구에서 15년간 미화원으로 생활했다. 3년 전 자식들 반대로 그만뒀으나 ‘노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 다시 빗자루를 잡았다.



오후 6시에 일을 시작했다. 도대체 그 시간에 무슨 일을 할까. 미화원이라 하면 밤늦게 청소차를 타고 쓰레기를 수거하거나 새벽에 대로변을 쓸고 있는 모습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리어카를 끌고 나서며 “먼저 쓰레기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뽑는다’는 것은 집 앞에 내놓은 쓰레기 봉투를 청소차가 바로 실어갈 수 있도록 큰 길가에 모아두는 일이다. 골목이 좁아 차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리어카에 부지런히 쓰레기 봉투를 실었다. 작은 골목 하나만 돌아도 리어카가 가득찼다. 그나마 리어카가 못 들어가는 골목도 많다. 그러면 쓰레기 봉투를 손에 들고 몇 번이고 직접 날라야 한다.

주차된 차 사이를 곡예하듯 빠져나와 길가에 쓰레기를 쌓았다. 음식물쓰레기는 전용 고무통에 담고,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따로따로 모았다.

리어카를 끌고 다시 골목으로 들어가려는데 승용차가 골목입구를 막고 있었다. 차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쓰레기 리어카 들어가야 하는데, 차좀 빼…”라고 말하는 중에 ‘딸각’하며 전화가 끊겼다. 김씨는 “주중이라 쓰레기가 별로 없는 편이니 그냥 들고 나오자”며 손을 잡아 끌었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음식물 쓰레기다. 물기 가득한 음식을 대충 묶어 내놓기 일쑤다. 아무리 조심조심 다뤄도 운반 중 절반 이상이 터졌다. 냄새가 어찌나 지독한지 헛구역질을 계속했다.



일을 시작한 지 3시간 남짓 흘렀다. 기자가 손을 보탠 효과가 있었는지 생각보다 일찍 ‘뽑는 작업’이 끝났다. 김씨는 “수요일은 쓰레기가 가장 적게 나오는 날”이라며 “주말에 하루 쉬고 일요일 저녁에 나오면 평일보다 쓰레기가 2배 이상 쌓여 있다”고 말했다.

밤 9시30분 차량기사가 출근했다. 수거는 음식물쓰레기·재활용품·일반쓰레기 순이다. 일반쓰레기수거차량이 쌓아둔 자리의 뒷정리까지 맡는다.

10시30분쯤 쓰레기차 뒤편에 매달렸다. 사실 불법이다. 그러나 일일이 운전석에 타고 이동하면 시간이 2배 이상 걸린다. 일반 쓰레기만 하룻밤에 2.5t수거차량 15대 분량이 발생한다. 일요일에는 25대 분량까지 생긴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있는 쓰레기 집하장까지 하룻밤에 최소 5번을 왕복해야 한다.

달리다가 쓰레기가 보이면 내려서 싣고, 다시 매달렸다. 주택가에서는 차를 따라 달리면서 쓰레기를 수거차량 쓰레기 투입구로 던져넣었다. 김씨는 가져온 쓰레기를 다 받아주었다.

쓰레기 더미를 치운 자리를 빗자루로 쓸어낸 뒤 소독약을 뿌렸다. 김씨는 “이렇게 해도 더럽다고 욕을 먹는다”고 말했다.



주택가를 지나 학원가로 갔다. 대형학원과 빌딩은 자체 쓰레기 집하장이 따로 있어 일하기 한결 편했다. 1시간30분만에 적재함이 가득 찼다. 크기는 2.5t밖에 안되지만 압축장치가 달려있어 보기보다 많은 양의 쓰레기를 실을 수 있다. 쓰레기 집하장으로 향했다. 일반 쓰레기는 이곳에서 다시 한번 압축돼 최종적으로 김포매립지로 간다.

겨우 한바퀴를 돌았을 뿐인데 어느새 새벽 1시가 가까워졌다. “다음날 출근해야 한다”는 핑계로 혼자 퇴근준비를 했다. 겨우 5분의 1을 마치고 집에 가려니 민망했다. 집에 돌아와 보니 문 앞에 쌓아둔 쓰레기봉투가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처음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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