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작고 더 작게 비행기야 날자꾸나” 초경량항공기 ‘담비’만든 김희수·하미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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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06.17 10:56:59
  • 조회: 1104
충남 공주시 신풍면 산정리 산골짜기에는 ‘담비’가 날아다닌다. 욍욍~. 제법 요란한 소리를 내는 담비는 숲속의 제왕이라도 되는 양 마음껏 자태를 뽐낸다. 담비(Dambi)는 동해기계항공이 만든 초경량항공기다. 무게 225㎏, 길이 4.14m, 높이 2.50m. 멀리서 보면 장난감 항공기처럼 앙증맞게 생겼다.

이 회사 항공사업부 김희수(34)·하미선(25·여)씨 팀이 제작·설계 및 시험비행을 맡았다. 이들은 종종 담비에서 ‘살’을 빼느라 진땀을 흘린다.

“다이어트를 잘 해야 합니다. 꼭 필요한 최소구조만 남기고 모두 벗어 던져야 해요.”

일반 경비행기와 초경량항공기를 가르는 기준은 중량 225㎏. 75㎏ 나가는 어른 3명을 더한 무게다. 부품을 마구 달거나, 크기를 키우면 계측에 걸린다. 권투선수처럼 담비 체중감량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초경량비행기의 장점은 작고 가벼움에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몸집을 줄이면 위험할 수 있다.

비행기 조종을 안정되게 돕는 ‘조정 편의장치’ 크기를 대폭 줄여야 했다. 비행기가 갑작스레 하강할 때 당기는 장치로 줄일수록 불편하고 위험이 증가한다. 감량하고 설계대로 만들었다고 훌쩍 날지는 못한다. 김씨가 몸소 안전을 점검한다. 처음에는 자동차처럼 땅에서 활주한다. 그 다음은 1m 정도 떴다 앉았다 하는 점프를 20~30회 넘게 반복한다. 어린 새가 둥지를 벗어나듯 힘겨운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2002년 9월23일 김씨는 담비와 첫 비행에 나섰다. 시험비행은 곧 목숨을 건다는 뜻이다. 꼬박 2년의 준비 끝에 담비는 하늘을 힘차게 날았다.



개발성공후 지난 5월 담비 한대를 전남 영암에 5천만원에 팔았다. 딸 아이 시집보내듯 기쁘고 섭섭한 마음도 잠깐. 더 나은 비행기를 만들기 위해 그 후로도 성능개선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담비는 기름이 떨어져도 활공비행이 가능하게 설계됐다. 동력이 없어도 위쪽 블레이드가 바람을 받아 돌아가는 오토자이로(또는 ‘자이로플레인’)다. 바람개비가 떨어질 때 돌면서 부드럽게 내려오는 원리와 같다.

지난해 설날 담비가 논 바닥에 불시착한 사고가 있었다. 담비의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비행이었다. 교관이 깜빡 연료상태를 체크하지 못한 것. 이날 엔진을 끈 상태에서도 무사히 착륙할 수 있었다. 이후 논에서 다시 날아오르기도 했다.

“겉 모양이 작아 불안해 보이지만 담비 같은 자이로플레인은 상당히 안전합니다. 무동력으로 활공비행 상태에서 조종이 가능한 게 장점이죠.”

한서대 항공기계학과 98학번인 김씨는 비행기가 좋아 대학을 마치고 이 대학에 편입했다. 대학 시절부터 패러글라이딩과 경비행기에 빠져 지냈다. 프라모델을 조립할 만큼 비행기 마니아이기도 하다.

“큰 항공사에서 일하는 동기들과 달리 작은 비행기로도 적성을 살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취미가 직업이 됐으니 얼마나 이상적입니까.”

경상대 항공기계학과를 졸업한 하씨는 여자 동기생 5명 가운데 유일하게 전공을 살렸다. “기계와 공중에 대한 감각만 있으면 여자도 비행기 관련 일을 잘 해낼 수 있어요. 아무래도 섬세하잖아요.”

하씨는 비행기 구조 및 부품 변경 등 컴퓨터를 통한 도면설계 디자인(CAD)을 도맡았다. 새로운 부품을 더하거나 교체할 때 기체이상이나 무게 등을 계산한다. 오늘도 김씨와 하씨는 담비의 안전과 능력을 더하기 위해 부품을 바꾸고, 구조를 변경해간다. 벌써 원대한 꿈을 품었다. “언젠가 담비 같은 자이로플레인과 헬기를 접목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초경량항공기를 선보이고 싶어요”.





초경량 항공기‘담비’엿보기



담비의 최대 장점은 활주로를 짧게 쓴다는 것. 평지가 적은 국내 환경에 알맞다.

1인승 때 23m 이내에서 이륙한다. 100m 넘게 필요한 일반 경비행기와의 차이점이다. 특히 착륙거리는 최소 3m 이하다. 배기량 1,200cc 가솔린을 사용하며, 한번에 3시간30분까지 비행한다. 최고시속 160㎞.

2000년 5월 개발에 착수해 지난해 4월 개발 완료했다. 국내 업체가 개발한 최초 회전익 초경량항공기가 됐다. 특수 알루미늄으로 된 몸통의 기본설계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조언도 받았다. 다른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엔진과 날개는 수입품을 쓴다.

초경량항공기는 일반 경비행기에 비해 인증절차가 간소하고 유지비가 싸다. 또 누구나 소유할 수 있다. 민간협회에서 발급하던 자격증은 올해부터 다시 국가자격증으로 바뀌었다. 비행고도는 지상 500피트(152m) 이하로 제한돼 있지만, 산이 많은 국내에서는 보통 1,000피트까지 올라간다.

담비는 레저용과 환경감시·항공관측용 정찰·농약살포 등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대 가격은 2천만~1억여원 정도다. 비행 모습은 홈페이지 (www.dhmna.com/dhair.html)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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